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공포 심리] ROOM - 2. 똑 똑 똑
게시물ID : panic_903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4
조회수 : 79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8/30 12:46:14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
1화 : ROOM - 1. 탈출하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여 http://cafe.naver.com/sichunji/694
(이미 올린 글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이유로 부득이 카페링크를 겁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오유 공게에 올린 글은
베스트에 올라가면 수정이 안되더군요.) 그리고 오유에 필터링 된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또한 부득이 *표시
를 하였습니다. 수정되지 않은 원글은 링크를 타고 가면 있습니다.

경고 : 이 글은 극사실적인 공포, 두려움, 고통의 반복적 묘사로 인해 읽는 분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하지만, 마지막 회까지 함께 하신다면 새로운 방식의
글 읽는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부족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 아카스_네팔 드림
=========================================================================================

                                                ROOM   
      



                                                                                               Akash-nepal


2. 똑 똑 똑



그만해 이 *발놈들아!!

어디서 나온 객기였는지 나도 몰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고통이 사라지니 과한 의욕이 생긴 것일까? 두통의 후유증으로 오른쪽 뒷머리와 눈이 아직도 얼얼했지만 귀청을 때려대는 소음으로 인한 짜증이 꼭지를 돌게 했다.

이 *새끼들...누구야...어떤 새끼가......어?

역시 반응하는 구나.
순식간에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쇠창살이 창문을 가로지르는 소리도, 문이 잠기는 소리도, 바늘 없는 괘종시계의 소리도 이제 들리지 않는다. 미친 듯이 출렁이던 그네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 래 이건 분명 어떤 새끼가 날 가지고 노는 것임에 틀림없어. 이 방 어딘가에 CCTV가 있을 거야. 그 새끼는 지금 모니터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겠지. 공포에 떨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그때마다 이것저것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그런데 왜? 그리고 도대체 어떤 또라이길래 이런 희한한 공간을 만들어 놓고 이 미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걸까? 일단 CCTV부터 찾아보자.

다시 한 번 이 미친 공간을 훑는다. 
괘종시계가 달려 있는 정면 벽 중간쯤에 앉아 있다가 일어선다. 내 왼쪽 구석 천정으로 문이 있고, 오른쪽 구석에는 사람 키만 한 철제 캐비닛이 있다. 내 앞으로 저 맞은편 천정 가운데에는 그네가 길게 매달려 있고 그 오른쪽 구석 천정엔 창문이 하늘로 뚫려 있다. 방안 곳곳엔 형광등 조명이 달려 있고, 사방 벽은 온통 하얀색이다. 방이 교실정도라 크진 않지만 높이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서 5미터는 족히 됨직하다.
아무리 꼼꼼히 방안을 둘러봐도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결론적으로 CCTV는 없다...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부터 '누군가의 소행'일거라는 나의 생각에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했다. 창문의 쇠창살, 문, 괘종시계는 내가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일 때만 소리를 냈다. 감정에 반응하는 사물. 애당초 사람의 소행으로 보기 어려웠지만 그저, 그저 난 차라리 그것이 '사람'의 소행이길 바란 것인지도 몰랐다. 짜증으로 애써 덮어왔던 공포가 스멀스멀 다시 기어 나왔다.

"철컥!"

그렇지. 역시 문 잠기는 소리다.
상대는...나의 감정 변화를 안다!. 아니 어쩌면 이 방의 사물들이 날 꿰뚫어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과아아아앙!"

괘종시계가 운다.
공포와 두려움이 점점 임계치를 향해 달려간다.

"쉬이이익 척!"

창문을 가르며 꽂히는 쇠창살 소리다.

소 리들이 계속해서 날 윽박지른다. 내가 공포와 두려움에 떨면 떨 수록 어김없이 소리들은, 비명을 지르며 벌벌 떠는 날 비웃는다. 시간이 흐른다.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다행히 모든 것이 조용했다. 무언가 깨달은 것 마냥 본능적으로 중얼거렸다.

'이 방의 사물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반응한다. 침착하자..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마인드 컨트롤..마인드 컨트롤....'

이 텅 빈 공간에 있는 사물들은 제각각 무엇인가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뭘까. 어떤 이유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저것들은 방안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걸까. 그네..는 왜 저기에 생뚱맞게 매달려 있을까? 혹시 저것들도 내 공포의 기억과 연관되지 않았을까?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가 있었다.

