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인연들과 넷상에서나마 연락을 주고받을수
있다는, 순기능이 부각되었던 예전의 페이스북과는
달리, 현재의 페이스북은 릴베충들과 페북거지들만
이 득실대는 쓰레기장이 되었다. 그러한 페이스북
의 현황에 나는 염증을 느끼었고, 지금 당장 페이스
북 계정을 삭제한다고 해도 전혀 아쉬울 것이 없었
다. 다만 그것은 군대에 있는 친구들과의 유일한 연
락망을 끊는 행위였기에, 결국엔 원 계정을 파기하
고 새로운 핸드폰 계정을 만드는 차선책을 따랐다.
그런데 새로운 계정을 만들자 마자, 친구 신청이 들
어왔다. 같은 고등학교에 같은 보충수업을 듣긴 했
지만, 시선 몇번 마주치고 말 한마디 안나눠본 아이
다. 곧이어 또다른 친구신청이 들어왔다. 같은 반이
긴 했지만 그때도 별로 말이 오가지 않았고 졸업후
에도 연락이 전혀 없었던 아이였다. 이틀이 지나자
친구 신청은 점점 늘어났는데, 위에 언급된 유형의
아이들이 절반이 넘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대부분 현재까지 연락을 주고받거나 연락을 받았을
경우 어색하지 않게 인사할 수 있는 인연들을 '친구'
라고 여길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매사가 낙천적
인 아이가 아닌 이상 서로가 잘 알것이다 -"난 너를
친구로 여겼는데 넌 아니었구나"라는 비극이 발생할
일이 없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 이후
카톡 한번 없던 아이들이나, 전혀 인연이 없었던 아
이들이 저리 쉽게 친구 신청을 할 수있는 이유는 무
엇일까? 친구라는 기준이 페이스북에서는 달라지기
때문일까.
고민 끝에 나는 결국 친분이 없던 아이들을 제외한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즉 지나간 연인
들의 친구신청을 받아주었다. 그사람이 좋아요 수
와 친구 수로 허세를 부리는 페이퍼 갱스터던 누구
던 간에, 상대방에게 친구 신청을 했는데 무시당하
는 것과 같이 비참하고 무안한 일은 없을거란 생각
하에서. 그러나, '진정한 인연'인 친구의 기준이 페
이스북에선 다소 가벼이 여겨지고 있는 현실이 나
나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으며, 씁쓸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