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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늘의 웃음.
게시물ID : panic_897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거짓말
추천 : 7
조회수 : 8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04 04: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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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입니다.
재미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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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크의 집에 여동생과 그녀의 가족이 왔다가 그날 바로 돌아갔다. 마크의 여동생은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잠시 들린 것이지만, 마크의 조카는 며칠 동안 있을 것이다. 여름날, 도시의 무더위를 피해 시골마을의 시원한 바람과 숲의 향기를 맡고 싶어하는 여섯살짜리 조카의 간절한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크의 집앞에는 마당과 쭉이어진 둔덕이 있었고, 둔덕은 나무로 만든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작년에 마크의 조카는 그 울타리 안에 피어 있는 꽃과 수풀의 상쾌하고 향긋한 냄새를 하루종일 몸에 지녔었다. 저녁식사 할 때까지 뛰놀고 들어오면 거실과 주방에 조카녀석의 꽃냄새가 진동했으니 말이다. 여섯살 난 말괄량이 숙녀는 수풀 사이에 있던 메뚜기, 방아깨비, 지렁이, 그리고 울타리 안의 양떼와 양몰이 강아지들의 대장이 되었었다.(보더콜리 종인 미키는 그녀를 대장이라기보단 악마로 보았을 것이다. 불쌍한 미키는 괴롭힘을 엄청 당했다.) 

조카는 작년 이맘 때의 경험을 가슴 속 한켠에 예쁘고 즐거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도 작년과 같이 화사하지만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여기저기 뛰놀고 있으니 말이다. 마크는 작년의 나날들과 비슷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느꼈다. 즐거운 데자뷰같은 것이였지만, 작년에 있었던 ‘어떤 일’도 같이 생각나버려 기쁨이 되려 아픔으로 변해버렸다.

뛰어노는 조카처럼 파란 하늘에 양떼구름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하늘 위에 양떼구름이 많이 있지만, 그 하늘 아래의 울타리에 양이 그리 많지 않았다. 작년 비바람 치던 날에 폭풍우가 양무리의 절반을 삼켰었다. 그 기억이 마크의 가슴에 아픔으로 올라왔다. 마크는 하늘의 구름이 작년에 죽은 자신의 양들 같이서 마음이 다시금 심란해진 것이였다. 마크는 미연에 대비를 하지 못해다고 계속해서 자책을 해왔었고, 약간만 정신을 놓으면 항상 작년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로 되돌아갔다. 마크는 이렇게 일년정도 괴로워 하고 있었다. 갑자기 마크는 손안에 있던 땀방울을 세게 쥐며 머리를 흔들었다. 과거로 가버려서 흐리멍터해진 눈빛을 되돌리기 위해서였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그래봤자 양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해보지만, 이 또한 며칠동안 견딜지 두려워지는 마크였다.

***

다음날, 화창한 나날이 어제로부터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었지만 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어제의 시원한 바람과는 대조적이었다. 마크는 후덥지근한 바람에서 서늘함을 느끼고 쭈뼛해진 살갗을 보았다. 하지만, 파란 하늘에 넓게 펴진 깃털구름, 그 아래에서 포근한듯 뛰어놀고 있는 조카를 보며 그 서늘한 살갗의 경고를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제시카 점심 먹을 시간이야, 어서 들어와 삼촌이랑 같이 밥먹자꾸나~~”
마크는 저멀리 있는 조카에게 외쳤다. 제시카는 심통난 표정으로 
“미키가 도망을 갔어요~~ 개를 찾기 전까지 안먹을꺼야~~”라며 삼촌 마크에게 외쳤다. 그러고서는 자기한테서 도망친 개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헛간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 먼저 먹을테니 그리 알고있어~~” 삼촌 마크는 멀어져가는 말괄량이의 뒷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몇 시간이 흘렀을까? 마크는 점심을 먹고 깜빡 잠이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를 깨운 것은 마크의 부인이었다. 걱정가득한 얼굴을 한 마크의 부인이 깨우면서 가리킨것은 창문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며 창문을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마크는 흔들리는 창문을 보며 정신이 번쩍들었다.
‘제시카!!!’

문을 열고 나가자 세찬 비바람이 마크의 얼굴을 때리고 있었다. 오전의 그 후덥지근한 바람은 온데간데 없었다. 잿빛보다 더 짙은 구름으로 뒤덥힌 저 하늘에서 차가운 비바람이 쉴세없이 미끄러져 나오고 있었다. 바람은 이 세상 모든 나무를 송두리채 뽑을 것 마냥 몰아쳤다. 비는 더 이상 마크의 편이 아니었다.

“제시카!! 어디에 있니?!! 제시카!!!!”
마크는 울타리에 근처를 둘러보며 제시카를 찾고 있었다. 울부짓는 듯한 마크의 커다란 목소리는 폭풍우가 삼키고 있었다. 마크를 원래부터 목소리를 잃은 벙어리처럼 느껴질만큼 폭풍우는 사납게 몰아쳤다.

“제시카!! 제시...” 마크는 제시카가 헛간쪽으로 달려갔던 것을 기억했다.
‘아, 이런... 거기에 피해있을지 몰라... 하지만 거기는 기둥이 많이 약한데...’
뛰어가는 동안 작년에 헛간을 보수하지 않은 것이 너무 맘에 걸렸지만, 오직 조카가 무사하기만을 신에게 기도하였다. 
‘신이시여.. 제발 제시카를 무사하게 제품으로 돌아오게 해주옵소서....’
신의 이름을 입에 올려 본적이 전혀없던 그는 철저한 무신론자였지만, 지금 만큼은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올리고 있을 정도로 제시카가 무사하길 바랬다. 빗물인지 침인지,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만큼 그는 온몸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헛간쪽으로 미친듯이 뛰어갔다.


헛간의 지붕이 보여야만 한다. 


여기 큰 바위가 있는 갈림길에서 헛간의 지붕이 보여야만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크는 살아있는 제시카를 생각하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헛간쪽으로 몸을 간신히 옮기고 있었다.

제시카의 모습이 보였다. 무너진 헛간에서 반틈만 나온 제시카의 등에는 그 어린 것이 짊어질 수 없는 무거운 지붕을 짊어지고 있었다. 축늘어진 팔과 젖은 머리카락, 보이지 않는 얼굴. 그 옆에는 머리에 상처가 난 미키가 있었다. 낑낑거리며 제시카의 얼굴을 햝고 있던 미키는 창백해진 제시카의 얼굴을 여태까지 계속 햝고 있었던듯 했다. 내쪽으로 보이지 않는 얼굴, 절대로 뒤돌아 보지 않는 얼굴, 강아지가 햝아도 미동도 없는 얼굴.... 

마크는 그만 주저앉고, 흐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폭풍우는 멎어가고 있었따. 오직 잿빛구름만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집으로 가고 있는 마크의 양손은 지독한 싸움의 흔적같이 피부가 여러군데 터져있었고, 손가락, 손바닥 가릴 것없이 여기저기 나무가시가 박혀있었다. 그 아픈 손으로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또 다른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마크의 눈물이 일그러진 그의 얼굴 주름사이로 흘러 내리고, 침은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 아래로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뒤에는 이마부분이 째져 빨간살이 들어난 미키가 축늘어진 꼬리로 힘없이 마크를 따르고 있었다.

남쪽하늘에는 초승달 모양만큼만 구름이 개어서 파란하늘이 드러났다... 웃는듯이...
출처 와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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