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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취향 급소름주의) 발자국을 남기지 마라4
게시물ID : panic_896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빅킹오징어
추천 : 18
조회수 : 3385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6/07/31 18:07:11
난 이제 죽는구나 싶었습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영진이만 원망하게 되더라고요

지하에서 귀신아 나와봐라 소리쳤던 그놈이 원흉인 것 같기도 하고

다 내 의지로 해왔던 일들에 타인만 원망하고 있었죠

그래.. 다 내 잘못이야.. 누굴 원망해.. 나도 참 병신이지 심령 스팟은 개뿔

공포에 찌들어 모든 걸 내려놓으려 했습니다.



정말 얼마 안 되는 시간이긴 하지만 이미 그녀가 절 잡았다면

몇 번이고 잡아먹었을 법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이상하리만큼 주위가 조용한 겁니다.

조심스레 몸을 돌려 뒤를 봤더니 저 혼자 차를 부여잡고 울고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갑자기 그녀가 증발이라도 한 듯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바닥을 기다 싶이 차 키를 찾아 차 문을 열었습니다.
혹시 모르니 운전석에 타자마자 모든 문을 잠근 후 뒷좌석 바닥까지 전부 확인 한 후에야
한숨을 쉬었죠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감에서 조금이라도 안전함을 찾으니 급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하나 이곳에 1초라도 더 있고 싶은 마음이 없어 시동을 키는 순간
 
전화 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요란하게 울리는 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움찔하는 바람에 휴대폰이 바닥으로 떨어진 겁니다.


운전석 시트를 뒤로 살짝 빼어 핸들에 왼쪽 뺨을 묻은 체 휴대폰을 꺼내려 했는데..

클락션을 눌러버렸습니다.


빠아아앙!


이크! 브레이크페달 밑에서 휴대폰을 찾아 꺼내어보니 영진이 번호로 부재중이 찍혀있더군요

저는 서둘러 영진이에게 연락했습니다.

오고 있는 중이면 오지 말라고..

바로 네가 있는 곳으로 갈 테니 오지 말고 그곳에 있어달라고 말하려고 말이죠


세 통의 전화가 모두 소리샘으로 넘어가자 전화하기를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 이곳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죠.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리고 후진하여 빠지려고 백미러를 보는데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 거 같았습니다.


그녀가 트렁크 쪽에서 두 손으로 눈을 감싸고 이쪽 안을 들여다보고 있더라고요...


으... 으아...



한참 동안 안을 보던 여자가 아주 느린 걸음으로 운전석 문 앞으로 걸어와 아무 말 없이 차 문을 열려고 하더군요..


물론 안에서 잠근 차 문이 열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몰라 손잡이를 잡고 버텼습니다.

그냥 그녀를 차로 쳐버리고 도망갈까 생각도 했지만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기요 아까는 죄송했어요 우선 내려서 말로 해요 우리
그냥 가시면 저는 어떻게 해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살면서 그렇게 멘탈이 붕괴되본 적이 없었습니다.


간절하게 부탁하는 표정과 달리 계속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아당기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못하겠더군요


이러다간 답도 없다 싶은 저는 앞 범퍼로 그대로 그녀를 밀치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힘 없이 쓰러진 걸 보고 바로 차를 빼서 무작정 밟았죠

인적이 드물고 CCTV도 없는 곳이라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쥐가 날 정도로 핸들을 꽉 쥔 손이

계속해서 떨려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를 차로 밀쳤을 때 느껴졌던 둔탁한 느낌이 소름 끼치게 온몸에 전해지더군요

한참을 달렸습니다.

혹시나 그녀가 갑자기 나타나진 않을까 정말 신경이 곤두서서 피로감이 배로 느껴졌죠.


저는 이대로 집으로 가면 안 된다 싶었습니다.

영진이 녀석이 지금 어디쯤 있을지.. 혹시 내가 올라오는 와중 그것도 모르고 폐 정신병원에 지금 그녀와 대치하진 않았을지..

별의별 걱정이 다 들었지만

나 자신에게 쓰레기라 잣대를 들이대도 그곳에 영진이가 있다 한들 두 번 다시 가지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한참을 달려 그곳과 거리가 멀어지니 긴장감이 풀려 배변 욕구가 솟구쳤습니다.


도착해 인적 많은 곳에 가기 전까지 참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30여 분 정도 남은 지점에 휴게소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차 키와 휴대폰을 챙겨 미친 듯이 달려 화장실로 들어갔죠


무척이나 늦은 시각이기에 휴게소에는 화물차 몇 대와 듬성듬성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 서너 대가 전부였습니다

다들 차 안에서 한숨 자고 있는지 화장실 앞 흡연장소에 두어 명만이 수다를 떨고 있더군요


화장실 밖에서 들려오는 수다 소리에 조금이라도 안전감을 느끼며

용변을 다 보았습니다.


그 순간만 생각하면 공포고 뭐고 배변 욕구가 더 강하구나 싶습니다.


볼일을 보고 나와 터벅터벅 주차한 곳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차 앞에 누군가 서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꾀나 거리 가 벌어진 곳이었기에 그 사람은 제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모르는 듯 차 안을 들여다보다 문을 열려고 하더라고요


풀렸던 긴장이 조여오면서 차를 버리고 도망가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이곳에서 차로  30여 분 더 걸리는 곳까지 어떻게 도망가야 하나 방법이 없더라고요


먼 곳에서 여기까지 쫓아온 거 보면 도망치기란 절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한참을 몰래 지켜보는데 제가 숨어있던 화물차 라이트가 확! 켜지는 겁니다.


화물차 라이트 덕분에 어두컴컴했던 공간이 환해져 차 앞에 서있던 그가 고개를 돌려 저를 발견한거죠


온몸이 굳어 한참을 지켜보다 그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고속도로 앞까지 뛰었을 즈음 갑자기 목덜미를 낚아채 발버둥 치다 둘이서 바닥을 뒹굴었습니다.
 
발할 것 없이 오지 말라는 것을 어필하듯 발버둥을 치는데

오른쪽 뺨이 얼얼해질 정도로 따귀를 두어 대 맞으니 비로소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똑똑히 들리더군요..



이 새끼야! 왜 도망을 치고 지랄이야!


눈앞에 하얀 후드티를 입은 영진이 녀석이 웃으면서 서 있었습니다.
출처 빅킹오징어 먹물 속 박테리아 손톱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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