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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자
게시물ID : gomin_12316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널소유하겠어
추천 : 0
조회수 : 24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16 20: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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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한 번도 엄마라는 존재에게 사랑받아 본 적 없는 나.
똥오줌 못가리는 어린 아이 냅두고 떠난 엄마.
다른 아이들은 속상하고 분한 일 있으면 엄마찾아 우는데
난 왜 엄마가 없었던가.
어린이집 다니던 때 아직도 생생하던 기억.
당시 뺑뺑이타고 놀다가 그만 떨어지는 바람에 친구가 우는데
엄마를 찾아 운다. 난 그저 서러운 마음에 엉엉 울 수밖에.
난 왜 엄마가 없을까.

어른들이 하는 말, 엄마가 떠난 거다. 버리고 갔다. 이혼했다. 
그렇게 박힌 내 기억 속 엄마라는 존재.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도 없는 기억 하나.
생생하게 눈앞에서 보는 듯한 장면은 아직도 떠오른다.

큰집에서 얹혀살 적, 마당을 나서면 바로 앞에 도로가 있었다.
그 도로변에서 내가 엄마에게 가지말라고 소리쳤었다.
엄마는 슬퍼했을까? 슬퍼하지 않았을까?
그저 나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엄마를 그려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슬퍼했을 거리라 믿고.
엄마는 내게 쫓아오지 말라고 소리친다.
어른들이 말하듯 그렇게 비겁하게 도망갔다.

택시를 타고 떠나는 장면을 떠올리며 또 그려낸다.
슬픈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 엄마는 과연 나를 그리워하며 뒤돌아봤을까?

그녀는 날 그리워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초등학교 때였다. 10년도 훨씬 지난 일이었었지.
큰집에 얹혀살던 난 엄마에 대한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아직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그러셨을 거다.
하지만 어느 날이었다.
엄마에게 전화가 오고 큰엄마는 화난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럴거면 데려다키우지 싸지르고 도망이나 가놓고 뭘 이제와서 찾아!"
누굴까? 이 야밤에 누구와 통화를 하길래 저렇게 화가나셨을까?
큰아빠가 수화기를 건네받는다.
"네가 버린 자식이고, 이젠 네 자식도 아니다."
방문 너머로 나를 확인한 그들은 당혹한 얼굴을 숨기지 못한다.
이내 큰아빠에 목소리는 작아지고, 어서 들어가 자라는 말만 하신다.
엄마는 수화기 너머로 나를 확인하지도 못했으면서 감으로 내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한 번만 목소리라도 듣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못이기는 척 나를 불러놓고는 수화기를 건네주셨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첫 목소리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울방학때였다.
갑자기 어느 날 문득 나타난 엄마라는 사람.
큰엄마는 마치 얘기가 끝났다는 듯, 짐을 싸주신다.
엄마를 보는 시선이 아마도 수풀 속에서 나타난 도마뱀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 표정이었을 것이다.
그 도마뱀을 따라다니고 귀찮게 굴었듯,
난 엄마라는 신기한 인물에 대해 호기심을 발동했다.
그녀는 날 몹시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우리가 처음 간 곳은 강원도였고, 동해바다였다.
겨울바다를 보며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엄마 손을 꼭 잡고 따라다녔다.
여러 곳을 구경다니기도 하고, 고기도 실컷 먹고 나는 어린 마음에 그저 신났다.
"마음 같아서는 너 데리고 확 도망가고 싶어."
이동하는 중, 차안에서 엄마가 내게 말했다.
"응? 그러면 도망가면 되잖아."
"글쎄? 그럴까? 확 데리고 도망갈까? 같이 엄마랑 가서 살래?"
그 말에 난 신이나서 응이라고 대답했지만 돌아오는 건 걱정가득한 엄마의 표정이었다.
왜 나를 데려가지 않는지, 왜 나를 버렸는지 대답해주지 않았다.

