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의 파란만장 했던 초딩 때의 사건들을 서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똥이라 함은 저에게 있어서 떨어트려 놓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늘 함께 해왔죠.
단순한 소화의 과정을 지나서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느낌입니다.
그 발자취를 같이 더듬어 가보죠.
잊을 수 없는 똥 사건 셋
때는 초등학교 2~3학년 때 였습니다.
명절 전 날이었을 겁니다. 들 떠 있던 기분이 납니다. 그 날도 어딘 가 가족들이 가는 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부모님은 집에 없으셨고 혼자 저는 안방에 있었습니다. 안방에는 티비가 있었구요. 티비에선 디지몬 어드벤처를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손에는 켐밸 포도가 한 송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과일을 꼽으라면 수박, 메론, 포도, 귤, 참외 정도가 되겠는데요. 요즘은 수박이나 메론을 좋아하지만 어렸을 때 여름 과일로는 무조건 포도였습니다. 캠벨 포도의 그 새콤 달콤한 맛을 거부하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워낙 식성이 좋은 저였습니다. 포도 한 송이를 해치웠으나,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무슨 특집으로 티비에선 만화를 연방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엄마가 내어 놓은 포도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검보라 빛의 켐밸 포도 알들이 자신을 따먹어 달라는 눈빛을 보냈습니다. 저는 친히 포도를 흐르는 물에 솔솔 씻어서 다시 안방으로 왔습니다.
저는 다시 티비 속 디지몬 세상 속으로 들어갔고, 무의식 중에 뻗은 접시 위엔 앙상히 남은 포도의 뼈따구와 처참히 빨려버린 껍질들만 수북히 쌓여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때 저는 이만 손을 털었어야 합니다.
저는 또 냉장고로 향했습니다. 냉장고엔 반창통만 보이고 더 이상 포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의 어머니도 제 식성을 알고 계시기에, 포도를 숨겨 놓으신 겁니다. 어머니들의 선견지명은 어찌 이리 들어맞을까요. 더 이상 먹으면 배탈이 날걸 저의 어머니는 아시고 계셨던 겁니다.
저는 용케 또 야채 칸을 뒤진 끝에 숨겨져 있던 포도 송이들을 발견하기에 이릅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한 송이도 아닌 두 송이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호로록 호로록 포도 두 송이를 흡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네 송이의 포도를 섭취했습니다.
당장의 어떤 신체적 변화도 저는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목구멍까지 포도가 찬 느낌을 제외하면 전혀 이상할 게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오시고,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 순간까지 저는 포도 더 먹었다고 잔소리 들을까 그것을 걱정하였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중생이었죠.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어린 초딩이었습니다.
집 문을 나서는 순간. 제 배에서 감도는 그 서늘함을 느꼈지만, 저는 간과해버립니다.
아파트를 나서 마트에 물건을 사러 엄마와 함께 걸어가는 길이었습니다.
정수리 위로 번쩍 하고 번개가 튀어 올랐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우뚝 설 수 밖에 없었고 온 신경이 온통 배로 갔습니다.
'싸늘하다..'
'창자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괄약근은 똥보다 강하니까..'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습니다. 1초가 10년처럼 느껴졌습니다.
허허 벌판에 저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주위엔 제 키만큼 자란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솨아아 내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합니다.
눈을 감습니다. 이미 머리칼의 사이 사이엔 땀이 베이기 시작했습니다.
등 줄기를 타고 한 줄의 번개가 내리칩니다.
창자를 타고 감아 도는 검은 물줄기의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곧 이 물줄기는 블랙홀이 되어버립니다. 창자가 뒤틀리기 시작하며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블랙홀은 계속 그 덩치를 키우며 계속하여 하강합니다.
자연 앞에 인간은 너무나도 작아져 버립니다.
저는 엉덩이에 힘을 주고 다리를 꼬기 시작했습니다. 마트는 불과 15m 앞에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직감적으로 제 상태를 파악 하신 듯, 빨리 뛰어서 화장실을 가라고 하셨습니다.
이미 제 영혼은 육체를 벗어난 지 오래였습니다.
