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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기 키우는 엄마의 주절거림 #6
게시물ID : baby_41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12/4
조회수 : 11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27 15:47:10
 
 
 
 
 
 
  1.
  나는 분명 육아를 하는데 이상하게도 축산업을 하는 느낌일 때가 종종 있다.
  우리 아기는 2.7Kg이라는 작은 몸으로 태어났는데 지금은 7.5가 넘는다.
  허벅지를 보면 꿀벅지가 아니라 어른 종아리만하다.
 
  도야지를 키우고 있어, 내가, 아기가 아니라!!!
  덕분에 감기도 콧물감기만 걸리고, 병원도 안 가고 약도 안 먹였지만 잘 나아서 잘 놀고 잘 커서 그저 고마울 뿐인 도야지.
 
 
 
 
  2.
  언젠가 아기가 녹색 응가를 해서 놀랐던 적이 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지라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모유수유연구회니 뭐니 하는 곳들을 다 뒤져가며 찾았다.
 
  어른들은 엄마가 상추 같은 녹색 음식 먹으면 애기 응가가 녹색이라며
  매운 것도 먹지 말라고 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사람 몸도 녹색이었다 빨갛다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결론은 모유든 분유든 그 안에 든 어떤 성분[뭐라고 하는데 까먹음. 명사에 상당히 약함]이 산소와 결합하면 푸른빛을 띄게 된다고 한다.
 
  수유를 하든 맘마를 먹이든 아기가 공기를 최대한 적게 먹이면 변 색깔은 문제가 없고,
  응가가 완전히 물, 소변처럼 나오지 않는 이상 설사가 아니고, 하루에 몇 번을 보든 이 역시 설사가 아니라 한다.
 
 
 
 
  3.
  처음 모유를 먹일 때, 병원에서 젖몸살이 와서 죽을 뻔했다.
  애기 낳기 전까지도 전혀 젖이 조금씩 나올 기미도 안 보여 다 포기하고 분유 먹일 준비를 미리 해놓은 상태였다.
  신기하게도 애기가 나오자마자 젖이 돌기 시작하더니 2시에 태어난 아기가 6시에 품으로 오자 젖을 먹기 시작했다.
 
  제왕절개하면 젖이 안 나온다는 헛소리 좀 그만들 하라고 하고 싶다.
  제왕절개는 말 그대로 출산이라는 그 경험을 직접적으로 하지 못할 뿐, 그동안 임신해서 충분히, 몇 달 동안 엄마가 될 준비를 했기에 젖도 충분히 먹일 수 있다. 다만 개인에 따라 자연분만을 하든 제왕절개를 하든 먹이고 못 먹이고의 차이일 뿐이지.
 
  아기가 신생아실에 있는 일주일 동안 때가 되면 젖을 물리러 갔지만 아기는 잘 먹지를 못해서 한참이나 고생했고,
  젖은 젖대로 차올라 결국 젖몸살이 났다.
 
  견디다 못해 간호실에 얘기했더니 젖맛사지를 해준다 해서 기다리다 두둥! 그 시간이 왔다.
  그냥 있어도 아파 죽을 것만 같았는데 맛사지라니.... 맛사지라니!!!
 
  느낌이 어떠냐면 탱탱 불어터진 젖가슴이 돌덩이처럼 굳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쥐가 났는데 피는 안 돌고 계속해서 팽창한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간호사가 열심히 맛사지를 해주는데 수술하는 것보다 더 아팠다.
  진통제라도 맞을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옷과 손을 젖으로 적셔가면서 애써주는 간호사가 고마웠지만 너무 아팠다. 너무 아파서 간호사에게 한 마디 했다.
 
  "간호사님, 진짜 힘들게 고생하는 거 알고, 정말 고마운데 너무 아파서 간호사님 한 대 때려주고 싶어요. 엉엉"
 
  진짜 간호사가 정말 고맙지만 너무 아프니까 진짜 한 대 때리고 싶은 그런 복잡한 심경이고 할 수만 있다면 진짜 그만 하라고 소리지르고 싶을 정도로 아파 죽을 뻔했다. 골반 수술 후 외고정 장치를 뗄 때 19 바늘을 꼬메면서도 마취하지 않고 했는데 진짜 사람이 고마우면서도 너무 아프니까 미워지기도 하는 그런 지킬 앤 하이드, 골룸 스미골의 감정을 느꼈던 때였다.
 