의림지 바이킹.
1999년 가을 어느 날, 당시 여친과 여행을 갔었다.
충 북 제천 의림지라는 곳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저수지...같은 건 잘 모르겠고, 제천에 지인이 있어서 여행 중 술 한 잔 하러 찾아갔다가 같이 놀러 간 곳이었다. 오래된 일이라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그곳 놀이공원의 바이킹만큼은 죽어도 잊지 않고 내 맘속에 고이남아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때만 해도 호기심 많고 겁 없는 열혈 청춘남녀였던지라 돈내고 바이킹에 올라타자마자 맨 끝 가장자리에 가서 앉았는데, 가장자리엔 내가 여친은 내 오른쪽 옆자리였고 그 옆으로 여고생 세 명이 탔던 것으로 기억한다.

철봉처럼 생긴 안전바를 내리고 난 뒤, 헤드셋으로 신나게 썰을 풀어 놓던 알바생의 형식적인 멘트 몇 마디가 지나가고 바이킹은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여고생 셋은 벌써부터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나야 워낙 겁세포가 없었던 놈이었던지라 서서히 절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무엇 때문인지 나도 몰래 안전바를 슬쩍 올려 보았었고 빌어먹을 안전바가 어깨까지 열리며 고장이 났다는 것을 그 순간 직감했다. 워낙 순식간의 일이라 밥달라 보채는 병아리마냥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고생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았고 여친은 애당초 내 팔짱을 끼고 있어서 결국 우리 줄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안전바가... 고장 난 것 같아"
"뭐? 뭐라고?"
"안전바가 고장 났다고!"
"아악!"

여 친이 새파랗게 질려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고, 그 옆에 쪼르륵 앉아 있던 여고생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소리를 질러 댈 타이밍이라 생각했던지 이에 질세라 목청을 더 가다듬기 시작했다. 바이킹은 마치 제대로 탄력 받은 그네처럼 하늘을 향해 대거리를 하며 진폭을 높여갔다.

"아저씨! 멈춰요! 고장 났어요! 안전바, 안전바가 고장 났어요!"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없었다. 주변의 비명소리...특히 마치 몇 달 동안 합숙훈련이라도 한 마냥 미친 듯이 금속성의 비명을 동시에 박자 맞춰 질러대는 여고생 셋에 의해 묻혀 버렸다. 헤드셋을 뒤집어쓰고 준비된 멘트를 습관적으로 치고 있는 알바가 보기에 나는 그저 모냥 떨어지게 여친 옆에서 꽥꽥거리는 찌질한 겁쟁이 남친쯤으로 보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다음 멘트가 그랬기 때문이었다.

"아, 저기 끝에 남자분. 옆에 여친보다 더 떠시네요. 오늘 특별 보너스 타임 함 줘 볼까요? 자 갑시다!"

뭐 그런 병신 같은 멘트였던 것 같다.

"야 이 *발놈아!...."

사태를 파악한 여친은 왼 팔로는 내 허리를 오른팔은 안전봉을 걸고 깍지를 낀 채 울부짖고, 나는 맨 가장자리라서 팔걸이처럼 생긴 쇠봉에 팔을 넣고 역시 오른팔을 안전봉에 건채 깍지를 끼고 버텼다.

그 와중에 힐끗 바라 본 여고생들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처음엔 당당하고 느긋하게 타더니 일순간 오들오들 떠는 생쥐 꼴처럼 저자세가 되어 버린 우리를 보고, '졸라 재수 없어'라고 말하는 그 표정들. 내가 지금 너희들을 살리고 있다 등신들아.

아..주머니에서 빠져나와 혼자 살겠다고 저 멀리 아득하게 떨어지던 일회용 라이터.
일 년 같았던 그 공포의 순간들을 차곡차곡 온 몸으로 받아 안고 나오면서 나는 나도 몰래 고인 눈가의 무언가를 훔쳤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옮기며 나오던 의림지 바이킹.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놀이기구를 타지 않는다.

지금 저 그네가 그 바이킹을 떠올리게 한다. 공포와 두려움의 상징물, 의림지 바이킹을 말이다.
꼬여 있던 낚싯줄이 비로소 풀리는 느낌이다. 이 방안의 모든 것은 내 공포의 기억과 관련 있구나...

그리고 창살이 있는 창문. 저건 말할 것도 없다. 학창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권총에 옆구리를 겨냥당한 채 끌려가 한 여름 삼복더위동안 몇 개월을 잡혀 있었던 곳, 편안한 곳이었을 리 없지.

