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추위에.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올해라고 해 봐야 고작 두 달여를 넘겼을 뿐이지만, 살을 에워싸는 추위는 지독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네 집까지는 기껏해야 오 분 정도의 거리지만 그마저도 발을 동동 구르며 뛰어가야 하는, 그야말로 극한의 추위였다.
길은 왜 이렇게 긴지, 내 발 걸음은 왜 이렇게 느린지, 걷는 시간은 왜 이렇게 안 가는지.
온갖 생각을 동여매고 꽁꽁 언 발을 내딛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다면 과장하겠냐 마는,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 벌써 얼어버릴 것 같아서 한 걸음씩 조심스레 내딛었다.
혹여 넘어져서 코가 깨지진 않을까.
쓸데없는 노파심이 피어올랐을 무렵에야 네 집에 도착했다.
습관적으로 문을 열고, 여상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아무렇게나 외투를 벗어놓은 후에야 나는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너는 평소처럼 동그란 눈동자를 빛내며 잘 왔다고 반겨줬다.
물론! 나는 내심 수긍하며 이불로 몸을 꼭 싸맸다.
"밖에 춥니?"
물론이올시다. 지나가는 길, 처마마다 언제 본 고드름이 길게 달렸더라. 에이, 나는 대답 대신 너를 이불 쪽으로 끌어당겼다.
너는 발 완전 차갑네, 온도 올려줄까 등의 소리를 했지만 나는 그보다 네 온기가 필요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너를 놓았다.
너는 가벼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감기 걸리겠어."
"잘 왔어."
뜬금없는 동문서답, 네 의중을 짐작하기엔 충분했다. 아무렴, 잘 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