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해양경찰청 김상희 순경(35)이 숨졌습니다. - 의료진 "스트레스로 신장경색"
- 동료 "해경 해체로 힘들어해"
- "첫딸 얻은 지 한달 안 됐는데…"
- 해경, 김 순경 순직 처리키로
전남 진도 팽목항에 파견돼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업무를 장기간 해 온 부산 출신의 젊은 해양경찰 대원이 갑작스럽게 쓰러져 끝내 숨을 거뒀다. 의료진은 그의 병명을 급성 신장경색으로 진단했다. 자주 반복되는 스트레스도 이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인들은 숨진 대원이 해경으로서 자부심이 높았지만, 정부의 해경 해체 발표에 무척 낙담하고 힘들어했으며, 세월호 참사를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동해해경 소속 고 김상희 순경은 지난 4월 결혼해 신혼집을 부산에 차렸다. 결혼 직후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그는 곧바로 진도 팽목항에 투입됐다. 1500t급 경비정의 조타를 맡아 지난달까지 진도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교대 기간을 빼고 그가 진도에서 근무한 기간은 4개월에 이른다.
김 순경은 지난 9월 말 첫째 딸 출산을 앞두고 휴가를 내고 부산으로 왔다가 갑작스러운 복통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진단은 신장경색. 이후 병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아왔으나 지난 20일 낮 12시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올해 35세였다.
2012년 해경이 돼 부산해경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말 동해해경으로 발령이 난 그는 해경에 대한 자부심이 유난히 높았다고 한다. 김 순경의 매형 박모(36) 씨는 "해상 근무를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성실하고 묵묵히 일하는 성격이었다. 결혼 직후 아내와 떨어져 살아야 했음에도 불평이 없었다"며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과 해경 해체 소식에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김 순경은 박 씨에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표현하며) 해양경찰이라는 말을 주변에 하기도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하다"는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동해해양경찰청 관계자는 "함정 근무 자체가 대단히 힘든데도, 김 순경은 맡은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하니 너무 안타깝고,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세월호 현장에서 근무하던 해경에게 조직 해체 발표는 충격 그 자체였다. 김 순경도 그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해 몹쓸 병까지 얻은 것 같다. 순직으로 처리해 유족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순경의 첫째 딸은 지난달 26일 태어났다. 품에 제대로 안아보지 못한 딸을 두고, 그는 가족 곁에서도 떠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