그것이 제 마음대로 되면 제가 이러고 있었을까요.
한 발, 한 발 떼는 그 자체로도 저에겐 두려움이었습니다.
블랙홀의 압박은 이제 괄약근에 인접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려는 순간.
블랙홀은 서서히 수그러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잔하게 바뀌 듯이요.
저는 혹시나 모르는 2차 공습에 대비하여 재정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마트에 입성.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마트의 화장실은 마트의 2층, 마트를 들어 가자마자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야만 갈 수 있었습니다.
마트는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저마다 얼굴에는 명절만의 그 단람함이랄까요, 여유, 행복 같은 것들이 묻어있었습니다. 나도 그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그 포근함을 가지고 있을까 하며, 마트 안에 비치 되어있는 전신 거울에 눈이 갔습니다.
거울 속엔 똥이 언제 나올지 전전긍긍하는 근심 어린 초등학생 하나가 식은 땀을 휘날리며 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화장실로 가는 계단을 하나 밟았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는 태풍의 눈 안에 있었고, 이제 곧 그것은 끝이 나며 다시금 검은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는 것을.
두 번째 계단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깨달았습니다.
이 무지막지한 녀석은 두발 전진하기 위해 한발 뒤로 물러섰다는 것을.
세 번째 계단.
저는 이 날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의 참 뜻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네 번째 계단.
똥이 샙니다.
다섯 번째 계단.
안쪽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립니다.
여섯 번째 계단.
무릎 접히는 부분에 똥이 고입니다.
일곱 번째 계단.
똥이 정강이를 감아 돌아 내립니다.
여덟 번째 계단.
발목까지 올라온 양말의 끝이 노랗게 물이 들기에 이릅니다.
아홉 번째 계단.
마음을 비웁니다.
열 번째 계단.
엄마가 보고 싶습니다.
열 한 번째 계단.
또 한번 배 속의 진통이 느껴집니다.
화장실에 들어 가기 전 저는 계단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제가 올라 왔던 계단에는 꽃이 피어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설사가 바지 끝 단에 맺혀 있다 떨어지며 빗어낸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가 이청준님의 눈길입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죠.
자식을 떠나 보내고 어머니 홀로 눈길을 돌아오며 아들과 함께 걸은 길에 찍힌 발자국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그 소설 속 어머니.
저의 어머니는 제가 남긴 똥길을 보며 한숨을 내셨습니다.
어머니는 화장실에서 기다리라 했습니다.
저는 화장실에서 쭈그려 앉은 채 아무도 화장실로 안올라오길 바랬습니다.
10분 후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왔습니다.
"똥싸배이!"
이렇게 어머니의 목소리가 반가울지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화장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제 똥 묻은 옷을 벗기고, 화장실 청소용 호수로 제 몸을 손수 씻겨주셨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온 옷으로 갈아 입히시고, 제가 만들어 놓은 똥길을 휴지로 초벌구이를 하시고 대걸레로 마무리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위대하십니다. 여러분, 글을 쓰다 보니 감정이 북받쳐 올라 나오려는 똥을 주체 할 수가 없습니다..
잊을 수 없는 똥 사건 넷
역시나 초딩 때 사건입니다.
초딩 때 필수로 피아노 내지는 태권도를 하지 않습니까. 저는 태권도장을 다녔습니다.
새로 생긴 태권도장 이었는데, 개업한 첫 날 저는 등록을 하여 다녀서 사부님과도 친했고, 짬도 제일 높았습니다.
그래서 사부님이 간간히 저에게 아이들 준비 운동을 하게 하시고, 품새 시범 때 저를 모델로 시키시기도 했습니다. 나름 프라이드를 가지고 책임의식을 가지고 도장을 다니던 어느 날.
사건은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찾아 오는 것이었습니다.
태권도장 끝에서 끝까지 달리기를 하며 기초체력 훈련을 하고 있던 때 였습니다.
한 발 한발 디딜 때 마다 방구가 불불불 하고 나오는 것입니다.
뽈뽈이 방구 아시죠?
걷거나 뛰는 템포에 맞게 뽈뽈거리며 나오는 방구.
