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당신의 음악을 듣고 자란 나는 당신을 참 좋아했다.
날아라 병아리를 들으며 눈물 몇 방울 찔끔거리기도 했고 Here, I stand for you. 를 들으며 내 짝도 언젠가 명동 한복판에서도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공상을 하기도 했다.
당신이 제작 했다는 문차일드 앨범을 사며.. '역시 신해철이야..'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한 것 같다.
전자장론 시험을 앞에두고 학교 도서관에서 밤 지새우던 날, 다른 친구들에겐 즐거울 축제가 왜 나에겐 고통스러운 소움뿐인걸까라는 신세한탄속에
당신이 초대가수라는 소식에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나간 기억이 있다.
지옥같았던 그 날들 속에서 당신의 공연은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고, 나는 며칠을 더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던 불꽃, 그리고 당신의 공연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겐 아직도 선명한 추억거리이다.
공중파에서 재간섞인 말투로 늘어놓았던 당신의 생각들, 당신도 나와같이 힘들어하고 고민했겠구나..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하는 동질감도
느꼈었고 '미래가 불안한 너, 괜찮아.. 괜찮아.. 나도 그랬고 누구나 그래. 괜찮은거야.' 라고 당신이 나를 토닥여주는 듯 위안을 받기도 했다.
당신의 결혼소식, 그리고 그 후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역시 신해철이야..' 신해철답구나. 당신다워.. 했었다.
하지만 당신의 죽음만큼은 당신답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안타깝고 허망할뿐이다.
좋은 사람이었는지는 그 사람이 떠난 뒤에 알 수 있다고 했다. 당신이 떠난 뒤, 슬퍼하는 나를 비롯한 이 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래 당신은 좋은 사람이었나보다. 좋은 삶을 살았나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입에 오르고 내리고마는 그래서 소모적인 화젯거리가되는 여느 연예인의 죽음처럼 당신을 기억하고싶지 않다.
당신의 죽음만큼은 끝끝내 안타까워하고 오랫동안 애도하고 싶기에 답답한 마음을 글로 써내려간다.
공들여 당신의 팬이 되지 못한 후회감보다도 병실에 누워있던 당신을 위해 작은 기도한번 드리지 못한것에 개탄해마지 않는다.
안녕.. 마왕
굿바이 나의 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