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개인취향 급소름주의) 제천..
게시물ID : panic_901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빅킹오징어
추천 : 34
조회수 : 5542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16/08/17 23:09:46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제 폭염이 끝을 달리고 있네요.


찌는 더위에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에 몸 상하실까 봐 걱정이 됩니다.


오늘은 제가 격은 이야기 중 하나를 품으로써


아주 잠시나마 더위라도 좀 날리셨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지금에서야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려주고


재미 삼아 떠들어 대고 있으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당부드리고 있는 게 한가지 있는데요


절대. 흥미롭다고 그곳에 가시고 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호기심이 화를 부른다 라는 말 전해드리고 싶네요.


그럼 이야기 시작합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스물셋에 나이로 정말 국내에 안 가본 곳이 없다 싶이 전국구로 일을 하러 다닐 때가 있었습니다.


친척이나 가족들 모두 각자 살기 바빠서 복학은 생각도 못하고 바로 일을 해서 먹고살아야 했었습니다.


두세 달 남짓 일하고 또 지역을 이동하고 거의 2년 동안 그렇게 산거 같네요


정이 들 때 즈음 다른 일자리로 이동해서 그런지 대인관계도 그렇고 이일 저일


다~하다 보니 몸도 그렇고 심적으로도 정말 피폐했던 때였습니다.


한 번은 제천 근방에서 일하게 되어서 아시는 분 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죠


40대 중반에 수염이 덥수룩한 (별명이 산적 ... ) 산적 아저씨 차에 올라타 증평에서 제천으로 이동하던 중이었습니다.
 
산적 아저씨는 참 겉모습과 다르게 말이 참 많으셨어요


군대 전역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절 보시면서 제 나이 때에 자신의 했던 일부터 본인의 연대기를 쭉~ 말씀하시더라고요


물론 중간중간 MSG 맛있지를 첨가하셨겠지만 말은 참 잘하셔서 차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죠


그러다가 아저씨께서 출출하신지 배를 움켜쥐시면서 음식이야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저 또한 대단한 폭식+ 미식가이기 때문에 먹거리 이야기라면 질 수 없었죠


서로 몇십 분을 서로 말한 음식이 더 맛있다면서 쓸데없는 논쟁을 할 때 제천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다 두 명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매운탕집이 보여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이 맛 집으로 유명하더라고요


아저씨 볼일 때문에 증평에서 좀 늦은 시간에 출발해서 그런지


어느새 해는 지고 어둑어둑 하더라고요


밤이라 그런지 아저씨는 딱 한 잔만 먹는 거다! 강요하시더니 (이러시면 절대 안 됩니다. )


시원한 술 있잖아요? 그거 2병을 시키더라고요


아저씨만의 철학이라나 뭐라나 각. 일. 병이라고 하시더군요


전에 일하던 곳부터 소문난 술고래라던 아저씨니 한 병에 뭐 별 탈이야 있겠어


생각하곤 저도 거부하지 못할 제안을 수락하고 말았죠.


저 또한 술을 좋아하고 안주가 안주인지라 아주 술이 술술 들어가더라고요


그냥 자리에 주저앉아 술을 푸고 싶었지만 내일 일도 있고 하니
 
이동하려던 차에 아저씨가 먼저 계산하시고 나가시더니 건물 옆으로 슬그머니 이동하시더라고요


조용히 따라나가서 연초 피시는구나 싶어 저도 옆에서 한 대 피우려고 했는데


노상방뇨를... 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저는 조용히 반대편으로 이동해 아저씨 차 옆에서 연초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두 세대 정도 태우고 나서였을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정신이 팔려서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 모르고 있었어요.


한 30분 정도? 지나있더라고요


그제야 아저씨가 아직도 안 오신 걸 알고 계시던 곳으로 이동하니


풀밭 밖에 없는 곳을 말없이 바라보고 계시더라고요


순간 뭐 하는지 싶어 조용히 다가가 봤는데..
 
세상에.. 소변을 보시고 바지도 안 올린 채로 여태껏 풀밭만 보고 계셨던 거였습니다.


아저씨!


