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친 수준으로 케어받은 미드 럭스가 날뛰기 시작하면서 쉽게 게임을 가져갔습니다. 자르반은 멘탈이 터진 나머지 눈물의 3여눈을 게임 막판에 눌렀네요.
자 그렇다면 한번 여기서 생각을 전환해서 가정을 해 봅시다.
- 만일 다이아5인 적 나서스 정글이 우리 편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만일 다이아5인 아군 럭스 미드가 적 편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아군 럭스 미드가 베인과 같은 픽을 골랐을 때 내가 그 큐에 들어가 있었다면 승패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생각을 해 보면 저도 모르게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지금이야 승리한 이후에 복기하는 입장에서야 여유 있게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만일 저 가정이 실현되서 제가 연패를 했다면 이러한 글을 쓰고 있을까요? 분노의 글을 적고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플레티넘 상위권 랭겜에서 다이아5 예티의 영향력은 엄청납니다. 마치 2013년 세기말 챌린져 대전에서 챌린져 1등과 50등을 결정한 각본을 (의도치 않았든 의도했든 간에) 짰던 압도처럼, 예티 또한 그들의 픽과 멘탈 상태, 게임에 대한 의지 여부 등등의 변수에 따라서 게임의 판도를 좌지우지합니다. 그들은 바로 게임의 비빔전사들입니다.
하지만,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면 그들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은 없습니다. 다이아5 예티 그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을 해 봅시다.
라이엇은 시즌3부터 티어제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랭겜을 활성화시키고 티어라는 보이는 보상을 통해 사람들이 더욱더 롤에 빠질 수 있는 동기 유인책을 내걸었습니다. 그를 통해 시즌3부터 폭발적으로 롤 유저들이 늘어나고 랭겜이 활성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라이엇 입장에서 신의 한 수였지요.
하지만, 그 티어제를 통해 다양한 부작용들이 쏟아졌습니다.
- 랭크 대리의 폭발적인 증가: 점수제에서는 대리를 하여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만일 본주가 게임을 돌려 랭겜이 하락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완충 장치가 없었던 반면, 티어제가 시행되면서 "티어당 얼마"와 같은 가격 책정이 너무나 쉬워졌고 티어라는 안전 에어백, 완충 장치가 있기 때문에 일단 대리를 하여 올려두면 5티어에서 어느 정도 점수가 하락해도 그 하락을 커버할 수 있다.
- 5티어 구간의 트롤, 승급전 트롤
- 점수제에 비해 급격하게 하락한 티어에 비례한 실력의 분포
이러한 부작용들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도 돌아가는 랭겜에서는 한숨이 나올 수준의 경기가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보면 5티어 구간의 수문장들 또한 불쌍한 존재들입니다. 특히, 다이아5 예티들은 말이죠.
갑자기 시즌 말에 마스터티어라는 새로운 구간이 떡하니 생기면서 MMR이 상향 조정됨과 동시에 이기면 한자리 점수 상승, 지면 두자리 점수 하락 과 같은 왜곡된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를 통해 다이아 유저들 중에 동기부여가 엄청나게 떨어진 유저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티어제의 실행으로 인해 너무나 티어 간 비방과 비난이 노골적으로 변한 바 있습니다. 시즌2에는 골드 유저 정도만 하더라도 실력이 준수한 사람으로 인정받았으니까요. 당연히 그 때는 실력에 비례한 티어 분포가 순기능을 발휘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티어제의 실행과 동시에 티어에 맞지 않는 실력을 가진 유저들 또한 분포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른바 "플레기", "골레기", "브실골 자살 좀", "다이아도 심해다" 와 같은 노골적인 비난이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이아5 유저들이 챔프 연습을 하러 노말을 돌렸는데 혹시라도 지는 판에는 상대방 유저가 전체채팅으로 "다이아도 별 거 없네 ㅋㅋㅋㅋ", "다이아5 얼마 주고 달았음?" 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거기에 5티어에서의 강등이 굉장히 관대하기 때문에 어차피 마스터 티어, 챌린져 못 갈 바에야 내가 왜 열심히 해야 하냐 란 생각이 자리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이러한 5티어 구간의 의지가 거세된 유저들은 사실상 "라이엇의 시스템이 만든 필연적인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무턱대고 그들만을 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들은 지금의 시스템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유저 중 하나이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트롤 행각이나 꼴픽 등을 통한 의지 없는 게임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11월 11일 시즌 종료일까지 어느 덧 2주 남짓 남게 되었습니다. 각 티어 상위권의 게임 판도에 영향력을 미치며 수문장 노릇을 하는 5티어 유저들, 특히 다이아5 예티들의 무서움이 진가를 발휘할 때입니다.
그들의 거센 저항을 물리치고 세기말에 좋은 랭겜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LOL 인벤 탑 게시판 '달려라람머스'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