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은 도둑이었다.
평생을 비난으로부터 쫒겨 살았다.
그 비난은 사람들 사이에서 날아왔다.
그 사람들 일부는 장발장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20년 중형을 살다가 나와 또 다시 도둑질을 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장발장이
초범인지 재범인지 생계범인지 강력범죄자인지
장년의 나이에 폐업하게 된 회사에서 쫒겨나와 새 직장을 잡을 수 없는 회사원인지
농작물 불황과 수입산 작물의 영향으로 남은 전답도 팔아야 했던 농사꾼인지
몇년을 새벽 노동시장에 특정한 기술도 없이 화톳불만 쬐다 집에 오고는 하는 날품팔이인지
몇 푼 되지 않는 평생 모은 돈으로 차린 구멍가게가 망해 권리금도 못건지고 더이상 일어날 여력이 없어진 자영업자인지
노조 활동 중 손배 소송과 회사의 부당해고에 주저앉게 된 근로자인지
혹은 10대 부터 남다른 손빠름과 두뇌 회전으로 남의 등만 쳐먹고 억대 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다가 재수없이 엎어진 악질 범죄자인지
고아원 시절부터 홀로만 살아온 모태솔로인지
자기만 바라보고 사는 아내와, 아직 취업도 못한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는 어깨 무거운 가장인지
노부모는 있는지, 혈육은 어떤지, 건강은 어떤지
설혹 뇌사 상태로 5개월 정도 누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병원비는 누가 부담하게 되는지
혹은 증조부모는 척세하는 악질 귀족, 조부모는 친일파, 부모는 독재가문, 자신의 모든 가족은 악덕 범죄의 공모자인 집안인지
그들은 "그런 나쁜 짓 하다가 걸리면 확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게끔 해줄 수 있게끔 해버려도 뭐가 문제냐"라고 비난한다.
당연히 그들 사이에서 도둑질을 저지른 사람들이 더이상 설 곳은 없을 것이다.
도둑질은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의 나쁜 범죄다. 이런 나쁜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