고작 한 병에 취하신 건가 싶어 걱정이 확 되더라고요 시간도 시간인지라 좋지 않은 톤으로 아저씨를 불렀는데


천천히 고개를 돌리시면서 딱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가.. 자...


움직이던 고개만큼 천천히 바지 지퍼를 올리시더니 멀쩡하게 차에 타시더군요


정말 그때 걱정 많이 했습니다.


이거 아저씨 취한 거 같은데 사고 나면 어쩌나..


걱정과는 다르게 운전은 잘 하시길래 잠깐 눈을 붙이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무슨 말이라도 걸어달라 하시더군요


귀찮지만 운전하는 사람 심심하지 않게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말을 걸어주는 게 예의라는 걸 삼촌께 배웠기 때문에
 
정말 두서도 없고 쓸데없는 헛소리를 막 했죠


아저씨는 조용히 운전만 하시고요


십여 분? 정도 이동하니 여관이라 해야 할지 모텔이라 해야 할지 당장 오늘 하루 잠만 잘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차를 대시더군요


내일부터 정식 출근이니 기숙사는 내일 들어가고 오늘은 우선 이곳에서 묵자 하시더라고요


나름 친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서로 같은 곳에서 자긴 뭐 했는지 아니면 저를 위한 배련지


각자 방을 잡아 주시더라고요 그 순간 각. 일. 병 이란 말이 각. 일. 룸으로 바뀌어 생각나더니 철학 한번 잘 지키시는 분이구나 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아저씨가 본인의 방에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제방에 들어와 잘 준비를 끝냈습니다.


뭐 모델이나 여관 여인숙 등등 숙박업체에서 호텔은 모르겠지만 연초 정돈 태워도 뭐라 안 하잖아요? 물론 예의는 아니지만
 
 
 제천 밤바람맞으면서 담배 한번 펴볼까? 쓸데 없는 분위기 잡더니 혼자 밖으로 나왔습니다.


연초를 하나 물고 불을 붙이는데 양 갈래머리 꼬마 애가 10여 미터 남짓한 곳에서 놀다가 저를 보더라고요


아.. 어린애 앞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 보여주는 건 별로 안 좋은데..


혼자 생각하고 아이는 못 보게끔 몸을 돌려 등 진 채로 빨았습니다.


들숨 날숨에 뿌연 연기가 달도 가리고 별빛도 가리고


아무튼 바람에 묻은 풀 내음이 참.. 좋더라고요


그러다 위층에서부터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아저씨가 내려오시는 게 보이더군요


저와 같은 생각이신지 귀에 연초 하나 걸어놓고 욕조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오시는 게 참 ....


저도 내일 일에 관해서 물어볼 것도 있고 다시 하나 물고 전방만 바라보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하시더라고요


뭔가 싶어 아저씨를 봤는데 분명 계셔야 할 아저씨가 안 보이는 겁니다.


아저씨를 찾으려고 막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까 꼬마 애가 서있던 곳에서 더 떨어져 있는 밭쪽에 뭔가 검은 물체가 꿀렁거리더군요


아저씨가 설마 저기까지 가신 건가.. 싶었죠


아까도 이상하시더니 뭐야 도대체.. 혼잣말을 하면서 그쪽으로 걸어가는데


자세히 보니...




아까 그 꼬마가 네발로 밭을 뛰어다니고 있더라고요


난생처음 듣는 소리를 내면서 말이죠
 
애들이 나와 놀기엔 정말 늦은 시각에 정신없이 네발로 밭을 뛰어다니는 애를 보고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말하면서 밭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뒤에서 끌어안더라고요


너무 놀란 나머지 욕까지 해버렸습니다


저는 끌어 안긴 채로 번쩍 들려 여관 앞까지 강제로 이동당했습니다.


어리 동절 했죠


바닥으로 내려와 보니 아저씨가 숨을 헐떡이면서 차에 시동을 거시더라고요


자세히 보니까 옷도 갈아입고 짐도 챙겨 내려왔는데.. 제 짐까지 가지고 내려오셨더라고요


아저씨 뭐 하시는 거예요! 이상한 행동에 정말 화난 목소리로 아저씨에게 소리쳤죠


우선 타라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심각해 보이는 겁니다.
 
