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광주에 있는 모 대학에서 대학원을 다니다, 지금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대구 근교에 있는 모 대학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죠.
이쪽에 딱히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원래 혼자 방에서 간단하게 맥주 홀짝이는 걸 좋아해서 오늘도 닭똥집에 맥주나 마실까 해서 원룸 근처 닭발집에 갔습니다.
지난번에 지나가다 들러봤더니 맛이 괜찮았거든요.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손님이 두 테이블 있고, 주인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 바로 앞 테이블에 아주머니 두 분, 약간 안쪽 테이블에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
제가 들어가자 문 앞 테이블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주인 아주머니를 부르셨습니다.
그 상황이나 그 뒤에 오고간 대화를 들었을 때 두 테이블 다 자주 오는 단골이라, 주인 아주머니와 어느 정도 안면도 있고, 친분도 있는 사이인 것 같았죠.
주인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나와서 저를 보자마자 콧소리를 섞어가며 "어머! 우리 두번째 보네요!! 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때까지만 해도, 되게 기억력 좋으시구나 싶기도 하고, 너무 반가워하신다 싶기도 해서 그냥 애매한 상태였어요.
아무튼 주문해놓고 맥주를 사러 잠시 근처 편의점에 갔습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 카드리더기가 잘 안됐던 게 기억나서, 간 김에 ATM에서 돈을 찾았고요.
다시 닭발집으로 가서 기다리는데, 이상하게 주인 아주머니가 계속 콧소리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거시더라고요.
뭐가 좀 이상한 것 같기는 한데, 그냥 사교성이 좋은 아줌마인가 보다, 콧소리는 원래 목소리가 그렇겠지 생각하면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기다리는데, 그 뒤로도 계속 아주머니가 요리하는 중간 중간 주방을 나와서는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말을 거시는 겁니다.
그때까지도 그냥 외지에서 혼자 사는 게 안쓰러워 보여서 계속 말 거나 싶었는데, 안쪽 테이블에 있던 아저씨가 대뜸 "아이! 아줌마, 그러지 마!! 그 사람도 그거 다 알아들어요!!" 하면서 아주머니를 다시 주방으로 보내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죠.
제가 이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사투리를 그렇게 심하게 쓰는 것도 아니고 똑같은 한국어니까 알아듣는 게 당연한 건데, 왜 저렇게 얘기하시지 싶었죠.
그래도 크게 별 의미 두지 않았고, 그 뒤로 아주머니는 한 번씩 저한테 말을 걸었고, 입구 앞 아주머니 두 분도 "아유, 왜 저래~" 하면서도 재밌는 구경하는 것처럼 보시더라고요.
이내 주문한 음식이 다 되어서 돈을 내고 나오려는데, 아까 그 아저씨께서 저를 불러세우셨습니다.
"저기요, 잠시만요."
"네? 왜 그러세요?"
"맛있다 있잖아요, 맛있다. 그건 중국어로 뭐라고 합니까?"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가 군휴학을 했던 20대 중반 이후부터 유난히 중국인이냐는 오해를 자주 받았거든요.
이번에도 그거더라고요.
제가 중국인이라서 무슨 얘기 해도 잘 못 알아들을 줄 알고, 옆에서 계속 말 걸면서 놀리고 있었던 거...
그래서 아까 중간에 다 알아들으니까 하지 말라고 했던 거고요.
그냥 대답해 주고 나올까 했는데, 제가 중국어는 전혀 몰라서 대답할 수가 없길래, 솔직하게 "모르겠는데요." 했더니 표정이 굳으시더라고요.
'어? 왜 모르지? 설마 중국인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어... 혹시 중국인... 아니세요? 코리안?" 하고 물어보시는데, 그 와중에도 한국인이냐고 안 물어보고 코리안인가 싶어서 "네, 한국인이요." 하고 그냥 나왔네요.
저야 그냥 오해받았다고 생각하고 끝나면 되는데, 만약에 진짜로 한국어 알아듣는 중국인이었으면...
어쩌면 사소한 거지만, 이런 얘기가 퍼지면서 우리나라 이미지를 조금은 나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여담) 그나저나 언제 먹어도 닭똥집 양이 적어요.
다음에는 2인분 사야지.
엄마가 이 얘기 듣더니 그 가게 다시는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근처에 닭똥집이나 닭발 파는 데가 여기 밖에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