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꿈속에서구보씨는 어머니의 옷을 골라드렸다.
저물어감을 감추기 위한 화려한 색의 향연들
번쩍이는 빛이 모여 한데 녹더니 그대로 태양이 되어 잠에서 깨고 말았다.
눈을 감자 태양의 잔상 번쩍이며 나타나
진짜 태양의 색이란 이런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낮은 싫다.
어머니가 놓고 간 만 원 짜리 한 장을 손에 쥐고 동네를 나서면
푸른 그림자는 스물여섯 해의 갖가지 가난과 슬픔과 고통을 상기시키고
정오에는 살아있는 모든 것
유리 안에서 먹이와 함께 흐늘거리며 누가 먹이인지 모르게 꿈틀대는 시간이다.
떠지지 않는 눈으로 어머니의 뒷모습
그제서야 몽롱하게 ‘예술을 해서 미안합니다.’ 하고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도무지 지치기만 하고
미운 해가 여물어야만 안심이 되어요.
소설을 쓰려고 들어간 까페서 글보다 비싼 코오피
차마 마시지 못하고 연인들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노려보다 나왔다.
다시 선술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니
H 아무개가 술 권하는 사회로다, 술 권하는 사회로다 하는 그 말이 딱 맞구나.
재료는 역시 크레파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