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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비 뺀 전액을 기부하는 게 당연하다면, 물건은 공짜인가요?
게시물ID : fashion_1309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삵나비
추천 : 21/7
조회수 : 78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10/29 12:19:57
재료비값=물건값인가요? 물건의 값어치는 나한테 이 물건을 파는 분의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기도 해요.
물론 기부벼룩이니까 판매자는 물건을 팔더라도 온전한 자기수익이 아니고, 구매자는 굳이 필요없는 물건인데도 기부할 겸 소비를 하죠.
그런데 기부하려고 산 물건이니까 당연히 수익 전부를 기부해야 한다면, 결국 구매자는 물건에 대해선 재료값만 낸 거네요?


취지가 다르니 수익을 내고 싶었으면 일반마켓을 가라는 말도 간간히 있는데, 기부벼룩에서 수익을 지나치게 크게 가져가는 게 문제인거지,
수익을 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예를 들어볼게요.

<
리본공예가 취미인 A가 있어요. 갑자기 기부가 하고 싶어졌어요. 여윳돈은 10만원인데 좀 더 내고 싶어요. 그래서 리본 재료 10만원 어치를 사서
30만원짜리 리본을 만들어내요. 이걸 팔았더니 재료비 빼고 순익 20만원이 생겼어요. 15만원을 기부해요. 처음 기부하려던 10만원보다 금액이
더 커졌어요. 남은 5만원은 A가 갖기로 했어요.>


A가 5만원이라는 개인적 이득을 챙겼으니 문제인가요?
기부하자고 만든 벼룩시장에 와서 수익에만 눈 팔려 있었고 기부는 흉내만 냈다면 문제겠지만, 수익을 챙기는 것 자체를 욕할 수는 없어요.



과열되어서 나온 말인 건 알지만 순익의 100%를 전부 기부하라는 말은 정말 어이없어요.
그리고 그 말에 상처받은 판매자분들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특히나 양심적으로 판매, 기부 하셔놓고 괜히 죄송하다 글쓰시는 분들은 더더욱이요.
기부행사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거니까 노동착취나 열정페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당연히 수고한 노동력도 보상받으려고 하면 안된다고요?
고생하고 수고한 건 그냥 기부라서 당연한 거라고요? 손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요?

기부를 위한 벼룩이니까 판매자가 개인적인 이득을 보는 게 절대로 안된다면, 구매자는 왜 물건이라는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나요?
그런 논리라면 구매하신 물건도 나눔의 집이나 아름다운 재단, 힘들고 어려운 분들한테 기부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진짜 아무것도 안 챙기고 오히려 손해까지 보신 분들 정말 많죠. 정말 처음부터 수익 하나도 안 남기고 손해를 봐 가면서까지 벼룩 참여하신 판매자들
정말 많고, 구매자들 중에도 진짜로 물건 사서 봉사단체에 재기증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고, 소중하고 값진 물건인데도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기부용으로 내놓은분들도 많죠. 자율기부함에 그냥 돈 넣은 분들도 계시고. 운영자나 자봉사분들도 대가 바라지 않고 힘들게 일하신 분들이고요.
그분들 정말 대단한 분들이고 한 분 한 분 다 감사하다 생각하지만, 모두에게 다 그렇게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요.
그분들은 특별하고 대단한 분들이지, 당연한 일 하신 거 아녜요.



물론 이번 벼룩은 문제있어요. 시스템 자체에 문제 있어요.
홍보부족 탓도 있죠. 벼룩 자체에 대한 홍보는 잘 됐지만 벼룩의 목적이나 기부금 기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홍보가 안 됐어요. 지금이야 벼룩의 원래
취지가 당연히 나눔과 기부 아니냐 하는데, 그 부분 자체를 모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유 벼룩의 역사 같은 게 제대로 정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판매상품에 대한 홍보는 많이 올라왔고 판매상품 모음글도 많이 올라왔는데, 벼룩 공식 공지글은 찾기도 힘들었어요. 게다가 공지글을 봐도 이게
애초에 기부금을 만드는 게 목적인 벼룩시장인지, 돈도 벌고 기부금도 내는 벼룩시장인지 알기도 힘들었고요.

