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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19)자카르타(중)
게시물ID : panic_901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카시
추천 : 25
조회수 : 2260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6/08/21 19:25:14

준석은 심장이 멈춘 기분이었다. 비단 준석만이 아니라 성민 또한 입을 벌리고 가만히 서있었다. 그들이 클럽으로 들어섰을 , 맥주 병을 주문하고 돌아서는 길에 지난번 봤던 여신을 다시 만났기 때문이었다. 오늘 여신은 가슴과 등이 훤히 드러나는 새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는 준석을 바로 응시하며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디애나라고 해요. 이쪽은 친구 뿌트리.”

, 안녕하세요. 저는 이준석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친구 성민.”

준석은 우물쭈물 손을 내밀었다. 뺨을 꼬집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남들 앞에서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쉽게 낯선 여성과 술자리를 가지고 잠자리를 가지던 준석도 정도 미인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탓인지, 목소리가 조금 떨린 같기도 했다. 소심해보였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 , 준석의 옷깃을 살짝 끌어당겨 자리로 이끌었다.

우리 같이 술마시고 놀아요.”

디애나는 잔을 앞으로 내밀었고 준석은 떨리는 손으로 잔에 술을 따랐다.

, 임마. 잘해봐! 오늘 대박이다. 대체 이런 여자가 뭐가 좋다고 녀석을······.”

성민은 어느새 뿌트리라는 여신의 친구와 친해졌는지 같이 러브샷을 하는 앞서나가고 있었다. 준석은 그런 모습을 보며 성민의 넉살에 감탄하며 다시 여신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그저 준석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준석씨, 한국 사람이에요?”

, . 맞아요. 디애나 씨는 어디 사람이에요?”

그녀의 피부는 눈꽃처럼 새하얀 색이었다. 큼지막한 눈에 코가 오똑 솟아나 인도네시아 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인도네시아인들은 적도 쪽에 위치한 탓에 코가 낮고 펑퍼짐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저요? 어디 사람처럼 보여요? 헤헤. 독일인이에요.”

, 그러시구나.”

하하, 농담이에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요. 인도네시아 인이에요. 엄마는 아랍, 아빠는 자와 사람이에요. 그리고 인도네시아어 굉장히 잘하시네요?”

여기 있은지도 3 가까이 됐거든요.”

, 그렇구나. 여긴 자주 오세요? , 우리 춤이나 출까요?”

준석은 디애나의 리드에 이끌려 무대로 나가 춤을 췄다. 그녀는 익숙한 몸짓으로 허리를 흔들고 준석을 끌어안고 춤을 췄다. 그는 점점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몸이 닿는 모든 곳이 성감대가 것처럼 몸이 움찔거렸다. 마치 거리에 서서 홍보를 위해 춤추는 풍선 인형처럼 뻣뻣하고 부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어느 순간 준석의 손을 움켜쥐고는 밖으로 이끌었다. 준석은 그런 그녀를 제지할 생각조차 못한 그대로 따라나섰다. 한참 나오니 어느새 클럽 밖에 나와있었다. 빽빽하게 정렬된 차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이제 우리 가요!”

어디 갈까요? 맥주 하러?”

아뇨, 우리 호텔가요.

준석은 순간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목마른 사람처럼 그를 올려다 보며 눈을 끔벅거리고 있었다.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진 준석은 순간 그녀를 으스러지게 끌어안았다.

여자가 너무 적극적이라 싫은가요? 사실 지금은 독일에 지내고 있거든요. 거기선 그러는데······.”

아뇨, 싫을 리가 있나요. 가요, 호텔.”

준석은 차에 올라탔다. 사실 너무나도 꿈꾸던 일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녀가 남자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당연한 일이었다. 마침 라디오에선 아리아나 그란데의 ‘INTO YOU’ 흘러나오고 있었다. 준석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을 뻔했다. 지금 그의 상황에 맞는 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랫말처럼 그녀를 밤새 만지고 싶어졌다.

가는 길에 디애나는  편의점에 잠시 들러 콘돔을 정도 샀다. 그리고 음료도 하나 샀다. 호텔은 편의점 바로 옆에 있었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외관이 깔끔했고 문밖으로는 은은한 조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4성급 호텔이었다. 그녀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오르는 길에 준석에게 음료를 권했다.

호텔 방은 넓었다. 침대는 명이 뛰어놀아도 만큼 컸고 납작한 평면 티비와 소파 그리고 사무용 의자도 있었다. 커텐 너머로는 자카르타의 야경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차량들은 라이트를 켜고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마치 땅에서 같았다.

디애나는 준석을 의자에 앉혔다.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 하나 풀어재꼈고 바지도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그에게 길게 입을 맞췄다.

준석은 이런 상황에서 이상하게 잠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죽음에 끌려들어가는 것처럼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 상황을 즐기려고 해도 잠이 무겁게 자신을 끌어당기는 느꼈다. 그는 눈꺼풀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디애나가 소름끼치게 미소짓는다고 생각했다.

 

준석의 눈앞에 미카가 있었다. 그녀는 소름끼치게 웃으며 준석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더니 품안에서 칼을 꺼내 자신의 배를 찔렀다. 피가 쏟아져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손길을 멈추지 않으며 위에서 아래로 선을 그려나갔다. 입은 그대로 웃고 있었다. 준석은 양뺨을 움켜쥐며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 !!

