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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 지각생, 천가방 판매자 후기입니다~
게시물ID : fashion_1297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산세베리
추천 : 6
조회수 : 82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10/27 12:41:52
친구랑 뭐 재미난 게 없을까~ 하고 뒹굴뒹굴 굴러다니다가 문득 생각한 오유 벼룩시장!!
인생에 길이길이 기억될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날 바로 신청.... 하려 했으니 이미 마감 ㅜㅜ
우왕 ㅜㅜㅜ 역시 우린 안되겠지 ㅜㅜ 하며 실망하고 있는데, 다음날 운좋게 추가모집 광고가 바로 뙇!!!!! 그래서 바로 신청을 뙇!!!
얼결에 벼룩시장 셀러로 이름을 올리긴 했는데.... 헉!! 벼룩시장 날짜가 그 주 일요일이라고??!!! 진짜?? 아무것도 만들어 놓은 게 없는데!!!!!!
 
우선 그날 바로 인터넷으로 가방 끈을 주문하고, 재봉틀을 배운 이후 의욕에 넘쳐 십수만원어치나 질러놓은 원단박스를 개봉하였습니다.
아핫핫. 쓰지도 않을 원단을 왜이렇게 많이 질러 놓은 걸까...ㅜㅜ 의욕만 앞서서 게으른 본성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어 ㅜㅜ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원단박스를 써먹을 기회가 왔다능~!! 이걸로 질릴만큼 많은 가방을 만들어 주겠다능~!!!
 
하지만 비루한 직딩노비에게 가방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뿐!!!  금요일밤부터 밤새 열혈 재봉질을 하겠다는 열의에 불타고 있을 무렵, 도착한 택배 하나. 그거슨.... 가방끈 가게가 보내온 의문의 비닐 한 장....
나니? 이것이 뭔가요?!!! 어째서 주문한 가방 끈은 없고 비닐봉지만 온 건가요??!!!!
세상에나... 인터넷 쇼핑 십수년만에 내용물은 없고 포장지만 배달 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겁니다. 중고나라도 아니고, 멀쩡한 원단 쇼핑몰에서 무슨 이런 황당한 경우가!!!!
 
결국 토요일 아침 동대문을 들려 가방끈 폭풍쇼핑을 하고, 쇼핑으로 지쳤으니 유부초밥을 든든히 만들어 먹고, 티비 동물농장시청으로  피로한 심신을 위로해...주기는 개뿔!! 이건 그냥 게으른 거잖아!!!! 만들라는 가방은 안만들고 이게 무슨 짓이야!!!!!
 
그리하여 시작된 분노의 재봉질!!! 슥삭슥삭 천을 자르고 드륵드륵 재봉틀을 돌리며 미친듯한 작업 끝에 열다섯개의 가방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손바느질 작업을 하다가, 새벽 네 시에 불도 켜 놓은 채 기절하듯 스르르 잠으로 로그아웃 ㅜㅜㅜ
 
 
KakaoTalk_20141025_205032446.jpg
 
 
다음날 아침. 함께 가는 친구 신랑의 차를 얻어타고 가는 중에도 뒷자리에서 폭풍 바느질을 한 끝에 마침내 완성품 가방들을 들고 벼룩시장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쿨럭!!! 이건 뭔가요!!!!
오유인들의 소박한 벼룩시장이라더니.... 입구부터 커플들이 커플커플하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게다가 판매자분들도 ㅜㅜㅜ 우엉 ㅜㅜㅜ 저같은 아마추어는 거의 없으시고, 다들 프로존잘님들!!!
그냥 프로 판매러(?) 분들도 계시는 것 같고, 수공예품 들고 나오신 분들도 준 프로급 이상 ㅜㅜㅜㅜ
벼룩시장이니까 안쓰는 물건, 취미로 만든 소박한 일상용품 같은 거 나누는 그런 곳인 줄 알았는데!!!!
 