혼자 그렇게 전력 질주를 하며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방구에 웃음을 참았습니다. 그것이 어떤 시련을 줄 지 모른 채.
시간 시간 5분.
물은 100도에서 끓습니다. 사람의 배는 언제 끓을까요?
발차기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옆차기요. 일렬로 줄을 서서 돌아가면서 매트에 발차기를 하는 훈련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따로 괄약근에 힘을 줄 필요가 없을 정도 였습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흘린 땀들은 곧 식은 땀으로 변합니다.
괄약근의 힘이 들어 갈 수록 발의 높이는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따라 사부님은 이것 저것 많이 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 폭탄을 달고서 저는 버텼습니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초등학교 다닐 때 저는 집이 아닌 곳, 학교나 학원 같은 곳에서 똥을 산다는게 왠지 창피 했습니다. 똥 싸는 걸로 애들이 놀렸거든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똥 싸는게 금기시 되는 분위기 였습니다. 싸러 갈 때 일부로 다른 학년이 쓰는 층에 간다던지. 몰래 최대한 신중히 쌌던 기억이 납니다. 똥 안싸는 척도 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 먹어도 똑같은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는 그것이 똥이 아닌 자기 위로였고 고등학교 때는 그자기 위로가 아닌 하는거였고. 아무튼 그랬다구요.,,,
제가 그랬다는건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냥.
훈련의 마지막으로 겨루기를 하기에 이릅니다.
하필 제가 제일 마지막이었습니다. 식은 땀을 흘리며 바닥에 최대한 똥구멍을 밀착시켜 앉아 버텼습니다. 새려는 방구도 참았습니다. 똥이 나오기 직전의 방구라 냄새를 달고 나올게 뻔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똥 싸기 직전의 방구 참으면 그 자식이 들어갔다가 똥을 데리고 온다는 걸요....
이런 느낌이죠. 초딩이 10시 넘어서 피시방을 하고 싶은데 안된다고 알바가 돌려보내니까 부모님 데리고 오는 느낌.
똥이 괄약근을 문을 두드리는게 느껴 졌습니다. 괄약근을 사이에 두고 똥과 제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겨루기를 하는 동안에도 제 신경은 온통 똥구멍에 쓰여있었습니다. 저는 최대한 동작을 자제한 채 겨루기에 임했습니다. 상대방의 발이 저의 옆구리, 허벅지, 엉덩이를 때렸지만 맞고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겨루기가 끝나고, 마치기 위해 도장을 정리하고 모두가 모이는 때에. 한 아이가 바닥을 유심히 들여다 봅니다. 애들이 하나 둘 모여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뭔지 궁금하여 가까이 다가 갔습니다. 바닥에는 검지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갈색 덩어리 하나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책임 의식이 있던 남자 입니다. 용기 내어 무릎을 꿇어 그 덩어리의 냄새를 맡아 봅니다.
똥이었습니다.
제 똥이었습니다.
괄약근이 밀고 나오는 똥을 다 잡아 낼 수 는 없습니다. 그걸 가지고 괄약근을 나무라면 안되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헤드락을 해보십시오. 친구의 머리는 빠져나가지 못하지만 감싼 팔에 빈 공간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틈으로 삐져나온 똥이 데롱데롱 달려 있다가 겨루기 할 때 엉덩이를 맞았을 때 잘려 나간 것 같았습니다.
곧 사부님이 오시고, 사부님도 역시나 코를 갖다 대보시고 .
"누가 똥 쌌노" 하셨습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 당돌한 녀석이 한 아이 한 아이 엉덩이의 냄새를 맡기 시작합니다.
간이 철렁 했습니다. 이번 달 회비 낸 지도 얼마 안됬는데.....ㅅㅂ...
그 개코 자식이 제 앞에 멈춰 섰습니다.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왜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엉덩이엔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갑니다.
그 자식이 저의 뒤로 돌아들어 갔습니다.
눈을 질끈 감습니다.
"야"
"그만해라 마치자"
사부님이셨습니다. 사부님은 휴지를 가지고 와 똥 덩어리를 주워다가 화장실에 버리고는 그날 훈련을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