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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선생님을 찾아뵙고 사과를 받겠다던 사람입니다. 후기 씁니다.
게시물ID : soda_9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킹쾅쿵쾅
추천 : 20
조회수 : 4059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5/08/24 09: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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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나의 트라우마 극복기
먼저 글을 쓰기 앞서,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사이다라고 이 글의 정체성을 밝힙니다.

(제 글에 있던 논란을 보니 가슴이 아파 미리 밝히는 바입니다.)




얼마전 수학여행 도중 베란다를 넘다 선생님께 걸려 무자비하게 뺨을 맞은 뒤, 폭행과 관련한 상황이나 영상만 보더라도 

당시의 무기력했던 자신과 인격적으로 짖밟힌 기억에 힘들어하다 이를 정면으로 극복하고 당사자에게 사과받기 위해 선생님을 찾아뵈려했던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110381&s_no=1110381&kind=member&page=1&member_kind=humorbest&mn=323017

이 글 작성자 입니다.

당시 먼저 잘못해 놓고 체벌 받은것에 대해 말이 많다는 등의 논란이 있었는데

그래도 후기를 쓰겠다고 약속을 드린바 이렇게 나마 후기를 씁니다.



일단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서로 좋게 대화를 했고 생각보다 선생님과 제가 잘맞는것 같아 앞으로 종종 뵙고

여러군데 돌아다니며 문화답사등도 같이 하며 앞으로 가깝게 지내보자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제가 한 '맞을 만한 짓'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저 또한 제가 베란다를 통해 옆방으로 건너 간 것은 잘못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번 그 상황이 온다면 완전 안하겠다 말씀은 못드리지만 그래도 이것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확언 못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제가 졸업한 학교가 당시 그 지역에서 꽤나 선생님과 학생 및 학생간의 폭력이 유명했습니다.

또한 당시 전학생인 제게 그 학교 친구들은 이레저레 시비걸거나 트집을 잡으려는 일종의 텃세를 부리는 중이었으며,

(당시 저는 문과이고 그 학교에 있던 먼저 알고 지낸 초,중 동창 친구들은 이과였습니다.)

저는 그 학교가 3번째 고등 학교로 잦은 전학으로 부모님 뵐 낯짝도 없었고 이번엔 꼭 이곳에 적응해야 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도 또한 앞선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전 원래 모범생에 좀 더 가까운 타입이었기에 그전엔 그와 같은 일탈적 행동을 거의 해보지 않았지만

그 날은 분위기가 자연스레 전학생인 제가 넘어가야만 하는 상황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저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놀아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제가 베란다로 넘어간 것을 선생님들께서 직접 본 것이 아니고 학생중 누군가가 먼저 와서 선생님께 알렸다 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제가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왕따적 분위기라거나 다수의 암묵적 강압 등에 대해서는 이전글에서 변명이 될 것 같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

라 적었지만, 다수의 전학 경험이 있는 제게 당시 그 압박은 전학생 특유의 촉으로 볼때 일종의 통과의례적 텃세정도 였던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만 베란다를 넘게 되고 이를 학생 중 누군가가 선생님께 알렸으며, 당시 가장 과격하셨던 그 선생님께서 제게 폭력적 체벌을 가함으로써

저는 '전학생'에서 일종의 의식을 치른 그들의 '일원'이 되었다는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시 가장 과격한 선생님도 골탕먹이고 전학생인 제게도 그런 폭력적 '시험'을 치르게 했던것 같다는게 선생님 의견입니다.

듣고 보니 그 일을 계기로 저희반과 문과반 학생들과 급격히 친해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당시 한 행동에 대해 잘못헀음을 인지하고 있고,

그것에 대해 후회도 하지만 다시 그 당시로 간다면 저는 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고 말씀 드릴 수 없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자칫 제 잘못으로 사고가 나 선생님들께 피해를 줄 수 도 있는 상황이란 건 저도 이해합니다만,

제가 아직 어리석고 정신적으로 강하지 못해, 그런 강압적 분위기에 정면으로 맞서며 아이들을 향해 '나는 안한다'고 할 자신이 없습니다.

물론 안한다고 하는 것이 옳다는 것 또한 알고 있으며 앞으로는 그렇게 되기 위해 제 스스로 성장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그 뒤 선생님께서도 교사 생활을 이어 나가시며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등으로 인해 체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의 인식은 그것보다 더욱 급격히 변하게 되면서, 자신 또한 여러 일을 겪고 생각이 바뀌셨다 합니다.



그 중 한 사건에 대해 간략히 말씀 드리자면, (선생님과 가벼운 맥주한잔과 함께 수다를 6시간정도 떨엇던 터라 두어가지 사연이 헷갈렸습니다.)

