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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잊지 않는다.
게시물ID : military_502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필름메이커
추천 : 3
조회수 : 5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0/26 20:36:42

어느덧 예비군 5년차인 나는 서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세월이면  모든 것을 잊고 행복하게 잘 살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지금까지는.. 

때는 방금.. 친구 결혼식을 갔다가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왜 난 여친도 없는데 10만원씩 기부하고 있는 걸까?라는 심오하고 농익은 주제로 고찰중이었다. 그때 뒤에서 내 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20대 초반에 커플이었다. 
아이스크림보다 달콤한 그들의 대화에 나는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정신승리 중이었다. 
그 와중에 버스 밖에는 비가 내리고.. 내 마음에는 자연스레 존박의 빗속에서가 거리에 퍼지는 빗방울처럼 마음 속에 퍼지고 있었다. 

집 앞 정류장에 도착하고... 나는 "소주나 한 잔 먹고 자야지"라는 행복하지만 쓸쓸한 생각을 하며 터벅터벅 길을 걷는데
그때 어디선가 "왼 발, 오른발, 왼 발, 오른발"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 구호는  07년 논산훈련소에서 나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따라지 상태로 만들었던 제식훈련의 첫걸음...!
나는 어느새 몸이 반응하여  왼발, 오른발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소리인냥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고..  
찬란하지만 우울했던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발을 맞추며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호와 내가 몰아일체 되어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는" 소주나 한 잔 먹고 자야지"라는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그 이유는 정류장에서 우리집까지 가는 길에 딱 하나 존재하는 슈퍼마켓을 구호에게 몸을 맡긴 덕에 지나쳤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굉장히 긍정적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가 여기서 다시 등장했다. "술을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그렇게 집 앞에 도착하게 되었고, 나는 구호의 주인공이 누굴까? 궁금해져 슬쩍보기 스킬을 가동했다..

근데 ㅅㅂ 아까 버스안에서 나에게 존박의 빗속에서를 선사했던 그 커플이었다...
왼발 오른발은 그 남자가.. 그 여자에게 선사하는 사랑의 세레나데?같은 것이었다.  
나는 내가 생각했지만, 어떤 느낌인 것인가? 라고  궁금중을 던져주던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모욕은 욕으로 목욕을 하는 것이다."

나는 왔던 길을 돌아서 슈퍼카멧에 들어갔다. 
건강에 좋지 않은 술 대신 정신건강에 좋은 담배를 샀다. 
담배를 하나 태우며 나는 생각했다.. 
"그새끼 군대는 다녀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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