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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취향 급소름주의) 발자국을 남기지 마라5
게시물ID : panic_898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빅킹오징어
추천 : 26
조회수 : 239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8/06 01:50:15
팽팽하게 조여왔던 긴장이 풀린 나머지 꼴사납게 바닥에 대자로 뻗은 내가 뭐가 그리 대단한지
영진이는 계속해서 다행이다. 잘했다 위로해주더라고요
 
다시 가길 권유하는 영진이 말에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지 쓸데없는 용기가 나더군요

영진이가 전에 했던 말도 신경이 쓰이고 저 또한 같은 생각을 안 해 본건 아닌지라
둘은 차를 돌려 다시 폐 정신 병동으로 향했습니다.
 
그녀가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성이거나 할 테고
사람이 아니라면 저희가 다시 찾아간들 그곳에 없거나 혹은 우릴 기다리고 있거나….
어떤 상황이 되었든 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에게 볼일이 있는 거라면 혼자가 아닐 때
특히 영진이라는 든든한 놈이 옆에 있을 때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참을 달리던 도중 문득 영진이 말이 생각나 답을 듣고자 물어봤죠


영진아 저번에 해야 할 말이 있다는 거.. 있잖아..



아.. 아…. 그거라면 신경 쓰지 마 네가 잘 버텨준 덕분에 이제는 문제 될 거 없으니까



조수석에서 무엇인가 찾는 듯 뒤적거리면서 성의 없게 말하는 놈을 보고 서운한 감이 있었지만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곳에 같이 가주는 것만으로 영진이에게 고마웠기에 더는 묻지 않았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넘어와 10여 분 남짓 거리에 문제의 폐 정신 병동이 나올 즈음


이걸로도 충분하겠지….라는 말과 함께 영진이 녀석이 무엇인가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챙겨 넣는 걸 보고

무엇인지 물어보려다 전방 주시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질하는 녀석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폐 정신 병동을 올라가는 언덕길을 오르니 잊혔던 아까 일이 되살아 나는 듯싶었습니다.

어딘가 그녀가 숨어있거나 저희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 밖으로 차마 나갈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겁에 질려 할 것을 염려한 듯 녀석은 일찍이 내려 주위를 살피고 있더군요

한참을 돌아보던 녀석의 조용히 나오라는 손짓을 본 뒤에서야 운전석 밖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 낡아 부식된 건물과 조화를 이뤄 빽빽이 쏟아있는 나무들이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왠지 그 장소만큼은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이빨이 다닥다닥 소리를 낼 정도로 추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도 안 보이는 것...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무섭더군요

어디서 숨어서 보고 있거나 갑자기 튀어나온다거나 공포영화에서 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이 많은 건지 새삼스레
생각하고 있는 와중 녀석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영진이는 건물 안으로 이미 들어간 생태였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인상을 팍 쓰고 계속 노려보고 있더라고요

저도 직감적으로 그곳에 누군가 있다는 걸 느꼈지만 절대로 올라갈 마음은 없었습니다.


숨죽인 상태에서 머리 움직임만으로 올라갈 거냐 가지 말자고 표현했지만, 녀석은 무시하고 아주 조심스레 고양이 발로 계단을 올라가려 하는 겁니다.

밖에 혼자 있기도 무섭고 따라가자니 또 그녀를 마주하게 될까 봐 무섭고 피차 무서운 상황이라면 둘이 있는 게 그나마 났겠다 싶어
떨어지지 않는 발을 옮겨 녀석 등 뒤에 붙어 올라갔습니다.

녀석은 긴장할 법도 한데 겁을 먹고 조심스레 올라간다기보단 그녀석에게 고양이가 새를 낚을 때처럼 그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게 숨을 죽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등에 붙어 몇 개 안되는 계단이 왜 이렇게 많게 느껴졌는지…. 중간 이상 올라오니 잘 안 들리던 소리가 점점 정확히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 !#%)(!#% 산발적인 고함소리와 비명소리에 그녀다! 싶었습니다.

거의 울상이 된 저를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고정된 녀석의 시선이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우리는 2층 계단 끝에 서서 좌우를 살핀 후 소리가 들리는 좌측 복도로 이동했습니다.


계단 밑에서 들었던 것과 달리 확실히 들려오는 소리에 심장이 터질 거 같았습니다.

철로 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오래된 나무 가구가 끌려 나는 소리.. 침대 스프링 소리..

조그마한 창문을 통해 그녀를 보고 숨을 집어삼키며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가관이었습니다.


산발의 머리칼 옷은 왜 그런지 찢어져 반라의 상태에 양손에 무언갈 들고 침대를 마구 때리면서 뭐라 뭐라 소리치고 있는 겁니다.