나는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거슬렸다.
엄마가 말하길, 예전에 열쇠를 잃어버려 창문을 따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나는 그러려니 하고 서울에 도착하고, 이모네 집에 다달았다.
나랑 동갑내기 친구와 2살 아래의 여동생이 있는 이모네 집이었다.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편부모 가정이라는 점이었다.
그 아이들에겐 아빠라는 존재가 없듯, 나에겐 엄마라는 존재가 없었다.
일시적으로 그땐 생겼었지만...
그리고 또래아이가 놀러왔다는 점에서 우리는 서스름없이 신나게 놀았었다.
찜질방도 가고, 오락실도 다니며 정신없이 놀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렇게 짧은 얼마간의 여행이 끝나고, 나는 다시 내가 사는 큰집으로 돌아가야했다.
갈 땐 승용차를 타고 놀러다니고 이동했지만, 올 땐 기차를 타고 왔다.
나는 여지없이 그 사실에 대해 의심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차는 엄마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을 보자면, 엄마가 날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적어도 진실을 듣기 전까지 엄마라는 인물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반강제적으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엄마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했었다.

그저 21살 꽃같은 나이에 시집와 나를 낳고 도망간 파렴치한 여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와 감정들이 얽히고 섥혀서 귀찮게된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아빠와의 관계에서, 큰집과의 관계에서 난 엄청나게 얽히고 섥혀있다.

그리고 적어도 난 엄마가 이유가 있어서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엄마의 말 한 마디로부터 환상을 깨부서졌다.
어느 날, 문득 큰엄마가 나를 불러 지긋이 말한다.
"너 돈 훔쳤니?"
사실 그때 할아버지 지갑에서 돈 훔쳐서 걸린 적이 많아서 한창 혼나던 시절이었다.
얼마 전에 할아버지 주무실 적에 돈을 훔쳐 팬티 속에 숨겨놓고는
아침에 일어나 바지를 입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할아버지는 발바닥으로 돈을 가리고는
괜찮으니까 어여 가! 하는 손짓으로 웃어주셨다.

하지만 큰엄마가 말한 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바로 엄마와 여행갔을 적에 내가 돈을 훔쳤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엄마의 돈을.....
나는 돈을 훔친 기억도 없으며, 지갑을 뒤진 적도 없었다.
가방을 뒤진 적이 한 번 있었는데 엄마가 내게 휴대전화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그 충전기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당시에 500원씩 용돈을 받으면서 신나게 쓰던 시절이었는데,
그렇게 큰 돈을 훔쳐서 뭣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때의 감정을 표현하자면 나를 이용한다는 어떤 배신감과 괴씸함이랄까.

더러운 감정이 들었다.
그로부터 난 그녀의 대한 환상이 모두 깨부셔졌다.
그리고 나이가 먹어가면서 나도 점점 성장하면서 어른들이 입을 연다.
술에 찌들어 사는 폭력적인 아빠도 가끔은 가정적일 때가 있다.
술을 안 먹을 때. 하지만 술을 먹은 뒤에 그는 내게 응어리를 토해낸 적도 많았다.

엄마에게 매달 수 십의 큰 돈을 보내주고 있었다고.
그러니까 위자료를 보내준 샘이겠지.
철없이 놀고 먹고 싸고만 하던 아빠가 나를 낳고부터는 그래도 달라졌다고 어른들이 말했다.
할 줄 아는게 없어 공사판에서 목수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아빠는 돈을 모았다.
늘 하는 말이 나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해외여행도 가고 폼나게 살자고.

그때부터 난 엄마에 대한 환상이고 뭐고 천하의 썅년이라고 단정지어버렸다.
그런 사람은 엄마도 아니라고, 부모될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치부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녀는 연락도 없었고, 들리는 말도 없었으며, 행방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호적상 엄마로 등록되어있는 여자일 뿐이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녀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내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성공한 사람이 됐을 때,
그녀를 다시 찾아가 물을 것이다. 왜 나를 버렸느냐고.

그리고 오늘 아빠가 나를 떠났다.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금방 돌아오기는 힘들 것 같다.
간만에 모든 것 내려놓고 쉬자는 마음으로 며칠새 게임만 주구장창 하다가
밤이면 잠못이루고 뭔가 불안한 마음에 꿈자리도 이상하던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었나보다.....


이야기가 길어서 조금 이따가 다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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