저는 아저씨가 무서워서 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우와! 우와! 소리가 밭쪽에서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그 꼬마 애가 뒤집어진 모습으로 시멘트 바닥에서 기어 다니더라고요


씨발 뭐야! 소리치면서 아저씨 차에 올라타버렸습니다.


기다리셨는지 제가 타자마자 바로 출발하시더군요



패닉에 빠져서 뭐지? 저건 뭐지? 애가 정신병이라도 있는 거 아닌가?


도와줬어야 맞는 건가?


혼자 중얼거리는데 아저씨가 차를 세우시면서 그러더군요


봤지? 너도 봤지?


예? 저는 다짜고짜 봤냐고 물어보시길래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봤어 봤어.. 너도 본 거야.. 하시면서 다시 차를 몰고 밤에도 밝은 시내로 이동하시더라고요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간판 불에 밝은 곳에 도착하니


둘 다 안정이 된 건지.. 아저씨가 먼저 이야기하시는데..


내용은 이랬습니다.




아저씨가 음식점에서 계산하시고 나오셔서


담배도 한 대 피울 겸 소변도 보려고 건물 옆으로 가셔서 방뇨를 하시는데


저~ 먼 곳 밭에서 뭐가 꿀물 꾸물거리면서 본인 방향으로 오는 거 같았답니다.


저게 뭐야 멧돼진가? 싶어서 두어 걸음 다가 보시는데


안 보이더랍니다


그러다가 찻길에 차가 지나가면서 빛이 한번 훑고 지나갈 때 모습이 잠깐 보였는데
 
꼬마에게 뒤집어진 모습으로 등으로 본인에게 기어 오고 있더라는 거죠


순간 귀신이다 싶어서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데


몸이 굳어 움직이질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다 제가 와서 소리치니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본인이 느끼기엔 1분? 2분? 남짓 굳어있던 거 같은데 시계를 보니 30분이 넘었던 거죠


저한테 그 이야기를 말하려다가 괜히 자신이 헛것을 본 걸 이야기해줘서 무서워서 일을 안 한다느니 뭐라느니


말을 들을까 봐 혼자 끙끙 앓고 계신 거죠


여관에 도착해서 혼자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시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헛것을 본 거겠지 했다고 하시더군요


창문으로 아까 전과 동일하게 밭을 보시면서 그래.. 헛것이야 하시는데
 
건물 밑에 저를 보시곤 내일 일도 그렇고 이것저것 좀 가르쳐 줄까 싶어 내려오셨더랍니다.


혼자 쭈그리고 앉아있는 저한테 다가오시려 했는데..


밭에서 그 꼬마를 또 보신 거죠


근데 이번에는 밭에 있는 게 아니라 도로변으로 나와 있는 걸 보고 너무 놀라 뛰어올라 가신 겁니다.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 뿐이셨다 했습니다


제가 나올 때 문을 안 잠그고 나와서 다행히 제 짐까지 다 챙기셔서 나오셨던 거고요


차에 짐을 싣고 보니 제가 안 보여서 설마 싶어 꼬마가 있던 곳에 보니


제가 밭에 들어가고 있는 걸 보신 겁니다.


그래서 절 끌어안고 나오신 건데..
 
절 대리고 나오니까 그 꼬마가 등으로 기어서 미친 듯이 도로변으로 또 튀어나온 겁니다.


그게 이제 저도 같이 보게 된 상황인 거고요..


서로 정신없는 와중에 차를 몰고 시내에 있는 정말 시끄러운 곳에 방 하나 잡고


첫날을 보냈던 ...


이야기입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거지만 제천에 유명한 흉가가 있던데 저희가 간 곳은 거기는 아니었고요


매운탕집은 아직도 장사 잘 되는 거 같더라고요


그 일이 있고 제천에서 한 3달 정도 일했나?


기숙사도 가까워 아저씨랑 가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담배를 태웠는데


아직도 말할 때마다 손에 닭살이 돋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도대체 그 꼬마는 뭐였는지.. 지금 와서야 알 방법은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
 
그래도 지금은 제천에 놀러 자주 간답니다~ 해물탕집은 아직도 맛집이구요~
출처 빅킹오징어 먹물 속 박테리아 손톱안에서...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