구매자들이야 그렇다쳐도, 판매자들 중에서도 기부금 내야되는건지 몰랐다가 집에 와서야 알았다는 분들도 계실 정도면 운영측의 안내부족이죠.
또, 장소선정은 그렇다 쳐도 좁은 장소인 걸 알면서도 무턱대고 홍보를 해서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수요초과가 발생한 것도 문제였죠.

그리고 기부액에 최저선을 잡은 것도 문제예요. 취지는 그 이상 내도 된다는거지만, 바꿔말하면 그만큼만 내면 된다는 거기도 하니까요.
최저임금보다 더 주는 고용주  찾기 힘들듯이 최저기부금보다 더 내는 판매자 찾기 힘들거라는 예상도 했어야죠. 근데 그분들한테 비양심적이라고
욕하기에도 좀 그래요. 그 분들은 어쨌거나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지키신거고, 애초에 개인의 양심에만 의존한 시스템 자체가 문제인거죠.
물론 운영자나 자봉사한테 무턱대고 운영미숙이라고 욕하기도 좀 그렇죠. 그 분들이 무슨 전문적인 이벤트 기획사 직원들도 아니고, 대가도 없이 그냥
순수하게 봉사하신 분들인데. 게다가 오유인들도 일 터지기 전엔 벼룩 시스템 문제있으니 뜯어고쳐야 된다고 주장하던 사람 없었으니까요.




만약 벼룩이 또 열릴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또 열린다면 다음부터는 기부금을 제한할 게 아니라 판매수익을 제한하는 게 옳다고 봐요.
자율적으로 기부하도록 맡겨놓지만 말고, 강제적으로 일정액의 기부금을 떼도록요. 그리고 지금의 방식대로면 각 부스별 매출액 산출도 제대로 안
되니까 말이 10%지, 사실 그냥 자율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안 내고 먹튀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고.

물건 구매시에 쿠폰을 쓰도록 하고 판매자들은 판매 다 끝나면 쿠폰 모은 거 가져와서 정산하고 현금으로 교환해가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기부비율을 정하는 것보다는 판매자의 이윤을 얼마나 남길지를 정하고 나머지는 그냥 기부금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물건 재료비는 영수증에서 증빙하는대로 고스란히 돌려주고, 판매자가 가져가는 건 자기 매출액의 10~15% 정도.(일반적으로 순익이 총 매출액의
30%아래라고 하던데, 그럼 매출액의 10~15%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원자재비를 고스란히 돌려받는다고 생각하면 괜히 싸고 저렴한 재료로 장난질 치는 일도 없겠죠.

가격부풀리기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해요.
영수증 확인 절차가 있으니, 애초에 판매금액은 원자재비의 몇 배 이상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을 정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물건가격을 아무리
올려봤자 판매자가 얻을 수 있는 건 고작 10~15% 정도, 그만큼 가져가면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을만큼 가격을 올리려면 한두 푼 정도 올려서는
어차피 어림도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하면 전문 업자들도 굳이 막을 필요 없다고 봐요. 아무리 박리다매니 뭐니 해도 다른 마켓이랑 같은 가격에 팔면서 이득을 덜
남긴다면 그것도 일종의 나눔이고 봉사죠. 대신 최대판매수량에 제한을 두고, 공산품같은 건 판매 못하게 막고.



그리고 판매자들한테만 기부금 내라 할 게 아니고 구매자들도 기부금 내야 한다고 봐요.
물건 값에 기부금이 포함돼 있기야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건 물건 값인거니까요. 쿠폰제를 한다면, 쿠폰에 10% 정도 기부금을 붙여도 좋을 것 같아요.
액면가 천원짜리 쿠폰을 현금 천 백원에 교환해주는 식으로 말이죠. 기부금을 의무적으로 내게 하고 쿠폰을 교환해야 벼룩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면
귀찮아서라도 사람이 덜 모일테니 이번 벼룩처럼 공급에 비해 수요가 대폭발하는 현상도 좀 줄어들지도 모르고요.

운영자나 자원봉사자들한테도 일당 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트 일일 알바같은 게 보통 일당 7만원 정도로 알고있는데, 그만큼까진 아니더라도 4~5만원 정도라도.
다들 돈 바라고 하는 게 아니고 그냥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시는 거겠지만, 그래도 수고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해야 벼룩시장에
대한 정당한 질책이나 비판도 할 수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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