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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홀린 듯이 굿 날짜를 잡고 왔어요 (약간 길어요)
게시물ID : gomin_9006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hsc
추천 : 3
조회수 : 43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1/12 12:47:30
안녕하세요
오유인들의 글을 읽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작성해봅니다
 
어제 홀린 듯이 굿을 하겠다는 날짜를 잡고 왔는데
이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옳은 행동을 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되어
여기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어제 근무를 함께 하는 선배가 사주를 보러 점 집에 갈 건데
흥미 있으면 같이 갈래?하고 묻더군요.
 
여태 해봤던 거라곤 철학원에 가서 신년운세를 보는 수준 정도로 재미로 봐왔던 터라
운이 좋으면 좋은 것이고, 나쁘면 털어내면 되지,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친구와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그 점 집을 찾아가기로 했었는데
무당 분이 마침 제가 있던 동네에 있다면서 선배네 집으로 찾아오게 되어
선배의 집에서 상을 펼쳐놓고 운세나 궁금한 것들을 묻기로 했습니다.
 
제가 제일 마지막으로 봤는데 제 생년월일을 말하기도 전에
'정신이 쏙 빠졌네'라면서 저는 증인을 데려와서 이야기를 맞춰봐야한다는 겁니다.
(선배나 제 친구는 혹시 말해주고 싶지 않은 것을 말할 수도 있다면서 따로 따로 봤거든요)
 
선배와 친구를 양 옆에 앉혀두고 무당 분이 저에 대해서 풀어놓으시는데
제 친구가 맞다고, 저는 그런 성격이노라고 공감을 하는 거에요.
 
그리고 제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도 하셨어요
제 외가 쪽이 신기라고 해야하나, 조상신을 받아야하는데 받지 않아서
이모들, 그러니까 저희 엄마 대까지 무당을 하지 않고 내려왔거든요
그래서 엄마를 비롯한 이모들은 교회나 성당을 신실하게 다니시고 그 중 한 분은 목사님이 되셨어요
 
목사님이 된 이모는 제가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영'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런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고 엄마가 말씀도 하셨고
그 이모가 제일 기운을 세게 받아서 신 내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공부를 하여 목사님이 되었다고요.
이모들 말씀으로는 교회를 다니고 있으니 이제 신기가 대물림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사실 이모들이 전부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이 있었거든요. 저희 엄마도 몸이 약하시구요.
그리고 목사님이 된 이모 밑에 딸, 그러니까 제 사촌언니도 신학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언니는 신기를 막기 위해 한 것은 아니고 엄마인 이모가 목사님이시다보니 자연스레 그 쪽 방향으로 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신기가 제게 있다는 거에요.
나무 비녀를 꽂아 쪽머리를 진 할머니가 제 어깨 위에 보인다면서 사람이라든지 다른 것들을 잘 맞추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제가 감이 좋은 편이라는 소리는 자주 듣습니다.
학교 다닐 적에는 시험 공부에 열중하다 잠들면 꿈에 시험 문제가 나오기도 했고
(거의 다 맞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 똑같은 시험문제가 나온 적도 있고 대학교 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뭔가 뒤숭숭한 꿈을 꿔서 조심하면 사고?라고 해야하나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했구요.
 
그런데 보통 이런 꿈들은 다들 꾸는 거잖아요.
이가 빠졌으니 위아래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 같은 꿈풀이가 가능한 꿈들이요.
저도 대게 그런 꿈이었어요.
 
친구가 꿈에서 울고 있길래 눈 뜨자마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정도?
그러면 거의 친구가 힘든 일이 있거나 울고 있긴 했어요.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제가 전화를 걸어서 걱정을 하니 많이 위로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사람 파악 하는 것에 있어서도 감이 좋다는 소리를 잘 들어요.
저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이야기를 몇 번 해보고 내게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제 나름의 판단을 해서
더 친해질 것인가 안친해질 것인가를 결정하거든요. 근데 이것도 보통 다들 하지 않나요?
말투가 사나우면 '저 사람은 말이 너무 직설적이야, 같이 하면 소심한 내가 상처를 많이 받겠어' 이런 정도요.
 
어쨌든 이런 감이 맞는 경우가 잦아서 제 친구들은 남자친구가 생기면 항상 저에게 먼저 소개를 해줍니다.
그리고 어떤 타입 같냐고 물어서 제 느낌대로 이야기하면 그 자리에서 맞는 경우도 있고
그 자리에서는 맞지 않다고 하다가도 시간이 흘러서 '진짜 그 사람이 그렇다라고'라는 소리도 듣기도 하고.
 
저는 사실 사람에 관한 제 '감'이라고 불리는 것은 저의 노력에 의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심리학 쪽에서도 관계 심리학이라고 해야하나 사람간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이것과 관련한 책도 많이 읽는 편이고, 그래서 그 뭐라고 해야하지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일 거야, 라고 추측하면서 판단 후
맞추는 것이 재밌기도 했고요.
 