뜻밖의 높은 퀄리티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아하하~ 아마추어가 만든 허접한 천 가방 따위~~ 아무도 안 사갈거야~~~' 라며 멘붕멘붕 부스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나!! 이게 웬일!!!!  그 사이 바람처럼 두 개가 팔려나간 거에요1!! 와우!!!!!! 이런 일이!!!!! 대박!!!!!!
원래 가격도 못 정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그냥 적당한 가격인 7900원에 팔았다고 하더라고요. 한번도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어서 이런 걸 얼마받아야 할 지 몰랐는데, 가격문제가 얼결에 해결되었어요~무엇보다도... 제가 만든 작품이 누군가가 돈주고 살만큼 가치있는 물건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자랑스럽더라고요. (나중에 다른 친구가 보고는 헐!! 이걸 만원도 안받고 팔았단 말야??!!! 하고 경악하긴 했지만, 저는 사주신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사했어요 ㅎㅎㅎ)
 
KakaoTalk_20141026_130448191.jpg
 
친절하신 옆부스 님께 형광종이 조금을 얻어서 가격표도 붙이고, 만들어놓은 가방을 쪼르르 전시해 놓으니 어찌나 두근두근 하던지...
결국 가방은 한 개 빼고 모두 팔렸어요~!! 줄서서 사는 인기부스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저에게는 정말이지 뜻깊은 결과였답니다.
소심소심한 마음에 오유 게시판을 둘러보며 '천가방 샀는데, 정말 실망이에요!!' 같은 글이 올라오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긴 하지만요 ㅎㅎㅎ
그래도 같이 간 친구에게 남은 가방 한 개를 선물했는데, 너무너무 가볍고 예쁘다면서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사가신 분들도 좋아하실거라 믿어요ㅜㅜ
 
사실 기부금이랑 원단값(제가 쓰려고 산 거라서 질좋은 고급원단들이에요~~♥), 그리고 저녁으로 거나하게 먹는 중국요리 값을 제외하면 제 손에 남는 건 몇 만원 되지 않지만, 저한테는 돈과도 바꿀 수 없는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답니다. 되게 소심소심한 성격인데, 저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제 성격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판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고, 제가 만든 물건들이 누군가에게 판매되어 사용된다는 사실도 너무 뿌듯하네요.
 
아쉬운 것은 부스만 지키느라고 정작 벼룩시장 구경을 제대로 못한 거 ㅜㅜㅜ 이것저것 사고싶은 것 많았는데 구경도 못했어요 ㅜㅜ 그나마 파장까지 남아있던 달다구리를 득템한 게 유일한 위로랄까요. 아, 그리고 옆 부스에서 팔던 환상의 맛 과일 말랭이~!! 한개만 산 게 너무너무 후회될 정도로 맛났어요~!!
 
즐거운 맘으로 후기들을 보니 이런 저런 불만사항들도 있고 사건사고들도 많았던 것 같지만, 저같은 아마추어 판매자들을 위해서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또 있었으면 좋겠어요. 행사의 취지와는 다른 프로 판매러 분들은 조금 제한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지만, 꼬물꼬물 직접 손으로 만든 작품들을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파는 사람에게도 사는 사람에게도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벼룩시장을 또 참석하게 될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 저한테는 오래오래 잊지 못할, 참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문제점이 있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서 개선해나가면서, 오유만의 멋진 행사로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ps. 가방 구매해 주신 14분의 여성분들, 복받으실 거에요~!! 오유는 오징어뿐이라더니 다들 완전 미인들이셨어~!!!
가방 예쁘게 쓰시고요~ 세탁은 세탁기에 휭휭 돌리지 마시고 조물조물 물빨래 해 주세요~ 제가 직접 사용해봤을 때는 상당히 튼튼하고 질기긴 한데, 그래도 바느질로 만든 원단가방이라서 너무 무거운 내용물은 피해주셔요~ 손상되었을 때도 바느질로 슥삭슥삭 수선할 수 있는게 장점이긴 한데, 혹시 쓰다가 as를 원하시면 [email protected] 으로 말씀해 주세요~
 
ps2. 가방을 사고 싶어 하셨으나 포기하신 남징어 분들, 죄송하여요~ 아무래도 제 체격에 맞춰 만들다 보니 다 여자용 사이즈 뿐이었어요 ㅜㅜ 맬 수 있다고 강경히 주장하신 분이 계셨는데, 제가 말렸다능 ㅎㅎㅎ 아무래 봐도 여친 가방 들어주는 여자화장실 앞 남친느낌이었어요 ㅜㅜㅜ 판매자의 양심상 도저히 팔 수가 없었다능 ㅜㅜ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남자분들을 위한 가방도 준비를 해 보도록 할게요. 그래도 관심가져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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