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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기 키우는 엄마의 주절거림 #5
게시물ID : baby_39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14
조회수 : 97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0/17 20:19:59
 
 
 
 
 
 
 
  1. 감기
  열흘 전부터 아기와 나는 감기에 걸렸다. 누가 먼저 걸렸는지는 모른다. 아마도 바깥 출입도 하는 나겠지.
  감기 잠복기는 보름이라 했는데 하필 아기가 2차 접종을 맞고 온 다음 날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다행히 열은 없이 몸살과 콧물, 기침 조금 정도였는데 아기도 콧물만 줄줄 흐르고 간혹 기침만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서방과 나는 되도록 열이 나지 않는 이상 아기에게 약을 먹이지 않는 방향으로 하고 싶었기에 아기가 숨 쉬는 게 조금 힘들었겠지만 그냥 놔뒀다.
 
  세상은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음을 벌써부터 알았겠지만
  때론 혹독하기도 함을 조금쯤 맛봤겠지.
  안타깝지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도 조금씩 길러야 하니까, 힘들어도 잘 견뎌주고 감기 걸린 동안에도 발랄하다 못해 발광이라 할 정도로 잘 놀아줘서 정말 고맙다.
 
 
 
 
 
  2. 더뤼한 엄마
  아기를 매일 목욕시키지도 않고, 가끔 세수도 까먹고 안 시킬 때가 있다. 간혹 먹던 맘마를 다시 주기도 할 때도 있다.
  감기에 걸린 동안 한 번만 목욕하고 가제수건으로 세수만 해줬을 뿐이다.
  가끔은 애기 옷도 체온이 떨어질 정도로 젖지 않은 이상 안 갈아입히고 가제수건도 쓸 때마다 새 것으로 갈아서 쓰지도 않는다.
 
  애들은 강하게 키워야 해!라고 대학 때부터 말하기는 했지만 50일이 넘어가면서부터 강박적으로 깨끗함과 청결을 유지하다 조금씩 더럽게 키우고 있는 중이다.
  어느 정도 면역력도 키우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시키기 위해서라도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물론 먼지 등은 없게 매일 청소하고 찍찍이로 찍고 털고 하지만 조금 덜 깨끗하다 해서 아기가 큰 일 나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3.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어
  내년이 되면 멀리 지방으로, 전주쯤?으로 이사를 하자고 하고 싶다.
  아기에게는 자연이 필요하다.
  자연에서 얻는 건강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책으로 공부시키고 교육시키고 해봤자 제한된 상상력과 틀에 갇힌 사고만을 하게 될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붙잡고 교육 시키지 않았어도 집에 책은 많았고, 어렸던 나는 그게 뭔지 궁금했고, 길에서 보이는 간판들이 뭐냐고 물어볼 때마다 엄마는 대답해줬고, 비슷한 글자인데 다른 경우에는 어떻게 조합이 되는지 어렴풋이 알게 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골이었던지라 냇가로 산으로 쏘다닐 때는 겁도 무척이나 많았지만 이누무 호기심은 항상 겁을 이겨서 여러 가지 모험-두근두근 심장이 튀어날 올 것처럼 무서운데도-을 하곤 했다.
  누가 없더라도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놀 수 있었고, 혼자 놀았기에 관찰하기에도 좋았다. 그렇게 놀다 궁금한 게 생기면 책을 찾아가면서 읽거나 부모님께 여쭤보고 백과사전을 뒤지고 놀다 여섯 살이 될 무렵부터는 책을 읽어도 세밀한 감정까지는 이해하지 못했어도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그 시절 읽었던 플란다스의 개, 어린 왕자, 그리스 신화는 지금도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억지로 교육시키기보다 자기 스스로 궁금해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될 때, 그때 차근차근 알려줘도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청소년 시기에 무엇 때문에 이렇게 경쟁하고 치열하게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 성공하는 세상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덕분에 아기에게 공부를 잘 하라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무엇보다 아기가 자라면서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기는 유아기 때밖에 없기에 최대한 많이 놀게 해주고 싶다.
  인공의, 상상력의 제한을 받는 인공적 놀이기구를 통해서가 아닌 자연속에서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응용할 수 있게 하면서.
  어릴 적 진흙놀이도 무척이나 재밌는 놀이 중에 하나였다.
 
