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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앎과 거짓말
게시물ID : panic_901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23
조회수 : 1407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8/21 00: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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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엄마,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꼬마는 물었다.
 
 
하지만 꼬마는 알고 있다.
 
꼬마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고아원이다.
 
이 새엄마가 자신을 버릴 것을 알고 있다.
 
마귀 같은 새 엄마는 자신을 버릴 것이다.
 
 
 
 
이모네 집에 가는 거야. 걱정하지 마.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동생의 집이 아니라 친구의 집에 가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친구다.
 
 
친족마저 믿을 수 없는 그 순간에도 믿을 수 있는.
 
그런 친구의 집이었다.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어요?
 
 
 
꼬마는 물었다.
 
 
하지만 꼬마는 알고 있다.
 
새 엄마가 아빠를 칼로 찌르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에 돌아서서 방으로 도망쳤다.
 
 
아빠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때 들려오는 것은 탕, 하는 총 소리였다.
 
 
마귀 같은 새 엄마는 재산을 보고 결혼한 것이다.
 
그리고 나를 버리고 모두 독차지하려는 것이다.
 
아빠를 죽인 마귀는.
 
 
 
 
아빠는 출장나갔어. 그쪽에 가있으면 다시 돌아오실 꺼야.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녀가 그를 죽였기에.
 
지금 손을 꽉 붙들고 있는 아이를 위해서.
 
 
그녀는 그가 아이를 팔아 넘길 것이라는 전화를 엿듣게 되었다.
 
아이는 선천적으로 석류같이 빨간 눈과 백옥같이 새하얀 피부를 갖고 태어났다.
 
그 모습을 돈으로 파려고 한 것이다.
 
 
끔찍한 욕심에 사로잡힌 그의 실체를 알게 된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몰래 그 아이를 데리고 떠나기 위해 짐을 싸던 도중 그와 마주치고 말았다.
 
그는 성을 내며 달려들었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옆의 칼을 들었다.
 
한순간이었다.
 
 
 
 
엄마, 언제쯤 도착하나요? 다리가 아파요.
 
 
 
꼬마는 말했다.
 
 
하지만 꼬마는 알고 있다.
 
도착하면 자신은 버려진다는 것을.
 
 
그래서 꼬마는 마귀 같은 그녀를 속여 도망치려고 했다.
 
그런데 왠지 그녀는 지금 힘이 많이 빠져있는 듯했다.
 
지금이라면 자신이 이길 수도 있다고 꼬마는 생각했다.
 
꼬마는 몰래 챙긴 칼이 오른손에 닿는 것을 느낀다.
 
 
 
 
이제 곧 이모의 집이 나올 꺼야. 거기 가면 엄마랑 같이 쉬자. 엄마랑 같이 지내자.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친구의 집은 이제 정말 곧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명을 차차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를 찔렀을 때 그는 아직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는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내 쏘았다.
 
그리고 그녀는 맞아버린 것이다.
 
 
다행히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바로 치료를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치명상이었다.
 
그렇다고 의사를 부르게 된다면 그 아이의 존재와 그의 죽음이 드러나게 된다.
 
그녀도 그도 없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 지는 눈에 선했다.
 
 
그녀는 결심했다.
 
그 아이를 위해.
 
 
그리고 친구의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 앞에서 그녀는 멈춰섰다.
 
 
 
 
엄마, 이제 들어가서 같이 쉬어요.
 
 
 
꼬마는 말했다.
 
 
하지만 꼬마는 알고 있다.
 
들어가면 버려진다는 것을
 
 
꼬마는 복수를 다짐했다.
 
고아원에서도 절차가 있을 터.
 
고아원에 들어가 쉬고 있는 그녀에게 달려드는 것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어차피 갈 곳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를 죽이고 감옥에 들어가던, 그녀를 죽이지 않고 고아원에 들어가던 결국.
 
 
그렇다면 가기 전에 복수만은 할 것이다.
 
 
 
 
그래. 들어가서 같이 쉬자.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젠 정신이 흐릿하다.
 
새하얀 눈이 깔린 길이 점점 아득해지고 있었다.
 
이젠 그 아이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아이.
 
그 아이는 정말, 정말로 사랑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그와 결혼한 지 얼마 안되었을 적의 그 아이는 웃지 않았다.
 
항상 무 표정에 새침한 아이였다.
 
 
어느 날 이었을까.
 
그녀는 그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았다.
 
 
정말 우연이었지만 잊을 수 없었다.
 
 
잃어버린 동생이 떠올랐기에.
 
누구보다도 소중했었던 동생.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아이가.
 
 
그녀는 죽음의 문턱에서 생각한다.
 
 
 
그 아이를 나는 지켰을까.
 
그 아이는 앞으로 잘 클 수 있을까.
 
그 아이에게 엄마가 되어주었을까.
 
 
 
그녀는 꼬마를 살포시 끌어안는다.
 
 
꼬마는 당황했다.
 
 
 
엄마, 좋아하니?
 
 
 
그녀는 꼬마에게 순수하게 물었다.
 
 
 
네..
 
 
 
꼬마는 대답했다.
 
 
 
하지만 꼬마는 알고 있다.
 
마귀 같은 새 엄마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꼬마는 왠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
 
 
 
그녀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실 꼬마가 그녀를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꼬마가 자신을 못마땅해서 언제나 마귀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빠의 원수를 갚겠다며 몰래 칼을 챙겨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꼬마를 사랑한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죽음을 느낀다.
 
손끝부터 점점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아픔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가야만 한다.
 
이 눈앞의 천사를 두고.
 
 
꼬마가 울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꼬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웃었다.
 
 
꼬마도 웃었다.
 
 
더 이상 꼬마는 알지 못한다.
 
자신이 웃는 이유마저도.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담는다.
 
흐릿한 시야에서도 밝게 빛나는.
 
무엇보다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철컥하고 친구의 집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것은 끝난것이다.
 
그녀는 안도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그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말했다.
 
 
 
 
사랑해.
 
 
 
 
이번 만큼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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