바 늘 없는 괘종시계. 옛날 국민학교 하급생시절, 단칸방 비슷한 곳에서 부모님과 살 때 밤마다 오줌이 마려 화장실에 가려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마루에 덩그러니 달려서 딸깍거리던 괘종시계. 하필이면 그때마다 '과아아아앙!'하고 울던 그때, 엄마 아빠도 잠든 그 순간에 내가 감당해야 했던 공포.

문이야...탈출하라 했으니 당연히 있어야 했을 테고.
아..맞다. 캐비닛 안에 있는 옷걸이와 혁대에 관한 이야기도 고백할 수 있다. 군사정권 시절 정의사회구현이다 뭐다 해서 연일 잠복근무에 출동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강력반 형사였던 남편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 유일한 대상이었던 나. 옷걸이와 혁대는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추 억이라 할 순 없지만 방안의 사물들을 보면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는데 희한하게도 이 방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리 골몰해도 최근 기억의 시작은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두통과 안통의 시작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방에서의 기억도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지독한 두통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없던 약이 생긴 것부터, 일순간 그 약들이 손안에서 사라져 가던 것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 약들,  그 약이...생긴 것이...내가 대학시절 두통에 치를 떨며 공포에 휩싸여 약국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린 순간이었는데... 그렇다면 혹시? 공포와 두려움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약과 물병이 나타났다면...혹시 다른 무엇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방안의 사물들이 과거 확연한 공포의 상징물이라면, 약과 물은 공포와 두려움의 기억을 통해 만들어진..아니 소환 (?)된 물건들일 것이다. 어차피 가능한가 아닌가는 이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라이터.
라이터가 생겼어야 했다. 바이킹 사고 때 주머니에서 빠져나가 아래로 떨어지던 노란색 1회용 라이터.
역시....멀리 찾을 것도 없이 내 발 앞에 노란색 라이터 하나가 놓여 있다. 역시 내 예측이 맞았어. 공포나 두려움의 기억과 연관된 물건들을 불러 낼 수 있다...말도 안 되지만 말이다.

혹시 모든 것이 환상이 아닐까? 너무나 선명하지만...지금이 꿈속이진 않을까? 그래..라이터가 있지 시험을 해보자. 라이터에 불을 튕겨 손끝에 가져가 본다.

씨발 아뜨거!

환상이든 실재든 불에 대면 엄청 뜨겁다는 것은 확실하구나. 어찌되었든 이성적 판단이 가능해지면서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 당장 죽지는 않을 것 같고... 최대한 침착하게.
도무지 적응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 방안의 상황이 나도 모르는 사이 익숙해짐을 느낀다. 공포와 두려움도 그 대상이 새롭지 않은 이유일까? 처음 같지는 않다...적어도 지금은 죽을 것 같지는..않으니까.

지 금은 캐비닛 서랍의 쪽지에 쓰인 말처럼 무슨 수를 쓰더라도 탈출할 궁리를 찾아야 한다. 그게 급선무다. 누구인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탈출하라'라는 말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좋은 점은 탈출하기까지 일말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는 것과 나쁜 점은 그게 얼마동안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확실한 것은 주어진 시간동안 쪽지에 쓰인 말처럼 무슨 수를 쓰더라도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아직 확인하지 못한 곳부터 살펴보자.
캐비닛 두 번째 서랍. 다시 몸을 일으킨다. 철제캐비닛이 마치 나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린 것처럼 기다리고 있다. 옷걸이와 혁대가 그 안으로 보인다.
드르륵...
열 려 있는 첫 번째 서랍을 닫고 닫혀 있는 두 번째 서랍을 열었다. 역시 무언가 쪽지가 들어 있다. 첫 번째 서랍에 있던 쪽지와 같은 크기....어쩌면 첫 번째 서랍을 닫는 순간 스르륵 순간이동을 해서 내려온 듯 한 똑같은 크기의 쪽지가 똑같은 위치에 놓여 있다. 망설임 없이 들어 눈앞으로 가져 온다.

탈출하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여

.....!

순간 어디선가 처음 듣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똑...똑...똑

분명 노크 소리였다. 손가락을 구부려 철판을 두드리는 저 노크소리. 그 소리는 바로 벽에 붙은 캐비닛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것이 틀림없었다.


<계속>
출처 http://cafe.naver.com/sichunji/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