 

지금부터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해야 거야. 솔직하게 대답하면 편히 죽을 거고, 거짓말을 하면 고통스럽게 죽을 거야.”

준석이 다시 눈을 떴을 그의 상황은 방금 꿨던 , 혹은 이상으로 좋지 않았다. 그의 몸은 알몸인 의자에 묶여있었고 손은 뒤로 꺾여있었다. 디애나는 앞에서 망치와 가위 등의 도구를 정리하며 준석에게 묻고 있었다.

준석은 차라리 다시 잠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재수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뒤로 넘어져서 코가 깨지는 날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는 누구야?”

준석은 그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순간 망치가 준석의 입으로 날아들었다.

이빨이 우둑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준석은 눈물이 돌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미카 알지 솔직히 말해.”

머야. 소린ㅈ 모르겟어.”

준석의 입으로 새는 발음이 나왔다. 입안에는 피가 가득 고여있었다. 고개를 떨어뜨려 힘껏 내뱉고 싶지만 밧줄은 가슴까지 꼼꼼하게 고정하고 있어서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벌어진 입사이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디애나는 망치로 이번에는 오른쪽 발을 힘껏 내리찍었다. 끄악. 준석이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알고 있으니까 괜히 시간낭비 하지말자. 이럴수록 너도 힘들어.”

아라요. 아라, 아라 미카

그래, 네가 미카를 죽였지?”

아니, 아니야. 미카 ㄴ가 죽엿어. 소리야.”

준석은 고개까지 가로저으며 완고히 부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망치는 사정없이 그의 왼발을 향해 날아들었다.

, 저마 내가 그러 아니데, 아니, 아니 나대매 그러 마자요. 마자.”

준석은 다시 망치를 들어올리는 디애나의 모습을 보며 벌벌 떨며 이야기를 잇기 시작했다.

 

자기야, 임신했어.”

! 무슨 소리야? 내가 피임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데·····.”

호텔방이었다. 나는 여자친구인 미카와 함께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A가수 스캔들 따위를 검색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녀의 임신 소식에 나는 핸드폰을 나도모르게 손에서 떨어뜨렸다. 떨어진 핸드폰은 턱을 힘껏 강타했다.

자기가 믿을 같아서 테스트기 새거 가져왔어. 봐봐.”

그녀는 성큼 일어나 테스트기를 꺼내 화장실로 갖고 들어갔다. 입속에 침마저 마르는 기분이었다. 남녀 지간에 성관계를 가지게 되면 임신을 있다는 사실은 중고등학교 때의 성교육 친구들 사이에서 들어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그게 나한테까지 일어날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콘돔도 비교적 성실히 착용하는 편이었다. 다만 가끔 분위기가 너무 달아오르면 콘돔을 챙길 여지가 없이 해버린 적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도 질외사정만은 잊지 않았다. 이렇게 임신이 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은 번도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녀의 손에 들린 테스트 기엔 선명하게 줄이 그려져있었다. 나는 그녀를 재촉해 바로 산부인과로 달음박질했다.

거기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신 4주차, 나의 애기가 그녀의 안에 들어서있었다. 5 정도, 어떻게 하는 좋을지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은 애기를 지워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로 인해 일어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었다. 아버지 없이 자라날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아직 사람의 모습조차 갖추지 못한 지금이라면 어떤 죄책감없이 아이를 지울 있을 같았다.

결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한국인끼리 결혼을 하고 싶었다. 현지인과 결혼을 생길 부모님의 반대와 친구들의 무시 또한 염려스러운 부분 하나였다. 만약 그녀의 집안이 흔히 말하는 재벌이나 명문가였다면 이야기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의 그녀는, 한화5만원 정도 자취방에 생활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짝퉁 가방을 매며 여러 개의 언어 과외 등을 통해 학비를 겨우 조달하는 흙수저 대학생에 불과했다. 물론 비교적 똑똑하고 좋은 학과를 다니고 있다는 점은 미래의 기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보다 여성의 유리천장이 높은 나라에서 소외된 집안에 있는 그녀가 올라갈 맥시멈은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하지만 아이를 지우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가장 이유는, 그녀가 팔을 걷어붙이고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에 있었다.

그녀의 주장은 설사 내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은 혼자서라도 아이를 키울 것이며 내가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부모님께 손벌리지 않고도 대학 생활을 해왔듯이 아이를 키우는 것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몰랐다. 미혼모로서 받아야 손가락질과 아이가 견뎌내야 고통 따위는 그녀의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시간을 들여 그녀를 설득시켰다. 비록 그녀가 중절 수술 후의 정신적인 충격으로 자살에 이르렀지만 그것이 책임은 아니었다.

또한 사건 많은 고통을 겪었다. 경찰에 번이나 출석요구를 받았으며 회사에선 시말서를 썼다. 내가 잘못한 것은 단지 피임에 실패한 것일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죄책감으로 밤새 몸부림쳤다. 약에 빠지게 계기도 그것 때문이었다.


--


하편에서 글은 마무리 됩니다.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 글은 유난히 관심을 못 받는 것 같아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ㅜㅜ

그래도 제 글 다 읽고 재밌다고 생각할 분들 단 몇 분이라도 함께 해주시는 이상 끝까지 마무리 잘 지으려고 합니다.

부디 함께해주세요.

출처 자카르타(상)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296623&s_no=1296623&kind=member&page=1&member_kind=humorbest&mn=32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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