  물을 얼마나 붓느냐에 따라 탄성이 달라지던 것을 손으로 느끼고 만지면서, 꽃을 캐면서 뿌리와 꽃은 상관 없는 줄 알았다가 쓰러지는 꽃을 보면서 새롭게 식물에 눈을 뜬 때도 기억에 남기에 더 아기를 자연속에서 키우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4.아기는 아기답게
  둥이 맘인 후배는 우리 아기를 보며 영재 티가 팍팍 난다며 책을 많이 읽어주라고, 인지 자극을 지금 개월 수에 그렇게 요구하는 아기는 흔하지 않다면서 많은 책을 읽어주라고 한다. 머리 좋아봤자 아주 좋은 이득도 사실 그리 없다. 사는 게 살짝 편할 뿐. 천재가 아닌 이상은 거기서 거기이고, 더군다나 머리가 어느 쪽으로 발달했느냐에 따라 그 역시 다르기 때문에 아기가 크는 동안 관심 보이는 것들은 대부분 해보게 해주고 싶다.
  물론 책은 많이 읽게 하고 싶다. 나는 책이 좋았고 책을 통해 내가 평생에 걸려도 하지 못할 경험이나 공부들을 타인들로 인해 수월하게 많이 할 수 있었으며 나름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많은 도움이 됐다 생각한다. 덕분에 책을 무조건적은 아니더라도 장난감보다 책을 더 선호하는 아기이기를 바라지만 그 역시 내 바람일 뿐, 아기의 선택이 어찌 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더불어 지금은 책을 읽히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벌써부터 아기 교육에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일 뿐이다.
 
  미니 팝업 책을 읽어주면 얼마나 단순한 내용이고 닭이니 소니 양이니 하는 것들을 아기가 알 수도 없고, 지금 시력으로 그 그림들이 보이기나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며칠에 한 번씩 읽어주고, 하도 단순한 내용이라 그림들을 보면서 이건 뭐고 이건 뭐고, 이건 이러이러 해서 이런 거고 어쩌고 하면서 말 지어내기에 바쁘다.
  물론 그 시간이 힘들지는 않다. 이야기야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으니까.
 
  문제는 아기가 너무 수다쟁이라는 사실이다. 눈을 마주치고 누워 있으면 얼마나 옹알이를 하는지.
  태담을 할 때도 주변 사람들이 언니 애기는 태어나면 수다쟁이가 되겠다더니 현실이 됐다.
 
  아기 옹알이를 따라 하거나 그랬어? 기분 좋아? 엄마도 좋아? 우리 애기 이쁜 애기. 못 생겨서도 이쁘면 다야? 그럼 다~지. 엄마는 똥똥이 사랑해. 아빠도 많이 많이 사랑해. 아빠도 똥똥이 무척이나 사랑해. 우헤헤헤헤 하면서 한참 옹알이를 주고 받다 웃으면 아기도 따라 웃는 게 참 재미지고 기분도 좋다.
 
  검지만 빨다 이젠 엄지도 빨게 된 아기, 가끔 그 쪼꼬맣고 짧은 손가락으로 가위나 브이 표를 만들 때면 얼마나 귀여운지.
  장난감을 떨어트려 다시 주워 줄 때 주는 척하다 감추고, 주는 척하다 감추면 웃다가 앙앙거리고 다시 웃다가 앙앙거리는 게 또 얼마나 웃기면서 귀여운지.
 
  아기는 아기답게 놀고 먹고 자고, 어른은 어른답게 아기 잘 놀게 해주고 잘 먹게 해주고 잘 자게 해주면 될 일이라는 내 생각이 안일한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시달려야 하는 한국의 구조 속에서 유아기 때만큼은 경쟁이나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아이의 독립된 자아만을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고 되도록이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서방과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면서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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