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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감정치료제-2
게시물ID : panic_903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거짓말
추천 : 5
조회수 : 6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28 0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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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치료제가 왠지 장편이 될 것 같습니다.. 

지겹더라도 지켜 봐주세요. ㅠ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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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2년, 서울 구로구


아침 출근 시간, 민호는 발걸음을 서둘러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약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선 건물 일층 로비에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다들 무표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서있다. 손에는 스마트 폰으로 뉴스를 검색한다던가 재미난 게시물들을 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화면에서 나오는 빛으로 인해 다들 하얗게 화장한 것만 같았다. 민호는 그 줄 뒤에 서있고 싶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 구석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기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긋지긋한 출근 전쟁을 또 다시 엘리베이터에서 겪는 것을 더는 원하지 않았다. 차라리 계단을 천천히 오르는게 낫다는 것이 민호의 판단이었다.



비상계단으로 연결되는 묵직한 철문, 그놈의 차가운 손잡이를 움켜지고 열자 퀘퀘한 냄새가 코를 통해 폐로 깊숙히 들어왔다. 현대문명의 잇점들은 항상 그림자가 있다. 햇볕이 진할수록 그림자는 짙은 법. 비상통로 안의 공기는 순환이 안되는지 항상 그자리에 고여 있는 물 같았다. 퀘퀘한 콘크리트 냄새같기도 했고, 며칠 전 비상계단에서 누군가 남몰래 피웠던 담배냄새 같기도 했다. 약간의 후회가 솟아올랐지만, 그는 출근시간에 맞추기위해 퀘퀘한 공기따위 맘에 둘 시간이 없었다. 오로지 제 시간에 출근을 해야겠다는 강박관념만이 민호의 머리에 떠돌았다. 그는 계단을 오르다가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등교시간을 맞추기 위해 넝쿨이 휘감던 담에서 그 담의 맨살을 들어내는 적절한 곳을 골라 넘던 그 기분. 어쩌든지 등교를 해야한다는 그 생각을 고등학교 졸업이 지난 십오륙년 후에도 느끼다니…. 



9층이라는 표시를 보고 그는 빠져나올 구멍을 찾은 탈옥수처럼 기뻐하였다. 다시 한 번 차가운 손잡이를 잡아 비틀었다. 문을 열고 나와 계단을 오르느라 가빠진 숨을 두어번 크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땀이 약간 흥건하게 젖어 있는 티셔츠를 잡았고, 몸안에 시원한 바람을 넣기 위해 손을 흔들었다. 기분이 약간 상쾌해졌다. 아직도 아래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자신은 그들에 비해 자신의 의지만으로 팔과 다리를 사용하여 불쾌해지고, 상쾌해지고, 올라온 것만 같았다. 줄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자그마한 빈정거림이 그를 휘감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빈정거림은 측은한 마음과 함께 가슴 한켠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하지만 그는 이상한 공존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생체보안시스템을 통과하며 자신의 출근을 알렸다.



출근을 하자마자 연구소장의 모습이 보인다. 민호는 그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에게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우승환 소장님~”

“어… 그래……”

언젠가부터 시큰둥한 표정으로 반응하는 소장이다. 웃음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그렇다고 무표정한 것도 아니였다. 

“회의는 언제부터 시작인건가요?”

“10시.”

“네, 알겠습니다. 뭐 다른 지시사항은 없나요?”

“없네.” 

“네, 알겠습니다. 회의 때 뵙겠습니다.”

민호는 연구실 소장 가까이 있는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으로 컴퓨터를 켰다.


***

 

상대에 대한 기대가 크면 실망감이 크게 다가온다. 사랑을 하는 대부문의 사람들은 위대하고도 우연하게 찾아온 사랑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위대함과 아름다움은 평범함으로 바뀌어버리는 순간이 있다. 기대가 크면 바라는 것도 많아지게 된다. 상대가 이 모든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연인에 대한 위대함은 평범함으로 바뀐다. 평범함이 이내 싫증과 지겨움으로 변하게 되고, 그로인해 상대방에게 냉담하게 대한다.  이러한 변화의 충격의 정도는 마치 새가 올라간 위치가 높으면 높을 수록 크다. 어느 시점의 충격은 신체를 회복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방이 싫증과 지겨움을 해소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아름다움은 추악함으로 변한다. 그러고는 연인으로부터 크나큰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상처받은 사람'은 복수심이 생기고, 돌이킬수 없는 칼날을 자신의 연인에게 들이대고 말 것이다. 비단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기대가 높았던 상대가 그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실망감으로 변하고, 더 나아가 실망은 폭력으로 변하기 쉽상이다. 



 소장의 표정은 실망으로 변하는 과정의 중반 어디쯤 있는 것 같았다. 민호가 한 질문에 소장은 지겨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건성건성한 말대답을 하거나, 민호가 말한 의견이나 농담에 냉소적으로 정색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제 민호는 그런 소장의 냉랭한 반응에 일일히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낀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회사에 입사했을 때 민호는 그런 소장의 표정에 민감하게 반응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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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년 3월초


강릉의 어느 수련원. 늦은 밤, 민호는 방안에 있는 술에 취해 떠들썩한 사람들을 뒤로하고 테라스로 연결된 문을 열고 나갔다. 술로 인해 약간 상기된 민호의 얼굴이 차가운 바람 덕택에 식어진다. 강릉 앞바다가 앞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캄캄한 밤하늘은 수평선과 바다를 확인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다만 해변가에 설치된 가로등만이 바다라고 확인하게 해주었다. 모래를 쓸고 있는 파도 소리와 희미하게 보이는 부서진 파도의 하얀거품, 그리고 소금기 가득한 차가운 바닷냄새 덕분이었다. 갑자기 민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민호는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고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담배연기를 섞어 깊게 들여마셨다.



