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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태 솔로였다.
게시물ID : gomin_12397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지막과자
추천 : 3
조회수 : 4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24 23:18:13
난 모태솔로 였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그 전엔 누군가를 몰래 좋아하고, 금방 단념하기도 했다.
 
난 이 사람이면 정말 인생의 반려자로 괜찮겠다고 느꼈다.
 
외모가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마음가짐과 성실함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
 
연애가 무엇인 지 몰랐던 나는
 
많은 무례한 행동과, 상처를 주는 말들, 배려 없는 행동을 보였고
 
몇 번의 헤어짐과 붙잡음 끝에 결국 서로의 갈 길로 떠나 버렸다.
 
학연도 지연도 없는, 어쩌다 우연히 만나게 된 만남이 연인으로 발전을 했던 거라
 
앞으로 우연이라도 만날 확률도 없다. 글쎄..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면 모르겠다.
 
 
이것도 내 인생의 시행-착오 중 일부겠지.
 
헤어지고 나서 며칠은 핸드폰이 울리지 않아 어색했고
 
그 다음 석 달은 존재의 소중함이 몰려왔고
 
그 다음 석 달은 그 땐 그랬었지.. 아련함이 생겼다.

 
연애에 관한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저 주인공이 나 같고, 내가 저 주인공이 된 것처럼
 
희노애락을 느끼는 동안, 나의 연애했던 시절이 다시 생각났다.
 
헤어지던 순간에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다시는 생각 안할 것처럼
 
매몰차게 돌아서던 그 순간으로 내가 다시 돌아간다면
 
혹시라도 지금 내 곁에 그녀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실현될 수 없는 상상을 하면서
 
이제는 결별을 통보한 그녀가 밉기 보다는, 왜 그 때는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지 못했는가
 
되돌릴 수 없는 후회의 한숨을 쉬었다.
 

미련이 남았던가, 그녀의 핸드폰 번호는 아직 내 전화번호부에 있었고,
 
얼마 전 핸드폰을 뒤적이다 보게된 그녀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엔
 
낯선 남자와 커플룩을 하고 셀카를 찍은 모습이 있었다.
 

아.. 내 마음은 아직 정리가 된게 아니었나..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 없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나를 감쌌고.
 
그 후 며칠간 그 남자가 누군지.. 무엇을 하는지 이곳 저곳을 뒤졌다.
 
그 남자는.. 아마도 나보다 그녀에게 잘 해 주겠지.. 그렇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난 그녀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 단지 내가 미숙해서, 내가 잘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가 마음고생을 하다 나를 떠났고,
 
세상 어느곳에 있어도 그냥 잘 되길 바라는데..
 
이미 헤어진지 시간도 지났고,
 
이젠 내 사람이 아니기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전혀 문제 없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은 먹먹했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와 알콩달콩한 모습이 나에게 왜 유쾌하지 않은지
 
내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까닭인가 보다.
 
아니면 그녀가 나의 첫 번째 사랑이라서 였던가.

 
아직도 난, 그녀 말고 어떤 누구가 내 옆에서 웃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내 현실을 잘 알기에 내가 놓쳤던 그녀의 심성을 잘 알기에
 
다시는 그녀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만 같다.

 
사람은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 지나간 연애도 너와 나의 시행-착오이고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믿는다.
 

아직도 책상서랍엔 버리지 못한 너의 편지며, 너의 사진이
 
컴퓨터 안엔 너와 찍은 사진과 즐거웠던 시간들이 저장되어 있다.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지만, 몇 번째 서랍에, 어느 장소에서, 무슨 포즈로 찍었는지
 
아직 기억하고 있다.

 
요즘 들어 많이 생각나는 글귀가 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헤어지기 몇 달 전부터 그녀가 좋아한다는 노래의 가사가 생각난다.
 
"처음엔 사랑이란게 참 쉽게 영원할 거라 그렇게 믿었었는데.."
 
연애의 막바지에 이미 그녀는 언제 이별을 통보할 지 엿보고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영원하지 않은 사랑의 끝을 어떤 방식으로 알려야
 
연애를 처음 겪던 나에게 덜 상처를 줄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을 했던건 아니었을까..
 
 
그 곳에서 그녀와의 마지막 순간이 생각난다
 
처음 갔던 그 지하철 플랫폼에서 그녀는 마지막 이별의 선물을 건넸고,
 
난 그 것을 받지 않았다.
 
 
2년을 약간 넘게 만났던 짧지 않은 연애는
 
그 날 밤, 소주 몇 병과 함께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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