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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3입니다. 애들 말들이 놀랍네요.
게시물ID : sisa_8979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333221
추천 : 22
조회수 : 2938회
댓글수 : 71개
등록시간 : 2017/04/19 17:28:19
안녕하세요. 현재 서울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고3입니다. 멘붕게에 쓸까 하다가 여기에 써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거 연령 인하에 대한 논의가 꽤나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것 같은데, 그게 어느 순간 쏙 사라지고 어느새 벌써 철 지난 이야깃거리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기 이전부터 수요집회나 민중총궐기에도 몇 번 나가보고, 작년 말부터 시작된 이번 촛불집회에도 꽤 나갔었는데, 그럴 때마다 제 나이 또래의 중, 고등학생들 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꽤나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목소리를 냈었는데, 결국엔 또 이렇게 청소년들은 온전히 배제한 채로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니 솔직히 많이 아쉽네요. 뭐, 제 생일이 좀 늦은 편이라 만 18세로 연령이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전 투표를 못하겠지만.

선거연령 인하를 주제로 말을 할 때 보면 많은 분들이, 선거 연령이 인하가 된다면 그게 문재인님의 당선에 큰 영향을 줄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군요. 과연 꼭 그럴까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저 또한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학교에서 들은 말들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문재인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계속 들어봤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나 알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그 말은 결국 이렇게 이어지더군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다 퍼줄 거다. 그래서 안 된다." 이런 말은 요즘 노년층에서도 잘 안 쓰는 표현인 걸로 알고 있는데, 만 17세 애들에게서 들으니, 다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애들은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더군요. 내가 있는 반이 특수한 것일까.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복도에서 다른 반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들어봤는데, 이번에도 같은 얘기가 들려오더군요. "문재인만은 안 된다, 문재인은 북한에 다 퍼줄 거다." 뭐, 이번엔 결론은 달랐습니다. 그 애들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더군요.

비록 투표는 못할지라도 <대한민국이 묻는다>가 나오자마자 구입하고, 문재인님이 경선에 승리했을 때 뛸 듯이 기뻐했던 사람으로서, 어차피 그 애들도 투표는 못하지만, 설득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애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무슨 최면에 걸린 것 마냥 "문재인은 북한에 다 퍼줄 거다"를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거의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네요.

그러고보니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생각나더군요. 당시엔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학교 애들 중에 "당연히 박근혜가 되어야 한다", "박근혜가 정치를 잘할 거니까 박근혜를 뽑아야 한다"이런 말 하고 돌아다니는 애들이 상당히 있어서 멘붕이었던 기억.

도대체 무엇 때문인 걸까요. 부모의 영향 때문인 걸까,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여기는 완전히 민주당 콘크리트 지역입니다. 그런 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 때문에 홍준표나 안철수를 지지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종북몰이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더군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모든 애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랑 비슷한 애들도 있고, 위에 써놓은 것 같은 애들도 있고, 열심히 민중의 소리 기사 퍼다나르는, 투표할 수 있다면 이번 선거에서 기호 10번 뽑을 것 같은 애도 있습니다. 또, 완전히 무관심한 애도 있구요. 이번 선거에 누가 나오는지, 문재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것 같은 애도 있더군요. 

뭐, 아무튼... 좀 멘붕이었던 하루였습니다. 이따가 토론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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