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모르게 아이들은 줄넘기를 하고 놉니다.
몸이 크느라고, 키가 크느라고 그런 입니다.
아이들이 이따금 반대말 놀이를 하는 것도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하는 반대말 놀이를 들어 보세요.
산토끼의 반대말은 누구나 집토끼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좀더 머리가 좋은 아이는 죽은 토끼라고 말한대요.
‘살다’의 반대말은 ‘죽다’니까요. 그러나 아닙니다.
그보다 좀더 머리가 좋은 아이는 바다토끼라고 말한대요.
‘산’의 반대말은 ‘바다’니까요. 모두가 아니라고 합니다.
진짜 산토끼의 반대말은 알칼리성 토끼라고 배웠으니 말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기발한 반대말 놀이라고 해도 그것은 모든 것을 흑백으로 갈라놓는 이분법적 사고만을 낳게 되지요.
현실은 흑백으로만 되어 있는 모노크롬의 세계가 아니라, 햇살의 프리즘처럼 다양한 색채로 차 있습니다.
그러니까 계란 흰자위의 반대말은 검은 자위가 아니라 노른자위잖아요.
정말 머리 좋은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반대말 놀이보다 통합의 말을 가르쳐 주어야 해요.
서양 사람들은 오른다는 뜻으로만 엘리베이터라고 하지만 우리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니까
승강기라고 해요. 서양 서랍은 빼낸다는 뜻으로 드로어(drawer)라고 하지만
우리는 빼고 닫는다고 해서 빼닫이라고 하지요.
반대말은 손등과 손바닥처럼 하나가 되게 하여 같은 말로 만드는 것, 토
끼와 거북에게 경주만 시키지 말고 한데 합쳐 ‘토북’이를 만들어요.
그러면 토끼처럼 빠르고 거북처럼 잠자지 않고 꾸준히 달리는 천 년의 주자가 태어날 거예요.
<천년을 만드는 엄마(이어령 저, 삼성출판사)>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