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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장어 그대에게
게시물ID : star_2601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독존
추천 : 2
조회수 : 3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29 00:34:50
"숨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
우리는 서로 이렇게 아쉬워하는 걸"1) 을 열창하며
여자친구를 꼬셨다.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2) 를 뇌까리며
위안 삼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슬퍼하는 모든 이를 위해"3) 살겠다고
결심했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4) 대답하려
하루 하루를 돌아봤던 시절도 있었고 
 
"누구는 신의 이름을
누구는 정의의 이름을
하지만 신도 정의도 너희를
결코 용서하지 않아"5)라며
함께 불의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내 인생의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정말 진짜로 원하던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6) 라고 물으며
학생들 앞에서 침을 튀기도 했다. 
 
"너에게
내 불안한 미래를
함께 하자고
말하긴 미안했기에"7)
여자친구를 떠나 보냈으며 
 
"숨기려 애를 써도
눈빛이 어둡네요
괜찮아요
모든 것이 잘 될거예요"8) 노래를 들려주며
울며 떠나는 그녀를
위로해 주기도 했다. 
 
"난 한 번쯤은
저 산을 넘고 싶었어
그 위에 서면
모든게 보일 줄
알았었지"9)라고 뇌까리며
서른 살, 지난 삶을 송두리째 버린 후 
 
"남들이 뭐래도
네가 믿는 것들을
포기하려 하거나
움츠러 들지마"10)라고 하는 그의 노래에
다시금 목을 빳빳이 세우기도 했다. 
 
"어쨌든 뭐가 되든 언제되든
되긴 될테니까 
보라니까
믿거나 말거나 
나의 때는 곧 와!"11)라고 
내심 불안 가득한 허세를 부리던 백수시절을 거쳐
새로운 삶을 선택했고 
 
새로운 세계의 갖은 풍파에 지칠 때면
"그래 그렇게
절망의 끝까지 아프도록 떨어져
이제는 더 이상
잃을게 없다고 큰소리로 외치면
흐릿하게 눈물 넘어
이제서야 잡힐 듯 다가오는
희망을 느끼지
그 언젠가 먼 훗날에
반드시 넌 웃으며 말할 거야
지나간 일이라고"12) 다독이는 그의 목소리가
내게 큰 위안을 주었다. 
 
정직하고 반칙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죽는 날까지
내가 노력한 것, 그 이상은
그저 운으로 얻지 않게
뿌리치게 도와주시기를"13)이라는 그의 기도는
내 기도이기도 했다. 
 
세상은 여전했다.
"무엇이 옳았었고 
(무엇이) 틀렸었는지    
이제는 확실히말할수 있을까"14)라는 질문은
70년대가 아닌 2014년에도 여전히 유효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이
맘에 드는 모습은 아니지만
하지만 나
지금 이대로
우리 다 이대로
그냥들 열심히 사는 게
내겐 너무 좋아만 보여"15)라는 그의 따뜻한 시선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비록 겉 모습은 쎈 척하고 강렬했지만
속은 한 없이 여리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던 그는
동성의 친구들인 수컷에게도
"웃기는건 섹스할때도
무능력해 보일까봐 초조해하는
의외의 소심함이지만
웃기지도 않은건 그러고 난 뒤에
허탈해하고 고독해하는
의외의 예민함이다"16) 라며 안쓰런 눈빛을 보냈고
이성의 친구들인 여성에게도
"너 자신조차도 미처 알지 못하던
네 깊은 곳에 숨겨진
너를 찾아내야 해"17)라며 격려했다. 
 
심지어,
낙태로 인해 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그 작은 생명들에게까지 바치는,
곡의 맨 끝, 날카로운 금속성 타음(打音)까지 듣고 나면
주르륵 눈물이 흐르게 되는 명곡까지 만들었다.18) 
 
글이든 음악이든
내 마음과 머리를 흔드는 작가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내 십 대부터 삼십 대까지
내게
질문을 던지고
뒷통수를 갈기고
토닥여 주기도
함께 씁쓸한 입맛을 다셔준
사랑스러운 친구였다. 
 
신해철...
고맙다.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는
의사를 너무 믿지 마시길.
당신의 신념을 그처럼 단호하게 세웠듯
당신의 몸도 그만큼 홀로 잘 챙기길... 
 
당신의 이 노래를 부르며
당신의 이생의 '몸'을 떠나 보낸다.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19)


● 신해철의 노래 제목
1) 그대에게
2) 나에게 쓰는 편지
3) 슬퍼하는 모든 이를 위해
4)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5) In the name of justice
6)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7) 내 마음 깊은 곳에 너
8) It's Alright
9) 그저 걷고 있는거지
10) 해에게서 소년에게
11) 백수의 아침
12) Hope
13) 기도
14) 70년대에 바침
15) Friends
16) 수컷의 몰락 Part 1
17) 사탄의 신부
18) Requiem for the embryo
19) 민물장어의 꿈

http://youtu.be/mxGloaTYl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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