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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물 구조에 망설임이 없는 이유
게시물ID : animal_1081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와인이야기
추천 : 21
조회수 : 1024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10/28 11:36:30
그냥 개인적인 넋두리를 할까 합니다.
 
동물 구조, 그거 쉬운 일이 아니죠. 무엇보다 금전적인 부담이 가장 큽니다.
집에 있는 동물들도 지켜야 하니 넙죽넙죽 들일수가 없어 병원 검사나 치료는 확실하게 해야하다보니
한마리를 구조하면 기본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들어가는건 예사구요.

그렇다고 일부러 납치를 하는건 아니에요. 저는 납치와 구조의 선을 정확하게 지키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이쁜 아이들 사진을 올리다보니 멀쩡한 애들만 데려와서 보내는거 아니냐는 오해도 받지만
그렇게 멀쩡해졌기 때문에 사진을 올리는거지 보기 흉할 정도로 아픈 모습은 잘 올리지 않아요.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도 전에 치료에 실패해 세상을 떠난 아이들도 있으니깐요.
 
적극적으로 나서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조를 하는건 아니에요.
다만 내 앞에 나타나 살려주세요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녀석들을 못 본척 안할뿐...
 
몇몇분들은 저보고 '대단하다'고 하세요.
자비를 털어가며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고.
저는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순수한 사람은 아니에요.
구조를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죄책감 때문이거든요.
 
저는 대학교 1학년에 들어갈때 집이 망했어요.
아빠 엄마의 재력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라고 부른다면서요.
우리집은 사탕수저였어요. 입에 넣으면 달지만 먹다보니 녹아버렸더라구요.
인내가 나의 특기였기 때문에 월 15만원짜리 방에 혼자 살면서
방학때는 아르바이트 3개씩 뛰고 하루 2시간씩 자면서 7년만에 대학을 졸업했어요.
 
장윤정씨가 어려웠던 시절을 방송에서 이야기하는걸 봤는데 아마 제가 더했을거에요.
7년동안 단 한번도 겨울에 난방을 해본적이 없었고 라면 1개로 삼일동안 버티는 기술도 이때 터득했죠.
 
이 시즌에 아픈 아기고를 만났어요.
비가 많이 오는 날 알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기고가 우는 소리를 들었죠.
가까이 갈수록 더 크게 우는게 도와달라는 신호였어요.
평소에 동물을 좋아하던 전 스스럼없이 그 녀석을 안고 돌아왔는데 썩은내 같은 악취가 심하더군요.
집에 돌아와서 불을 켜보고 전 그 녀석을 보고 생전 첨보는 모습에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요.

외계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그녀석 상체 피부가 꾸물꾸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거든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앞발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고 그 안으로 하얀 구더기들이 버글거리고 있었죠.
너무 놀라 그 녀석을 다시 현관문 앞에 내려다놨어요.
비가 엄청 오던 그날, 그 녀석은 그리 될줄 알았다는 듯이 한번 뒤돌아보지도 않고 비틀비틀 기어서 가버리더라구요.
방에 들어와앉아 5분동안 아무 생각도 못하다가 다시 뛰어나갔지만 그 사이에 그 녀석은 사라지고 없었어요.
 
병원에 데려갈 돈이 없어서, 그 녀석의 모습이 징그러워서 살려달라고 손 내민 생명을 내쳐버렸다는게 내 평생의 죄책감이 되어버렸어요.

그때 결심한게 내가 돈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때가 오면 다시는 내미는 손을 내치지 말자였어요.
그래서 지금의 난 사비를 털어서라도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녀석들을 구조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구조활동을 해도 그때 그 녀석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내 품에 안겼을때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쉬던 모습,
다시 길에 버려졌을때 예상했다는 듯이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리던 모습
아마 내 머리속에서 평생 안 지워질거 같아요.

'그때 그랬었으면'이라는 후회가 가장 쓸모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는데요...
나에게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온다면 그 녀석을 만났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로또도 탐나고 주식투자도 탐나지만 그때 그 녀석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치료가 안되는 상태였으면
안락사라도 시켜줬으면 이런 평생의 죄책감은 없었을테니깐요...

에고, 몸살로 내 몸이 아프니까 맘도 약해지네요.
어제부터 그 녀석 생각이 자꾸 나는거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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