충분히 위험해 보이는 상황에 숨죽이고 영진이를 끌고 나오려고 했는데 꼼짝을 안 하더라고요



아까만 해도 영진이가 도착해 위험한 상황이어도 돌아오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녀석에게 죄책감이 들었던 저는
소리를 낼 순 없었지만 온몸으로 화가 났다는 것을 표출한 후 억지로 끌고 나오려 했습니다

나보다 덩치는 작았지만, 워낙 몸이 다부진 놈이라 힘으로 어쩔 수가 없었죠 그래도
녀석은 제 마음을 아는지 무엇인가 하려던 손을 오른쪽 주머니에서 꺼내며 순수히 끌려 나오는척하더라고요


다시 왔던 길을 돌아와 계단을 내려갈 때 특히 조심해야 했습니다

이쪽 저쪽 계단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를 잘 못 밟는 날엔 그녀가 듣고 쫓아올지도 모르니까요

서로 발끝. 발가락으로 걷다시피 계단을 내려오는데 그 순간 소름이 돋는 겁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들려왔던 소리들이 죽은 듯 조용해진 거죠

정말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뒤따라오던 영진이 등 너머로 시선을 옮겨졌는데

산발이 된 여자가 저희를 내려다보고 있더라고요



순간적으로 야! 뛰어!라고 소리친 뒤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 내려왔습니다
진짜 살면서 그렇게 빨리 뛰어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안전한 곳은 차 안이라 생각하고 달리면서 차 키를 확인 한 후 차에 타 시동을 켰습니다.

영진이가 조수석에 타면 바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죠


계단에서 현관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닌데

시동을 킨지 한참이 되어도 그 녀석이 나오질 않는 겁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덜컥 겁이 나더군요

그 녀석 잘못됐으면 더 이상 다른 친구들을 볼 낯도.... 아니.. 무엇보다 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시동을 켜놓은 채로  어찌 된 상황인지.. 혹시 위험한 것이라면 구해줄 생각으로 차에서 내리려는데

올라오는 언덕길이 환해지더라고요


순찰 도는 순경 차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는 겁니다.
구세주라도 만난 듯 올라오는 차 창문에 달라붙어 아저씨! 친구가 위험해요! 도와주세요 하며 호들갑을 떠니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안듯 순경 두 명 중 한 분이 앞장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주시더라고요


밖에 남은 한 분은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밖에서 저와 있었는데

먼저 들어간 순경이 꼼짝 마!라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는 분명 그녀의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몇 초 후 총소리가 들렸고 뒤에 남아있던 순경 한 분이 화들짝 놀라며 욕을 하면서 뛰어 들어가더군요

상황을 알리 없는 저는 따라 들어갔습니다



먼저 들어와 있던 순경은 엉덩방아를 찍었는지 주저앉아 계셨고 산발의 그녀는 구석에 쪼구려 앉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해대고

문제의 영진이는 그들 중간에 대자로 뻗어 있었는데..

거무튀튀한 액체가 머리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겁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주저앉아있는 순경을 두어 대 때린 뒤 영진이를 차에 태운 뒤 근처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을 들을 여유도 없었습니다.

단지 이 녀석이 잘못되는 건 아닌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리겠다는 생각뿐이었던 거 같습니다.


30여 분 달려 도착한 병원에 시동도 끄지 않은 체 녀석을 들쳐 업고 무작정 뛰어 들어갔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지만 그땐 녀석을 살려야 된다는 생각뿐이어서

진짜 있는 힘껏 소리쳤습니다.


긴급환자로 분류되어 의료진들이 영진이를 데리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을 본 뒤에도 쿵쾅 거리는 심장이 조금도 가라앉을 생각을 안 하더군요


꾀나 긴 시간이 흐르고 저도 모르게 잠들었는지 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습니다
친구 놈들이 영진이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모두 와있었는데 하나같이 다들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녀석들도 신경이 날카로운듯싶었습니다.

끝까지 지키고 있으려는 저를 보더니 억지로라도 병원 밖으로 밀어내더라고요

너도 영진이랑 나란히 병실에 누워있고 싶지 않으면 들어가서 좀 쉬다 나오라 하더군요


녀석들의 고집에 꺾여 나오긴 했지만 약 두어 시간 걸리는 거리에 집까지 가서 쉬다 오기가 싫어

근처 찜질방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며칠 만에 처음 자는 것이라 세상모르고 자던 와중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떠보니
이미 오후 3시를 넘기고 있더라고요
 
부재중에 한 통의 전화도 와 있지 않은 걸 보니 아직도 수술 중인가 싶어 혹여 잘못된 건 아닌가 싶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 앞까지 도착하니 친구 녀석 중 두 놈이 누군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어제 주저앉았던 순경이더군요


물론 그로 인해 생사를 오가는 영진이를 생각하니 도와달라고 한 입장에서도 곱게 보이진 않아

시비조로 그를 대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도 그는 허리를 숙여 죄송하다 말하더군요

구차한 변명이지만 들어달라는 그의 청에 어제 벌어진 일 모두를 듣게 됐습니다.