제가 남들보다 좀 더 '사람 관계'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막연히 그럴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무당 분은 그게 다 저의 신기가 원인이라고 하더라고요.
최근에 제가 곁에 있던 친구에게도 그 친구의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도 했던 터라 친구는 계속 맞장구를 치고요.
 
그러면서 그 무당 분이 하는 말이 제 어깨에 있다는 거 조상신인 할머니가 저를 가로 막고 있기 때문에
제 운이랄지 사주가 현재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신내림을 받기엔
제게는 '신'이라는 (귀신신? 뭐 그런 한자였던 것 같아요) 글자를 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은 몸이라
그 할머니를 위로하여 천길? 천도?로 보내드리는 굿을 해야한다고 하더라고요.
 
무당 분이 계속 끊임없이 강조해서 말하더라고요
자신이 보기에는 만약에 곁에 선배나 친구 없이 이런 말을 저한테만 했을 때
제가 '흥, 맞추지도 못하는 군'하고 흘려들을 것 같아서 이 말이 맞다고 증명해줄 증인이 필요했다고요.
아니나 다를까 제가 아집이 세다고 그 무당 분이 말씀하셨는데
저는 사실 제가 아집이 센 줄을 잘 모르겠거든요.
근데 친구는 맞다고 고집이 있어서 하지 않겠다는 건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하고요.
물론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어요
저에게 누군가 무언가를 부탁했을 때 제가 앞에서는 '하겠다'고 말하더라도 뒤 돌아서서는 '안해'라고 하는 사람이라더군요
근데.... 친구는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라고 했는데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건 아니고.. 하여튼 저런 상황이 몇 번 있기는 했어요.
 
그리고 최근에 좀 기묘한 일을 겪었습니다.
저는 연결해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한 달 쯤 전에 갑자기 '한복'이 갖고 싶어졌었어요.
그 친구에게 나 한복 살까, 하고 물었는데 친구가 쓸데 없는데 돈 쓰지마 해서 그냥 웃고 말았거든요.
제가 옷 입는 것에 있어서 테러 수준이라 주변에서는 저를 '패션 테러리스트범'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래서 그냥 한복도 그런 것처럼, 그래 사지 말라고 하니까 안사는 게 좋겠지 했는데
그 후로 머리 뒤쪽으로 목까지 너무 아픈 겁니다.
 
무당 분 하는 말이 할머니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못했을 때 제 뒤통수를 세게 퍽! 때린데요.
그래서 최근에 어깨나 목, 머리 아프지 않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랬더니 친구가 그 한복 얘기를 덜컥 하는 거에요.
얘(저)가 뜬금 없이 한복이 갖고 싶다고 했다고. 그 후로 목이 아팠다고.
그리고 최근까지도 어깨가 아파서 친구가 제 어깨도 많이 주물러주고 그랬어요.
 
무당 분 말씀이 제가 내년에 되면 더 아플 거래요.
할머니처럼, 온 삭신이 쑤시는데 이유는 알 수 없을 거라고.
근데 그 말이 맞아요. 제가 어려서부터 관절염 비슷하게 꼭 늙은 사람처럼 관절이 안 좋았거든요.
쭈그려 앉는 것도 못하고, 심지어 제가 지금 이십대인데 무릎과 허리가 어느 정도 아프냐에 따라
눈이나 비가 얼마나 올지도 잘 맞춰요. 그 때는 웃으면서 '인간 일기예보'라고 했는데
얘기들이 점점 맞아떨어지는 기분이 드는 거에요.
뼈에서도 자꾸 우두득 소리가 나서 병원을 가보면 이상 없다고 하기도 했고..
 
할머니처럼 좋아하는 음식이 있냐고도 물었어요.
무당 분 생각에는 딱딱한 걸 싫어하고 말랑말랑한 것들을 엄청 좋아할 거라고 했는데
저는 튀김류를 굉장히 좋아해요. 편식도 심하고.
정말 그 말대로 딱딱한 건 제가 싫어해서 잘 안먹으니 치아도 안좋고...... 그치만 할머니 입맛이라니, 틀렸구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제 친구가 거의 기절할 것 처럼 얘기하더라고요.
 
얘(저), 양갱. 양갱 엄청 좋아한다고.
친구들은 달기도 하고 말랑거려서 싫어하는데 제가 엄청 좋아한다고.
...;; 맞아요 양갱 좋아해요. 친구들이 그래서 웃기다고 많이 사주기도 했고;;
양갱이나 유가(그 사탕 같은 거), 모니카? 모나카? 나 두유.. 같은 거 많이 좋아해요.
그 시골 할머니 댁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꺼내주는 그 큰 비닐 속에 무더기로 들어있는 그런 과자.
슈퍼나 편의점에서 파는 과자들은 제가 한 봉지를 다 먹으면 입천장이 까져서
잘 안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말랑말랑한 모나카나 양갱을 좋아해요.
근데 이것도 막 자주 사먹는게 아니라 있으면 먹고 없음 안먹는 수준인데...
 
