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마왕에게 바치는 글.
게시물ID : star_2594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머나이러마니
추천 : 7
조회수 : 3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28 00:44:49
나는 사실, 
또래에 비해 당신을 조금 늦게 알았다. 
'그대에게' 가 나왔을땐 난 꽤 어렸고, '안녕' 을 거쳐 '째즈카페'가 나왔을땐 마이클잭슨에 빠져있었기에, 노래만 알 뿐 신해철이란 이름에 대해 알진 못했다. 맨날 흥얼거리던 '도시인'이 당신의 노래인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에게 단순히 앨범 케이스가 멋있다는 이유로 빌려들었던 테이프가 있었다. 바로 [The return of the N.EX.T-part 1], '날아라 병아리' 가 들어있는 앨범이었다. 중학생의 나에게 그 앨범은 충격 그 자체였고, 나를 단숨에 사로잡아버렸다. 

 그때부터 모든 노래를 외우고, 모든 콘서트를 쫓아다녔으며, 노래로 인해 마음도 치유 받고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래들이 '교실 이데아'를 부르며 부당함을 울부짖을때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을 부르며 세상의 비뚤어짐을 외쳤고, 'Hope'를 들으며 어느때보다 힘든 순간들을 이겨냈으며, 'Here, I stand for you'를 들으며 사랑을 꿈꾸었다. 

 뿐만이랴, 당신의 입담 또한 나를 사로잡아서, 졸린눈 비비며 드라큘라 마을에서 새벽 3시까지 잠못들었더랬다. 그때 처음으로 당신을 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었지. 당시엔 마왕이란 두글자도 줄여부르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반말이 당연해진 시기이기도 했었지. 

 고스 얘기를 하니 훨씬 전에 하이텔을 처음 가입하던 날이 생각난다. 통신에 대해 이해하고 처음으로 가입했던 커뮤니티가, "넥스티즘"이었다. 비록 후에 "철이네" 로 가게되며 불미스럽게 탈퇴하게 되었지만.

 친구들 중에도 같이 당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또 뭔가 함께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건 즐거운 경험이었다. 누군가가 당신과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를 자랑하고, 다들 부러워하는 등, 정말 즐겁게 공연장을 다녔던 것 같다.

 넥스트가 4집 앨범이후 해체 발표를 한 콘서트에서는, 눈물흘리며 목이 쉬도록 넥스트 세글자를 외쳤었다. 그땐 당신이 안돌아 올것만 같았거든. 그러나 새로운 음악들과 함께 당신은 돌아왔고, 여전히 내 마음을 적시는 노래들을 불러주었다. 모노크롬 공연장에서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에선 넥스트때완 반대로, 기쁜 마음에 벅차 신해철 세글자를 목이 터져라 외쳤었지.

 한 공연장에서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공연장에 단 한명만이 오게되는 날까지도 노래를 하겠노라고. 그때 친구와 함께 다짐했었다. 우리가 마지막 두 명이 되자고. 

 그 다짐대로, 나이를 먹고 사회에 나와서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추억거리로 보내지 못하고 내 우상으로 남겨놓았다. 비록 내가 음악을 하진 않지만, 당신의 음악은 언제나 내가 힘들때면 위로가 되어주었고, 기쁠때는 함께 즐거워해주었다. 언제 어느때에 당신의 음악을 듣더라도, 그 자체가 내 에너지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솔직히 인정한다. 최근 2~3년간은 당신 음악을 별로 듣지 않았다는 것을. 심지어 얼마전 9월에는, 당신의 콘서트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으니 이 얼마나 배은망덕한 팬인가 싶다. 콘서트가 끝난 직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뭔가 미안한 마음에 다시 당신의 행보를 좇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매불망 새로운 콘서트가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살이 쪄서 걱정하던차에, 다이어트 1차 프로그램 완료 트윗이 올라와 싱긋 웃었더랬다. 

 그런데, 그게 마지막일 줄이야. 당신의 그 사진이 마지막일줄 몰랐고, 홍대 사운드홀릭에서 당신의 공연을 본 것이 마지막일줄 몰랐다. 좀 더 열심히 다닐 것을, 좀 더 열심히 볼 것을... 

 왜 '단 하나의 약속' 을 정작 당신은 지키지 않았는가. 눈물이 나지만 되려 당신을 책망하고 싶다. 약속을 하자고 한 사람이 먼저 깨버리면 어떡한단 말인가. 

 차라리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당신은 마왕이니까, 일부러 약속을 어기며 떠나 그 자리로 찾아가기 위함이라고. 그렇다면, 부디 그 자리에서 이젠 편히 쉬길 바란다. 악플도 안티도 없는 곳에서, 살 뺄 염려도 없는 그곳에서 정말 편안히 쉬길 바란다. 

 이제 이곳에는, 당신의 음악만이 남았다. 그래도, 음악이 남아있어 다행이다. 지난 20년간 당신과 당신의 음악에 정말로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그리고, 당신의 음악에 앞으로도 수십년간 신세를 질까 한다. 그 신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도 지금 하련다. 고맙다. 나랑 동시대에 살아줘서. 당신을 보고 자랄 수 있어서.

 오늘은 당신이 떠난 뒤에 뜰거라고 말했던 곡, '민물장어의 꿈'을 들으며 잠을 청해보련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