 지금은 한국의과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한창이다. 지금 방안에 있는건 의학대학원 신입생과 재학생이다.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하는 것은 신입생들에게는 동기와 선배와 교수를 확인하고 대화하면서, 짧게는 대학원 생활의 미래를, 길게는 졸업이후의 진로를 생각하는 자리였다. 반면에 재학생들에게는 교수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다시 각인시켜주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인 ‘자리’를 확인 하는 자리다. 졸업을 앞둔 민호는 이 모든 것에 질릴대로 질려 있었다. 자신의 꿈은 이미 대학원 입학 때 교수에 의해 박살이 났었다. 이때부터 학위 시스템에 대한 것들은 민호에게 환멸로 다가왔다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한 번 담배를 빨던 순간에 뒤에서 문여는 소리가 들렸다. 조찬석 교수다. 



“흠흠… 자네 여기 있었구만”

“네, 교수님. 안에 공기가 좀 더워서 나왔습니다.”

“그런가? 역시 우리학교 학생들이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해. 그 열의로 방이 저렇게나 더워지다니~ 허허허 ”

“그러게 말입니다. 교수님…”

“자네 담배하나 주게. 자네는 좀 독한거 피지않는가? 오랜만에 좀 독한 것으로 피워볼까.”

민호는 담배를 하나 꺼내 교수에게 건내주고,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자네 졸업이 이제 별로 남지 않았구만. 취업은 어디로 할 지 생각해봤는가?”

“아뇨. 아직…”

“그런가…”교수는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내뱉었다. 술로 인해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즐겁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도 알다시피 세계정부는 사람들의 건강에 관심이 아주 많다네. 그 대표적인게 자네와 내가 연구했던 감정에 관한 논문들이었고… 우리 논문과 특허는 전폭적인 세계정부의 지지와 지원을 바탕으로 나온거네… 그것을 상용화한다면 세계정부의 지원을 100% 받는 건 따논 당상이지… 안그래도 내가 정부관계자들과 얘기를 몇 차례에 걸처 얘기를 해보았는데, 우리와 함께 이 신약의 개발과 상용화를 하고 싶어하는 신생기업들이 많다더군. 다들 우리 논문에 관심이 많은게지. 관심이 너무 넘처서 감당이 안 될 정도라네. 그 중에 내 후배도 있더군. 여튼 저번 발표 때도 관심들이 넘처 질문들이 쏟아지는데, 일일이 대답을 못할 정도로 자네도 느꼈지 않았는가? 우리 논문에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아. 허허허~ 다들 우리에게 관심이 많고 거는 기대도 아주 크다네.”

“네…”

교수는 대화 중간중간에 담배를 피며 말을 했다. 그러고는 짧아진 담배를 비벼 껐다. 담배가 모자란 것일까? 교수는 급하게 자신의 담배를 다시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민호는 치를 떨었다.

 ‘<우리>라니… 당신이 한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런 파렴치한 말을 하는 거지? 그런 대답을 못한 건 조찬석 당신이고, 그건 논문의 내용에 대해 몰라서 아닌가!’

민호는 마음을 가다듬고 교수의 희망찬 얼굴을 보며 물었보았다.

“기대가 많다라… 그렇다면 교수님,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이번에 나랑 같이 연구를 계속 진행하지 않겠나? 내가 예전에 사업을 좀 해본 경험이 있네. 국방부에 납품될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였는데, 규모가 좀 컸어. 그때 나 혼자서 하려면 힘드니 동업자를 선정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해보려고 하는 거지. 자네와 내가 사업을 한다면, 다른 경쟁기업들을 물리치고 우선적으로 정부의 지원금을 받게 될 것이네. 지원금뿐만 아니라, 정부에 납품까지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이 우리 수중에 오는 거 아니겠는가? 또한 자네는 약간만 노력해서 연구소장까지 꿰찰수 있는 거고… 한 번 생각해보게. 자네가 이미 갖추어진 회사에 들어간다면, 소장까지 할 가능성도 낮겠지. 또 소장을 할 수 있다한들 소장까지 다다르는 기간은 스타트업 기업보다는 오래걸리지 않겠나? 그에 반해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자네가 모든 기반을 갖추고 올라가면, 자네 뜻대로 연구소를 꾸릴 수 있지 않겠는가? 모든 연구는 자네에서 시작되고 자네로 끝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일세.”

“네… 그렇군요…”



그때 교수의 전화벨이 울렸다.

“아이고 우리딸~ 아빠 보고싶어 전화했어? 그래그래~ 잠시만~”

교수는 전화기를 가로막고는 민호에게 말했다. 

“민호 한 번 잘 생각해보게…”

교수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껏다. 그러고는 전화기를 귀에다 갖다대며 웃는 얼굴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바닷바람으로 상쾌해진 민호의 기분이 더러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아직은 아냐… 지금 저 인간을 박살낸다면, 내 논문이 취소될 수 있지…’


출처 나의 거친생각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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