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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1
게시물ID : panic_903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나틱프릭
추천 : 12
조회수 : 9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31 23:36:25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일터로 나가서
있는 듯 없는 듯 열심히 일하고 점심을 먹고 
또 다시 남은 일을 마무리한 후 6시가 되면 칼같이 집에 왔다.

그는 아주 지극한 개인주의라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했고
누군가에게 밉보일만한 일도 일절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주변 사람들이나 상사들은 그를 좋은 사람으로 평가하여
인사에 반영된 긍정적인 부분들로 인해 그는 꽤 높은 직급에 앉아 있었다.

단 한 가지 그의 단점은 자주 아팠다는 것이었다.

 "이놈의 약을 하루에 한 주먹을 먹어야 하는군."

항생제부터 시작해서 두통약, 신경안정제 등을 한 주먹을 털어서 입에 넣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너무나도 안쓰러워 사람들은 차라리 병가를 내고 쉬기를 바랐으나
그가 쉬는 것 또한 자신의 일터에 누가 되는 일이라며 거절하며 꾸역꾸역 일을 해나갔다.
보다못한 간부는 그에게 강제로 한 달 간의 병가를 내 주고 말았다.

 "잘 돌아가고 있으려나...?"

그는 가끔 자신의 일터에 전화를 해서 자기가 진행하던 일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진행 상황을 물었다. 사람들은 미칠 노릇이었다. 오늘은 일터도 쉬는 날이라
다행히도 그러지는 못했다. 대신 그는 인터넷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로어?"

그의 이목을 잡아끈 게시글은 바로 로어였다.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들을 잘막한 토막글로 소개하는 일종의 소설인 모양이었다.
그는 흥미롭게 그 글들을 읽었다. 

 "재미있는데?"

그는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렸다. 전화가 온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삐-삐-삐
 "누구야, 팀장인가?"

그는 전화를 받으며 익숙한 투로 반가운 인사를 내뱉었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린 목소리는 생소했다.
끽끽대는 듯한, 하지만 깊은 구덩이에서 들리는 것 같은 그런 목소리였다.
 
 "저는 어두운 곳이며, 지하이며, 배후입니다."
 "네? 무슨..."
 "저는 또한 우연이며, 운명이기도 하고, 또 기적이라고도 불립니다."

수화기 너머의 인물은 그의 말은 듣지도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말했다.

 "저기요, 무슨 개소리세요?" 
 "그리고 저는 무의미하고, 또 의미가 있지요."
 "장난전화면 끊으세요."
 "장난처럼 들리나?"

갑자기 귓전을 파고드는 찬 바람에 그는 하마터면 정신을 놓을 뻔했다.
그의 손은 어느새 떨리고 있었고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의 이름은 로어. 지금부터 당신은 내가 시키는대로 해야 할 겁니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수화기 너머의 인물은 다시 다시 말했다. 

 "내가 사실에게 이기는 그 날까지..."

그의 머리 속으로 어떠한 지식들이 쓰나미가 밀려오듯 흘러들어왔다.
그의 뇌는 갑자기 들어오는 수많은 양의 정보들을 잠깐 새에 처리하기엔 너무나도 연약했다.
바닥의 쓰러진 그의 입에서 거품이 흐르고 눈은 뒤집혔으며 몸은 바르르 떨고 있었다.
진작에 끊어진, 아니, 진짜로 전화가 온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전화기는 침묵할 뿐이었고
그는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정보들을 잊기 위해,
어쩌면 그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그 정보들을 옮겨적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도 또한 로어가 되었다.



믿든지 말든지

 로어는 그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
 로어는 논리적인 모순을 이야기한다.
 로어는 또한 실재하지만 허구의 이야기이며
 언제든지 당신 또한 로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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