긴급하게 도와달라는 저를 본 뒤 뛰어들어간 곳에서 그가 본 상황은

영진이가 계단 위에서 그녀 목을 조르며 위협하고 있었고
그는 그녀가 저와 일행이라 생각해 위협용으로 권총을 꺼내 들어 경고했다는 겁니다.

그의 경고를 못 들은 듯 눈이 반쯤 뒤집혀 가는 여성을 보고 본인도 모르게 발포했는데
실탄이 아니라 공포탄이라 하더라고요

공포탄 발포 소리에 영진이가 뒤를 돌아 순경을 봤는데

어두운 곳에서도 확연히 보일 정도로 시뻘건 눈을 하고 자신을 노려 보더랍니다.


겁에 질려서 뒷걸음질 치는 와중에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영진이가 쓰러졌다 하더군요


아무래도 여성이 들고 있던 무언가로 머리를 내려친듯싶었는데


사람의 머리를 죽일 듯이 내려친 여자치고

깔깔깔 웃는 모습을 생전 처음 봤다더라고요

그렇게 얼마간 웃더니 구석에 쪼구려 앉아 누구랑 대화하는지 혼자 중얼중얼 거리는 걸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고 그랬습니다
 
자신이 보고있는 사람들이 귀신인가 싶었다더군요

그 뒤에 저와 다른 순경 분이 들어온 것이고요
제가 들어오고 영진이를 부여잡고 소리치는 걸 보고도 상황이 정리가 안되더라 하더군요

그러다 저에게 맞고 나서야 자신이 잘못했구나 생각이 들더랍니다.


비록 위협용 공포탄 이더라도 사람을 향해 쏘는 법이 없는데

그땐 왠지 고통스러워하는 것인지 비릿한 비웃음이었는지 여성의 표정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잃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일이 벌어진 뒤라 하더라고요



연거푸 한참 연장자인 순경 분이 저와 친구들에게 허리 숙여 사과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가 겪었던 모든 것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저라도 분명 이성을 잃고 잘못된 행동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막상 공포탄만이 영진이를 다치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과할 부분에 대해선 확실히 사과를 드리고 보내드렸습니다.
순경 분이 가서고 친구들 이야기를 들었는데 후두부에 강한 타격이 와서 정신을 잃었던 것이고
수술은 잘 끝났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녀석이 입원한 병실에 들어가니 다람쥐처럼 과자를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는 영진이가 보여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과자가 입으로 들어가냐?


어? 배신자 아냐?


마음 한구석을 후벼파는 말이지만 녀석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뭔가 미안한 마음과 씁쓸한 무언가가 느껴지더라고요
입원한 녀석에게 어제 일을 물어보는 것도 아니다 싶어

며칠간 입원해 있어야 한다는 영진이 녀석을 뒤로하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이었습니다.


영진이가 무사한 모습을 보고 안심은 되는데 무언가 풀리지 않는 듯 먹먹한 겁니다.


저번에 하려 했던 말을 지금까지 안 해주는 것도 그렇고..
그녀에게 봉변을 당하진 않았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그녀를 위협하고 있었다는 부분도 그렇고...


올라오는 길 내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을 떨쳐 내 버릴 수가 없더군요..


그때 ..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처음 보는 번호였습니다.



여보세요?



어디세요?


어... 지금 남동 IC 넘어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근데 누구세요?


집으로 가신다고요? 가시기 전에 이곳 먼저 들렀다 가세요.



생전 처음 대화를 나눈 상대가 오라는 곳에 갈 일이 없지만..
왠지 모르게 가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를 돌려 그분이 말한 곳에 도착하고 보니 이단아 회원님이 입원하고 계신 병원 앞이었습니다.


정문 앞에 적지 않은 인원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는데
하나같이 한복을 차려입고 있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을 걸려 하는데


내가 누군지 아는 듯 어서 오시라는 말과 함께 저를 데리고 병원 안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그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이단아 회원의 병실이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무척이나 수척해진 회원님을 보니 뭔가 마음이 아팠습니다.


여자친구분에 대해서 차마 어떻게 말을 떼야 할지 고민하던 중 저를 데리고 병실로 들어온 몇 분이 서 이단아 회원님의 옷을 갈아입히곤

모시고 밖으로 나가는 겁니다.
심각하게 마르셔서 걱정하던 와중 밖으로 모시는 걸 보고 뭔가 싶었습니다.


스타렉스에 모두 올라타는 걸 보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저에게 곱게 차려입으신 한 중년의 여성분이 오시더니 대뜸 이러는 겁니다.



조그마한 호기심에 대가가 너무 크죠?





그 말을 듣고 나서 저는 아무런 말없이 스타렉스에 올라탔습니다.









이들을 따라간다면..


무언가 알 수 있지 않을까.....
출처 빅킹오징어 먹물 속 박테리아 손톱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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