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스민 공기는 포근하다.
사실 변한 것이라곤 내 곁에 네가 있다는 것 하나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놀라우리만치 변하기 시작했다.
춥던 바깥 공기가 눈에 띄게 따뜻해지고 별 감흥이 없던 세계가 소소한 기쁨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지울 수 없던 허전함이 너로 인해 가득차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새삼 네 존재를 느끼며 손을 꼭 잡았다.
너는 즐거운 표정으로 아장아장 걸었다.
지하철이라 바깥보다는 따뜻한 편이었지만, 무시할수는 없는 온도였다.
너는 개의치 않고 펭귀너럼 걸어갔다. 나는 잠시 과거를 되짚었다.
적어도 우리에게, 싸운 후의 화합은 좋은 날이다.
헤어지고 나서 다시 사귄 날은 으레 암묵적으로 외식을 하러 나갔다.
좋은 날이니까! 제법 큰돈을 써도 함께하는 그 순간이 행복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날도 그런 날이었기에 고기를 먹으러 밖으로 향했다.
"무슨 생각해?"
네가 불쑥 물어오는 바람에 의식이 현재로 끌려왔다.
아니, 아무것도. 시시한 반응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너는 음,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이리저리 보고 있었다.
나는 슬슬 네 뒤로 걸어가 네 어깨에 뒤로 팔을 감았다.
내 품에 네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너는 내가 네 사진을 찍는 게 영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었지만, 이번만큼은 잠자코 핸드폰을 응시했다.
찰칵,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 즉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고 너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도 어서 보여줘, 하고 울어댔다.
일상의 날갯짓. 이만하면 우리는 잘 날고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