 
 
 
  4.
  누가 오징어의 후예 아니랄까봐 요즘 오징어 영법으로 침대를 휘젓고 다니는 아기.
  다리를 오므렸다 쫙 펴면서 위로 위로 솟구친다.
  수족관의 오징어가 떠오르며
  내가 지었던 시의 한 연이 동시에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그렇게 위로 위로 솟구치다 벽이나 헤드에 부딪히면 무척이나 발도 빨라지고 그에 맞춰 짜증내며 앵앵거리는 소리도 높아갈 때면 더욱 그렇다.
 
 
  어제 사랑이 눈물 흘렸던 곳으로 저녁이 저물고 있다
  세상의 모든 새들은 둥지로 돌아갔건만
  거리에 흩어진 채 떠도는 청춘들이 춥다
  수족관 벽에 부딪히는 오징어는
  내가 사랑을 기억하듯 바다를 잊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아기는 무엇을 기억하고 잊지 못해 저렇게 오징어 영법을 그치지 못한 채 벽에 머리를 대고 앵앵거리는 것일까.
 
 
 
 
 
  5.
  아기가 손 탄다고 많이 안아주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기의 독립심을 위해 아기를 혼자 재우고 수면교육이니 무슨 교육이니 하며 일찍부터 아기를 힘들게 하는 경우를 볼 때면 안타까운 심정이다.
  물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니 그냥 개인적 관점으로 인한 안타까움일 뿐이지만 아기들은 손을 타게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당신이 어느 날 이 거대하고 광활한 어느 행성의 한 곳에 뚝 떨어졌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 당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배고파서 울 때 먹을 것을 주고, 당신이 그 행성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힘들 때나 걱정이 있거나 무얼 어찌 해야 할지 모를 때마다 당신 곁에서 당신을 도와준다.
 
  또다른 당신은 누군가가 밥을 주기는 하지만 당신을 혼자 있게 놔두고 힘들고 걱정거리가 있고 당황해서 울 때도 가끔 얼굴을 쳐다보기만 할 뿐 그대로 멀어진다. 울어도 소용이 없음을 알게 된 당신은 점점 울기를 그치게 되지만 세상은 여전히 불안하다.
 
  전자의 경우 주변의 도움으로 인해 불안함이 가시고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며 불안보다 호기심이 더 커지며 스스로 어떤 일을 행하고 점점 그 범위가 넓어지며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들도 찾게 된다.
 
  후자의 경우 여전히 어찌 적응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주변을 관찰하며 지내다 보니 어찌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지만 여전히 세상은 불안하다. 호기심도 생기지만 이후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움이 더 커 머뭇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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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그저 내가 아이에게 부모의 관심과 스킨쉽, 보살핌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얘기하고자 즉흥으로 지어낸 예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지 않겠는가.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 누군가가 친절히 나의 바디랭귀지를 보며 이해해주고 도와줄 때와 혼자 적응하느라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열심히 적응하려 할 때는 정말 천양지차이지 않겠는가.
 
  아기에게 이 세상은 낯설고 낯설 뿐이며 아직 호기심으로 세상을 대하기에 아기는 한없이 작고 약하며 쉽게 바스러지기 쉬운 존재이다. 그런 자신들을 알기에 아기들은 살아남기 위해 귀엽고, 그 귀여움으로 부모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끝없는 보살핌을 달라고 온 몸으로 웅변하고 있으며, 부모는 그런 아기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손을 탄 아기라는 말은 그만큼 양육자가 아기를 아끼고 사랑해주며 키웠다는 말에 다름 아니라 생각한다면 아기를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손 탄 아기로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6.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 집에는 메드우먼이 사나 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혼자 까르르~ 어흥~ 우워우워~ 오홍오홍~ 부바바바바바~ 이쿠이쿠~ 하하하하~ 호호호호~ 헤헤헤헤~ 어부어부~ 난나난나나~ 가끔 무당 종소리처럼 들리는 방울소리와 함께 우리 애벌이랑 놀자~ 애벌이~ 나는 애벌이~ 우리 같이 놀자~ 아항~ 아이 좋아~ 으헤헤헤~ 이런 소리가 수시로 창문을 통해 들릴 게 빤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기 소리는 작아서 들리지 않을 테니까 그게 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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