그래도 막 이것저것 따지고 있자니 무당이 하는 말 그대로인거에요.
내 얼굴 보고 때려맞추는 건가.. 싶기도 한데 너무 심각하게 말하니까 민망하고;;
제가 어이 없어서 막 웃었더네
'이건 웃을 일이 아니야. 진짜 심각한 건데 당사지만 모르네'하시기도 하고.
 
제 얼굴이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는 얼굴인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남들보다 더 빠르게 늙을 거라고도 했어요.
저는 외모에 관심이 없어서(그래서 패션 테러리스트범이라고도 하고..)
화장도 안하고 다니거든요. 스킨 로션도 엄마가 떨어졌는지 확인할 정도고.
얼굴에는 세수 정도?..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여기까지만 이야기 나누고
 할머니를 위로하는, (지금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안나는데)
할머니를 내리친다고 했던가? 쳐내야한다고? 여튼 그런 굿을 하자고 했다면
저는 안했을 거에요
 
근데 저희 엄마 아픈 곳을 짚어 내면서 저희 집 동생의 사고수를 말하는데 마음이 덜컥 하더라고요.
제가 물었어요
'제가 할머니를 위로해드려서 보내드리면 엄마 아픈 게 나아지고, 동생이 다치지 않을 수 있나요?'
무당 분은 이렇게 답했어요
'확실하게 전부 낫고 사라진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동생이 사고가 나더라도 죽지 않게, 덜 다치고
네 엄마 눈물을 멈추게 해줄 수 있지'
 
아.... 진짜 그 때부터 눈물이 펑펑 났어요
저희 엄마는 강단 있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 타입이세요
어떤 일이든 앞에 서서 지휘하고 이끌어나가는 것을 좋아하시고 보람 있어 하시는 분이시고
그렇게 일을 맡으면 수월하게 잘 마무리하시거든요. 강하다고 해야하나.
저희 가정도 엄마가 그렇게 이끌어 왔었고, 엄마 직장에서도 역시 엄마 스타일 대로 이끌어오던 분이신데
요즘 들어 자꾸 머리가 더 아프다고 하시고 울고 그러셨거든요
제 살던 날 평생, 엄마가 그렇게 슬프게 울던 적이 없었어요.
우는 것은 작년부터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는데
엄마답지 않게 지난 날에 대한 후회랄지, 엄마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 엄마와 우리들의 안타까움 ..
울 때마다 대게 이런 것들을 말씀하시곤 하셨어요.
 
저는 엄마를 몹시 존경합니다.
엄마로써 저를 어엿한 성인이 될 때까지 길러주신 것은 물론
엄마는 단 한번도 엄마가 원하고자했던 뜻이나 길에 대해 굽힌 적이 없거든요.
그 당당한 자신감이 부럽고도 존경스러웠어요.
그런데 이다지도 존경하는 내 엄마가 제 앞에서 하나 둘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니, 마음이 너무 아팠거든요.
 
무당 분은 제가 생각한 엄마의 모습을 콕콕 맞췄어요.
'네 엄마는 다 좋은데 입에 칼을 물고 있네. 네 심장에 비수를 많이 꽂았겠구나'
 
저희 엄마는 엄마가 강한 만큼, 남들도 강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저는 엄마를 존경하는 한편으로 그런 엄마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힘든 일을 겪으며 사회 생활에 난항을 겪자,
친구 엄마들은 모두 '네가 힘드니 마음이 아프다, 힘 내라'를 비롯하여 '그렇게 힘들면 잠시 쉬어도 좋다, 엄마는 네편이다'
뭐 이런 류의 위로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희 엄마는 제가 직장 생활에 대해 찡찡거리면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는 거고, 여길 벗어난다고 해서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이직을 하면 지금 네가 욕하는 것보다 더 심한 상황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 때마다 도망갈 거니?
네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엄마는 너에게 참 실망이다'라고 더 모질게 채찍질 하셨어요.
네. 사실 다 맞는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엄마가 말한 대로 견디며, 힘을 내고 좀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 꿋꿋이 버티고 있어요.
 
그치만.. 가끔 정말 너무너무 힘들어서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정말 그 힘든 상황을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아, 네가 그래서 힘들었구나.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니'하는 따뜻한 말.
저는 아주 가끔이라도 한 번쯤은 해주길 바라는데..
 
