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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엄마 몸 판다메?
게시물ID : freeboard_9019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릿
추천 : 10
조회수 : 482회
댓글수 : 71개
등록시간 : 2015/06/08 16:13:18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 

'왕따'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 

한 아이가 "너네 엄마 몸 판다메?" 라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 

화는 났지만, 싸우기 보다는 무시를하며, 언젠가 삼촌이 해줬던 말을 되새겼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드러버서 피하는기다."






그 후로 그 똥은 점점 불어나서 더 큰 똥덩어리가 됐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었다.

한 아이가 아니라, 반 전체 아이들이 '창녀 자식'이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아비에게 이 말을 했다.

아비는 너무 바빴다.

논 일, 밭 일, 집안 일로 눈코 뜰새가 없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 옛날 선비였던 조상을 본 받으려함인지 아무 말이 없다. 

곰방대를 툭툭거리며, 한참 말없이 허공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드러버서 피하는기다."

그리곤 피곤한지 등을 돌려 눕고는 탱크지나가는 듯한 코골이를 시작했다.

이상했다. 아비는 평소에 코를 골지 않는데.






놀림으로 시작된 창녀 자식새끼가 어느 순간 정말 창녀 자식처럼 불렸다.

머리 속에서 '픽' 소리가 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내'라는 끈이 끊어졌다.

수돗가 근처에 있던 대가리만한 짱돌을 줏어다가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제일 처음 어미에게 창녀 혐의를 씌운 자식을 찾았다.

냅다 뛰어서 정수리에 있는 힘껏 짱돌을 박았다. 

무서웠다. 

그 자식 머리에서 흐르는 선명한 피가 무서웠다.

이 자식의 부모와 선생이 난리를 칠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드러븐 똥을 피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는 생각이었다. 






한 바탕 난리가 지나간 교실은 조용했다. 

물론, 예상대로 선생은 화를 냈고, 맞은 새끼의 부모도 화를 냈다. 

창녀 새끼라는 별명, 아니 왜곡에 대해 설명을 했다.

설명하는 도중 너무 분해서 울고 말았다.

맞은 새끼의 부모는 똥이 더럽다는 아비에게서 몇 원인가 치료비를 뜯어갔다. 

그리고 피가 나도록 종아리를 맞았다. 






더 이상, 교실 어느 누구도 창녀의 '창'자도 꺼내지 않는다. 

똥이 더러워서 피했던 시절에 말도 섞지 않던 아이들이 살곰살곰 다가와 어울리려고한다. 

맞은 새끼는 눈을 쳐다보지 못한다. 

인간대접이란 게 너무 달콤하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이제 비웃음이 나온다.

자기 집 안방에 똥을 퍼다 부으면, 다락방으로 기어올라 피해가면서도 그 말을 하는 거 같기 때문이다. 

무섭지 않다며 피하는 것은 결국 허세와 비겁과 인지능력의 부재는 아닐까?






똥을 치우고나니 더이상 악취를 맡을 필요가 없다. 

정말 똥이 무섭지 않은 사람은 똥을 치운다. 

똥을 치웠더니, 세상이 달라보인다. 

똥이 무섭지 않지만, 피해간다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처럼 보인다.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사는 귀뚜라미같은 인생도 그렇다. 

누군가 똥을 던지고 가면, 피하기보다 치우고 다시는 못 던지게 하는 것이 맞다. 

별 일 아니라고 무시하면 더 많은 오물들을 버리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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