수학여행을 도중 평소 문제아들이었던 한 무리의 학생들이 음주를 즐긴 뒤 베란다를 타고 담을 넘어 밖으로 나가려 했었답니다. 

담을 넘는 과정에서 살갖이 찢어져 꿰메는 학생도 있었으며 문제가 컷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선 어김없이 그들에게 무지막지한 체벌을 가하셨는데 그들 중 한 학생이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바로 신고를 했고, 

학생들이 음주를 한 것과 베란다를 타고 나가 담을 넘은 것 등의 죄목이었기에 형사처벌은 면했고 교내 근신 및 유기정학에 정도에 처해졌으며 

자신은 그 뒤 폭행으로 고소를 당해 교사직까지 위험할 지경에 처하게 되고, 그 피해 학부모들에게 모욕적 언사를 듣고

굴욕적인 사과를 거듭 하신 끝에 합의를 보게 되어 이런 저런 징계는 받으셨지만 교사직은 계속 이어나갈 수 있으셨다 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이나 학부모 사이에선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교사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잘못했단 의견이 다수였고

또 이로 인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사태가 무마될 때 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합니다.

자신이 앞장서서 아이들을 훈계하며 선도할땐 다들 편해하며 잘하고 있다고 말하다가 정작 사고가 터지니 나몰라라 하는 동료 교사들의 태도나

자신이 교편을 잡기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옳다고 믿고 해왔던 행동들이 틀렸다는 것에 대한 충격으로 교사의 직책에 회의감을 느껴

현재는 선생님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하시려고 시험을 보려 한다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그 사건 또한 올바르게 법이 준수 되었다면 위와 비슷한 결과를 맞아야 하는데,

자신이 비겁하고 바르지 못해 당시에는 그 죄를 면할 수 있으셨다 말씀하시며 진심으로 사과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중 누군가가 먼저 가서 선생님께 일렀다는 내용을 듣고 멘붕이 와 부들부들 거리던 제게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폭력이 만행하고 학교 분위기가 서로 고자질을 하며,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새로와서 경계를 해야할 필요가 있는 전학생들에게

선생님께 맞을 만한 상황을 유도하여 매를 맞게 하는 일은 선생님들이 초래한 일이라며, 그것까지도 당신께서 제게 사과를 구하시며

그만 잊으라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선생들이 먼저 사건 해결을 폭력으로 하니, 폭력을 문제 해결의 한 방식으로 인식하게 되어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이 있거나 누군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다면 폭력으로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고,

또 자신의 폭력이 미치지 못할 상대는 더 강한 상대인 '선생님' 들에게 그 역할을 교모히 전가해서 이를 완수하려 헀던것 같다' 라고 하시며

'지금 체벌이 완전 금지된 것은 정말 잘된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자신의 과오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더군다나 선생님이 제자에게 이렇게까지 말씀해 주신다는 것에 

엄청난 감동을 받고 정말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으며 그간 선생님과 또는 그와 비슷한 권위적인 존재에게 가졌던 적대감이라던지

공포심 같은 것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것을 느꼇습니다.

또한 상담치료만으론 한계가 있던 근원적인 해방감을 느끼며 좀 더 구체적으로 당시 기억에 대해 맞서 같은 존재앞에서 더이상 무기력함이 아닌

대등한 사람대 사람의 관계로 대화를 해 봤던 것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선 말을 이어 선생님께서 말씀은 '자신이 그 전엔 잘못했다는 것을 몰랐지만 최근 몇 년간 정말 뼈저리게 느꼇다'면서 '나이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잘못한게 있으면 사과를 하는게 당연하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나이들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잘못을 무마시키려 하고 반성하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은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며 안하무인으로 나오는 것에 비난할 자격도 없다고 농도 하시며 사과엔 지위나 나이와 상관없이

잘못한 사람과 피해를 받은 사람만 있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이런 말씀들 듣는데 어쩌면 제가 앞으로 평생 존경하며 모셔야할 은사님이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을 뵌 목적을 달성한 뒤 서로 근황을 나누며 관심사를 이야기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정말 유익한 말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은데 그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쓰겠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트라우마에 대항하려 한 것도 상담 선생님의 조언이었습니다.

몇몇 분들께서 자신도 트라우마가 있으시단 댓글을 쓰셨는데, 힘드실 거란거 알지만 그래도 좀 더 풍족한 정서적 행복을 위해

저희 상담선생님 말씀처럼 그 트라우마에 용기를 내시어 한번 부딪혀 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렇기에 조심스레 이를 권유해 봅니다.

상담치료만으론 해결할 수 없었던 좀 더 근원적인 부분에서의 해방감 같은걸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에 이런 저런 우려를 보이신 분들이 많아 만남을 갖고 난 다음날 주고 받은 문자를 보여드리며

제 나름 예를 갖춰 선생님을 뵈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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