하지만 최근에 제가 직장 관련하여 너무 힘들어 통화했을 때도 저희 엄마는
'엄마도 너무 힘들어, 너까지 이렇게 말썽 부려야겠니? 네 친구 누구는 엄마 고생했다고 같이 해외여행도 갔다던데
너는 엄마한테 그런 말은 못해줄지언정, 계속 투정 부릴 거야?'하고 전화를 뚝 끊으셨지요.
끊고나서 펑펑 울었습니다..... 어... 제가 정말 못나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점쟁이는 이런 제 마음을 읽은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것까지도 하나하나 언급하더라고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가 요즘 들어 자꾸만 울고 있고, 몸이 아프다는 말씀을 하셔서
엄마의 마음도 지쳐 있는데 내가 엄마를 너무 의지하는 통에 엄마에게 저까지 짐이 된 건가..
그래서 정말 이 털어내는 굿을 해서
엄마의 눈물이 멈춘다면........... 해야겠다고요.
 
돈과 관련하여 망설이는 제게
다른 곳에 가서 제가 다시 점을 보면 그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천만원 대의 '내림굿'을 권유한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털어내기 굿을 한다고 해도 오백~칠백 정도의 큰 돈을 요구할 거라고요.
무당 분은, 자신도 그런 신기를 받아서 내림을 받았던 터라
저한테 150만원(굿을 위한 음식? 등을 위해 이 돈은 꼭 필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을 말씀하셨어요.
 
선배가 7년 전에 굿을 했는데 그 때 선배가 130만원을 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진심으로 날 생각해서 하는 말인가 싶어지기도 하고...
선배가 옆에서 내가 아직 나이가 어리니 날을 잡고 더 고민하고 생각한 후에 하면 안되느냐고 했더니
하늘과 나의 사주를 맞춰 길일을 잡는 것이기 때문에 번복하면 큰일이 난다고
정말 하겠다고 단단하게 마음을 먹었을 때 말을 하라고 하더군요.
 
음력 10월까지가 하늘 문이 열리는데 좋은 시기라면서 이번 달까지가 최적기라고 했어요.
그래서 결국엔 하기로 하고 날을 잡았지요.
제 직업 상 이미 스케줄이 다 정해진 터라 이번 달은 날을 잡기가 힘든데,
할머니가 18일, 18일.. 막 이렇게 길일을 잡아줬대요.
소름 돋게 딱 그 날이 저한테 몇 안되는 쉬는 날이에요.
 
제가 있는 직장에서 이번에 사람들이 많이 그만둬서 제가 이번 달에 딱 이틀 쉬거든요.
벌써 하루는 쉬어서, '쉬는 날도 없는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했는데
저도 기억 못하는 쉬는 날을 짚어내니 정말 이건 해야되나보다 싶기도 하고.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긴 한데
150을 내고 네가 마음이라도 좀 털어버리면 좋은 거 아니냐.
물론, 무당이 말했던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찝찝하지 않냐고.
친구는 계속 해야한다고 자신이 나를 오래 지켜봐와서(그 친구랑 안지는 6-7년 정도 입니다) 네가 어떤지를 아는데
그걸 다 맞춘 게 저 사람 아니냐고. 정말인 거 같다고 그러고.
 
그리고 여기에 다 적지는 못했는데 제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도 좀 많이 맞췄어요.
 
날을 잡고 어제 밤에 돌아오면서 저랑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 친구도 엄청 놀라워하면서 선배와 비슷한 말을 하더라고요.
자신이 팔랑귀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미 날도 잡아버렸으니 해야할 것 같다고.
 
방금 그 굿을 위해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저희 엄마한테는 말하지 못했구요. 아마 엄마는 하지 말고 교회를 가자고 하실 거 같아요. 이모한테.
그리고.. 제 동생 사고수가 있고 엄마도 안좋다는데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통장에 대출 받은 돈을 확인하고 앉아있자니 정말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싶어지네요.
그래서 몇 자 적으려던 게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제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요?
 
굿 하기 전에 친구와 그 할머니가 갖고 싶어했을 (무당 말이 맞다면) 한복을 사러 가기로 했습니다.
무당 분 말이 그 할머니는 발이 작으니 220~225 신도 하나 사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허튼 곳에 돈을 쓰는 건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듭니다. 아직 제 나이에 150은 너무 큰 돈인데.
만약에 대출을 받은 것을 엄마가 안다면 엄마한테는 또 무어라 말해야할지.
그리고 이걸 하고 난 후에 정말 그 말대로 우리 집안에 사고가 일어났는데 피해가 적다면,
그 때의 나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해마다 한 번씩 총 세 번을 하면 된다고 하는데 우선 그 날 첫 굿을 해봐야 알겠지요?....
(무당에게 3년을 해야해요? 이랬더니 3년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라더라고요)
 
아직도 마음은 갈팡질팡 합니다.
18일에 내리치는? 굿을 하고 와서 정말 나아진다면 여기에 또 털어놔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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