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치님 글이 인상깊어 읽기를 즐겨하는 편입니다. 사고가 깊으시고 글의 논리적 전개도 좋으십니다.
어떠한 사회 현상의 원인을 분석할 때에는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객관적이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보는 교회 문제, 교회 밖에서 보는 교회 문제, 유물론적으로 보는 교회 문제, 현상학적으로 보는 교회 문제 등 여러 시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교회 안에서 보는 시각, 즉 기독교의 교리를 알며 교회의 중심에 있고 하나님을 열심히 믿는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비기독교인과 기독교인은 문제를 바라보는 접근부터가 판이하기 때문입니다.
비기독교인은 기독교를 다른 많은 종교들 중 하나이며 비합리주의자들이 모인 곳 정도로 생각합니다. 조금 관대한 사람들은 좋은 일은 하지만 요즘 문제가 되는 종교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상과 똑같은 사회 현상으로 교회 문제를 바라봅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확장에 대해 복지 측면이나 유물론적 측면으로 대답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본래 그러한 목적으로 교회를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인 목적은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지상명령인 마28:19,20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19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서,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20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아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관점으로만으로는 교회의 확장을 설명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제자를 삼기에는 충분히 교회가 많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70년대 교회가 굉장히 팽창하기 시작한 시절 많은 사람들은 목회를 하기 위해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신학대학교 출신이 아닌 목사도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이 신학대학 출신입니다. 이 때 다수의 목사가 생기면서 그들이 자신의 교회를 개척하며 교회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80년도가 되어 전두환이 집권할 때 신학교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신학대학교를 나와야 한다고 법을 정한 것입니다. 이전에는 그냥 신학교와 신학대학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신학교는 없어져 버렸습니다.
고등교육의 범위 안에서 목사를 키워냄으로서 질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때 이후로 늘어나버린 목사 졸업생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교파가 갈라지면서 대학교는 더욱 늘어나고 늘어난 대학교에서 목사 졸업생들은 끊임없이 키워졌습니다. 이렇게 키워진 목사들은 새로운 교회를 개척해야만 했고 교회가 골목골목마다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해외 선교로 발걸음을 돌린 목사님들도 많이 있지만 아시다시피 교회가 타락하게 되면서 해외로는 잘 나가지 않게 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교회가 하는 일 중 복지의 역할은 부수적인 것입니다. 교회가 복지관이나 어린이집,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이 '요즈음' 교회의 확장에 있어서 큰 역할을 차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교회는 근대화가 덜 된 곳에서 근대화를 도와주는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도 구한말에 선교사들이 와서 교육기관과 병원을 많이 설립했습니다. 지금 선교사들이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거나 학교를 만들거나 하는 등 사회 기본 시설을 많이 세우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덧붙여 교회가 욕을 먹는 문제에 대한 저의 의견입니다. 교회 내부에서도, 교회의 중심에 있는 사람도, 목사님들도 교회가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흥을 외치며 여기저기서 집회를 하고 있죠. 다만 다수가 문제를 치료할 수 없을 만큼 병들어 있기 때문에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못 들은 척 지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못 들은 척 한다기보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없으므로 복음의 능력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비기독교인은 현재의 타락을 결과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교회가 물질중심적이며 철저히 인간중심적이며 배타적이며 비합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정확히 맞습니다. 열매를 보면 가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참된 기독교인의 관점에서는 현재의 타락을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너진 것으로 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있으므로 그에 걸맞은 열매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든 기독교인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새롭게 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