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년 전, 저와 친구는 비슷한 시기에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하고
서로 마음맞아 고향을 떠난 뒤 부산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턱대고 내려온 탓에 우리는 당장 다닐 새 직장도 없었으며,
그간 모은돈으로는 대도시에 원룸 하나 얻을 정도의 전세금을 마련할 여유조차 없어
적당히 자리를 잡은 후에 이사를 결정 하기로 하고 그전까지는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하자싶어
그 곳, 바로 사건이 발생한 모텔에서의 장기투숙을 시작하게 됩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서로 새 직장을 얻게되었고 봄을 지나 여름까지 두계절을 더 그곳에서 보내게 되죠
수개월을 지내오며 매일같이 카운터앞에서 여주인과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매달 정기적으로 방값을 지불하는것은 제 담당이였기에 비교적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기회가 잦았어요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그 분의 인상은 아담한 체구에 비교적 고운얼굴, 작은 목소리에 나긋나긋한 말씨,
그리고 친절함, 그러니깐 전혀 다른사람에게 원한을 살만한 분 같아 보이진 않았다는거죠)
그렇게 차츰 시간이 흘러 우리는 이사를 나가게 되었고 그게 그 분과의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사를 나간 뒤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에게서 사고소식을 듣게 되는데
얼마전까지 해도 내가 머물렀던 그곳에서 나와 알고 지내던 사람이 무참히 살해 당했다는게
얼마나 무섭고 소름끼치던지 쉽사리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였어요 물론 그 당시에 꽤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일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제 뇌리에서 잊혀져 갔더랬죠
때마침 오늘 베오베에 올라온 공포게시판 게시글의 '모텔'이라는 단어를 보고 불현듯
그때의 그일이 떠올라 검색을 해보았더니 안타깝게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네요
기사를 읽어보니 무려 74곳을 찔린 채 무참히 살해되었다고 합니다 모텔에 드나든 200여명의
용의자 중 신원확인이 되지 않은 한 남성, 그리고 유일한 단서는 cctv에 흐릿하게 찍힌 뒷모습
벌써 6년이나 지난 사건이지만 올초에 다시 기사화 되었고,
아직도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있을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