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이야기다.
그의 부인이 자던 도중, 깊은밤 누구 목소리를 듣고 깨어났다고 한다.
[이봐.] 라는 목소리에 눈을 떴지만, 머리맡에는 아무도 없다.
잠이 덜 깬 와중에도 무심코 이불 위에 정좌하고, 안 보이는 손님을 맞았다고 한다.
[갑자기 일이 생겼는데, 지금 손이 너무 부족해. 근처에 사는 것도 인연인데 혹시 부인의 손을 좀 빌려 주시겠는가?]
평소 주변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걸 중요시했던 부인이기에, [그럼요.] 하고 즉답했다고 한다.
근처라니 어디 이야기지?
일이라니 무슨 일?
내가 뭘 해야 하는거지?
당연히 떠올라야 할 그런 질문들이, 어째서인지 전혀 궁금하지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곧 [고맙네.] 라고 대답이 돌아왔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지만, 그 사이 소리는 사라진 후였다.
이상한 꿈을 꿨다 싶어, 부인은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오른팔의 감각이 사라진 것이었다.
어깨부터 아래쪽이 움직일 수는 있는데 신경이 죽은 것마냥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고 한다.
무언가에 부딪혀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니.
부인은 당황해 병원을 찾았지만, 정밀 검사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당혹한 나머지 부부끼리 큰 병원을 찾아가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처음 이상한 꿈을 꾸고 팔에 감각이 없어진지 일주일 지난 밤.
이번에도 깊은밤 깨어나 [고맙네. 덕분에 살았어. 폐를 끼쳤구만.] 하고 한마디 들었단다.
그리고 다음날, 오른팔은 아무 문제 없이 감각이 돌아와 평소처럼 지내고 있단다.
근처 할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산신님이 한 일일거라고 말하셨다고 한다.
그 주변 산신은 팔다리가 하나씩 밖에 없어서, 일손이 부족할 때면 마을에 내려와 팔과 다리를 빌려간다는 것이다.
[도대체 신님은 산속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 걸까요?]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더불어 이건 여담인데...
나중에 지인과 둘만 남았을 때, 지인에게 슬쩍 찔러봤었다.
[신한테 팔을 빌려줬다니, 대단하잖아. 뭐라도 받은 거 아냐?]
그러자 그는 우물쭈물거리더니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
[...그게, 그... 뭐라고 해야하지... 팔에 감각이 돌아온 후로는 엄청나다고... 그날 이후로말야. 아내는 모르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산신님은 남편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테크닉을 선물로 준 모양이다.
자세히 전할 수는 없지만 부부 금슬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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