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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예지몽
게시물ID : readers_166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렇기에
추천 : 1
조회수 : 2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17 04:13:24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잠에서 깬 진구의 잠옷은 땀으로 눅눅해져있었다. 진구는 몽롱한 상태로 일어나 방금 전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꿈을 떠올리기 위해 애를 썼다.
 

-꿈에서 진구는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상대방은 같은 시간대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연이 였다. 진구는 도연이 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둘의 관계는 은밀하고도 끈적했다. 둘은 조심성 없이 꼭 붙어 다니다 진구의 여자 친구와 맞닥뜨렸다. 진구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에 도연이는 떠났고, 진구의 여자 친구는 울먹이는 눈으로 진구를 바라봤다.-
 

문득 전날 밤에 자신이 한 행동을 떠오른 진구는 불안한 마음에 휴대전화를 열어봤다. 아니라 다를까 도연이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진구 오빠,
어제 오빠가 제 대답도 듣지 않고 그냥 가버리셔서 저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벌써 친구들이 오빠랑 저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고 난리인거 아세요?
그것보다 오빠, 어제 많이 취하셨던데 저한테 했던 말...기억나세요?>
 

진구는 다시 드러누워 한참동안이나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진우는 어제 밤에 술에 심하게 취한 나머지 평소에 도연이 에게 가지고 있던 은밀한 감정을 다 쏟아 내버린 것이다.
 

여자 친구를 두고 다른 여자에게 고백을 하다니. 이 황당한 상황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진구는 정말이지 도라에몽이라도 불러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진구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도 몽롱한 기분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진구는 거실에 나가 물을 마시러갈 작정이었다. 방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진구는 뭔가를 알아차렸다. 자신에게 여자 친구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진구는 여자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던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행복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고백을 한 자신은 어쨌든 도덕적으로 당당한 것이다. 진구는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며 환한 웃음을 한번 지어봤다.
 

방에 돌아온 진구는 남자답게 도연이 에게 답장을 써 보냈다.
<어제는 미안했다.
하지만 그때 내가 한 말은 진심이었다.>
 

3시간쯤 뒤, 도연이의 답장이 도착했다.
<오빠, 먼저 저도 오빠를 다른 남자들보다 더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하지만 저는 지금 혼자서 지내는 제 생활에 정말로 만족하고 있어요.
지금 생활을 포기하면 왠지 제가 앞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말 이해하시겠죠? 아니, 이해해주세요. 미안해요 오빠.>
 

그날 밤, 실연으로 인한 묵직한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진구는 생각했다.
 

도연이가 말하는 자신의 생활은 도연이의 남자친구일수도 있겠구나.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내가 잠시 동안 여자 친구가 있다고 느낀 것은,
아마 도연이가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 느끼는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그러나 야속하게도 도연이의 페이스북에 연애중이라는 글이 올라온 것은 그로부터 2주쯤 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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