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프서버의 복귀유저입니다.
일기 평어체 양해바랍니다.
그저께는 환생을 했다.
던전을 한바퀴 돌았더니 단숨에 72렙까지 올랐다. 크리스탈과 가위바위보의 시너지는 어마어마했다. 버릇될 것 같다.
어제는 92레벨까지 올랐다. 달리 할 일이 사냥으로 AP를 벌어들이는 것 말고는 뾰족히 없는 상태였다.
환생 전 레벨은 119/38이었다. 귀차니즘이 돋아서 120/40이라는 깔끔한 수치는 채우지 못했다.
시간은 많다. 순간에 충실하기보단 충동에 순응하는 삶이 내 자캐의 방식이다. 하고싶으면 하고, 지르고싶으면 지른다.
환생하고 싶으면 하고, 뭐가 나올지 궁금해서 키트를 지른다.
남는건 먼지와 허망함이지만 그런 충동적인 움직임이 참 좋다.
신중하게 매사를 결정하지 않고 뭐든 서투르게 비틀대는 자캐의 모습이 참 좋다.
지금 내 자캐의 삶에서 좋지 않은건 오직 하나. 할로윈 이벤트 뿐이다.
할로윈 이벤트로 1시간 넘게 까먹고, 오늘의 미션을 돌고 나면 직장인은 바로 할 일이 없어진다. 출근을 위한 수면시간이 다가온다.
그 수면시간을 줄이고 마비를 조금 더 했더니 지금의 내 상태는 몹시 초췌하다.
이게 다 할로윈 퀘스트 때문이다.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한다는 기묘한 모순이 나를 무기력하게 하고있다.
쓸데없는 대기시간이 게임에 대한 긴장감을 거세하고 있다.
글쓴이는 할로윈 퀘스트를 큰 마음 먹고 보이콧할까 생각하기까지 했다.
퇴근 후 이걸 하고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오미는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오미와 할로윈을 모두 하고 나면 이것저것 놀 시간이 없다. ^_^ 망했어요
나는 자캐에게까지 여유없는 삶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불편하다.
늘어나는 AP와는 별개로, 꽤나 우울한 이벤트 시즌이다.
그리고
길드를 탈퇴했다.
특별히 유감이 있어서 탈퇴한것은 아니다.
물론 이유는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납득하기 바라는 이유도 아니었다.
내 이유는 나에게만 소중하다. 내 이유로 뭔가가 변하는걸 원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을 더듬더듬 설명하였다. 저 탈퇴할게요. 헐 왜요. blabla.. 어쩔수 없죠 알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약 한달 정도 달고 있던 길드 타이틀이었는데 없어지고나니 마음이 처연하다.
처연한 김에 이만 줄여야겠다.
오늘도 할로윈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네거티브한 마음이 가슴속에 꿀렁꿀렁 꿈틀거린다.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복귀유저의 일기는 오늘로 마지막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이 좀 이상해요. 전 이제 복귀유저가 아니니까요.
다음엔 일기 쓸 일이 있으면 다른 제목을 달고 있는 뻘글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