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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토론에서 심상정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게시물ID : sisa_9007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들의황혼
추천 : 24
조회수 : 976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7/04/20 16:09:28
어제 토론을 보는 내내 화가 났다.

다른 후보들이 문재인을 공격해서가 아니라 
1위 후보가 다구리를 맞을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 KBS의 병신같은 룰 세팅과 
심상정의 지난 민주 정권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악담에 화가 났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신기하게 다른 후보는 뭘 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들이 무엇을 주장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문재인 후보가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주먹을 맞아가며 이야기한 공약만 기억에 남는다.
(이건 내가 문재인 후보 지지자라서 사심이 작동한 결과일수도 있다.)
그리고 팩트 체크하려고 문재인 후보 공약을 다시 찾아본다.

생각해보니 어제 토론이 문재인 후보에게 그리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지도 않다.

주적 발언?
그걸로 등 돌릴 지지자면 이미 문재인을 지지하고 있지도 않은 사람이고,
온갖 사리 쌓아가면서 문재인 지지해 온 사람들은 주적발언 같은거 코웃음친다.
하물며 북한과 직접 총을 맞대고 싸울 국군에서조차 이제 쓰지 않는 주적 용어따위.

자고 일어나서 머리가 좀 가벼워진 김에 심상정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어제 토론에서 심상장이 왜 주 타켓을 문재인으로 삼았을까?

솔직히 심상정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선에 나왔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상정 본인도 스스로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거고,
지금 당장 대통령 권한을 심상정에게 줘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한다.
마치 세 살짜리에게 백근짜리 도끼를 쥐어주는 꼴이랄까?
군소 정당에서 대통령이 나와도 현재 원내 상황에서는 허수아비밖에 될 수 없다.

그러니 오히려 심상정은 대통령이 되길 원하지 않을 것 같다.
정의당이 지금까지 도덕적으로 깨끗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정권을 잡고 국정을 운영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권을 잡고 손에 똥과 피를 묻혀야 하는 상황이 되면 지금까지처럼 선명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정의당이 사는 길은 지금까지처럼 철저하게 외부자로써 존재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럼 심상정은 왜 대선에 나왔을까?
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현재 정의당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다.
정의당의 코어 지지층의 수만으로 당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
메갈 사태에 이어 지갑 당원들이 대거 이탈했다.

그리고 이 당원들은 지금 더민주를 지지하거나 무당층이 되었다.
정의당을 지지할 정도의 사람들이었다면 정의당에서 이탈한다고 정치무관심층이 되지는 않는다.
정치에 한 번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씨발씨발하면서도 정치 기사를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팩트 체크를 한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할 정치인을 찾아 헤매고 결국 누군가를 찾아가는데 그게 더민주다.

정의당을 지지했을 정도 사람이라면 아무리 정의당에 실망해도 구 새누리나 국민당을 지지할 사람들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정의당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적폐세력이 아니라 더민주다.
그래서 더민주를 까야만 살 수 있다.

어제 심상정의 발언 중 방점은 양극화와 비정규직 파견법에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 정권 10년을 공격하면서 비정규직층에게 자신을 어필한거다.

심상정이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비정규직과 저소득층 계층에게 "너희가 더민주를 지지하더라도 너희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니 정의당을 지지하라." 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수권준비도 안 된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기만이다.
오히려 이게 사기에 가까운거다.

지금 세상이 더욱 살기 힘들어진 것은 민주 정권의 탓보다 적폐 세력의 탓이 크다.
그러니 그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려면 적폐 세력을 청소하는데 힘을 합쳐야한다.

그러나 자기 당의 안위를 위해 적폐 세력을 청소하려는 더민주를 공격하는게 기만이 아니고 무엇일까?

심상정은 정의당 펀드가 수십일 동안 2.5억을 모으는 동안 문재인 펀드가 1시간만에 360억을 모으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을거다.
그래서 문재인을 공격해서 그 일부를 다시 빼앗아와야 한다고 생각했을거다.
위악조차 투쟁의 수단이라고 말하던 심상정에게 어제의 모습은 위악 그 자체였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현수막을 걸고 민주 정권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악의 결정체와 처절함이 함께 보였다.

하지만 이건 좋은 수가 아니다.
시대 정신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하책이다.
어제 심상정의 모습은 우리 나라에서 왜 진보 정당이 성장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적폐 세력만 국민이 아닌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는게 아니다.
진보 정당조차 국민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선민 사상에 빠져 자신과 코어지지층을 위한 정치를 한다.
그러니 이런 앞뒤가 바뀐 정치를 하는 것이다.


말 나온김에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평하자면

안철수는 존재감 자체가 없었다.
한 마디 충고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독재자가 대통령이 된 적은 있어도 비겁한 간잽이가 대통령이 된 적은 없다.
문재인을 앞에 두고 유승민을 이용해서 문재인을 디스하려고 한 순간 안철수의 그릇이 드러났다.
조금이라도 더 영리한 유승민이 말려들지 않아서 안철수의 꼴만 더 우스워졌지만.
만약 안철수가 다음 대선에도 출마한다면 (그 때쯤 구 새누리당도 어느 정도 내분을 끝내고 다시 합쳐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철수는 2위도 힘들고, 잘해야 3위일 것이다.

홍준표는 자기 지지층을 명확히 안다.
하지만 독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코메디언을 지지할 수 없다.
지금 홍준표의 지지율은 박근혜가 남긴 마지막 유산이다.
아마 지금보다 유의미하게 지지율이 증가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홍준표의 목표는 15% 득표하고 당권잡는 것이겠지만 아무리봐도 요원하고 빚폭탄과 함께 몰락하리라.

유승민은 그 동안 합리적 보수로 잘 포장해왔지만 어제 색깔론을 들이밀며 자기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미국 전술핵을 운용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가 유지된다는 발언을 했을 때 실소가 나왔다.
비핵화의 의미조차 모르는 발언이기도 하지만 전작권도 없는 나라의 대통령이 미국의 전술핵을 마음대로 쓸 수나 있다고 상상하나?
한반도를 위협으로 몰고가는 그의 발언을 보면서 얼마나 안보에 무능한 후보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한 가지 충고를 하자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재인이 아니라 안철수와 홍준표를 공격해라.
갈 곳 잃은 보수지지층에게 다른 보수 후보들이 얼마나 자격미달인지를 각인시키는 게 오히려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거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만화나 무협지에 등장하는 표현을 빌자면 홀로 빛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보기 힘들다.
문재인은 상대 후보들이 따지는 말도 안 되는 공격에 좀 어리둥절했던 것 같다.
왜 그들이 자신에게 이런 상식 밖의 공격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재인처럼 살지 못한다.
그걸 알아야 상대방의 하책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토론을 요약하자면
문재인은 왜 문재인이어야 하는지 무난하게 보여줬고,
다른 후보들은 왜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없는지 한계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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