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겐 별명이 많이 있었다. 마왕,교주,00동 휘발유,철학자,해처리등등등. 하지만 자기자신을 칭할 때는 고뇌하는 비겁자라는 표현을 썼다.어린 나이의 나는 철학과 출신이라고 하더니 역시 뭔가 틀리다고 생각했다,뭔가 그럴듯하게 보였으니까 말이다.
어느 늦은 밤이었던가...그는 무겁게 입을 열었었다.왜 자신을 스스로 고뇌하는 비겁자라 칭하는지 아느냐고.
대학시절 자신도 데모에 나갔었다고 했다.민주화의 열망 때문이었는지 분위기에 휩쓸려 나간건지는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게 중요한것도 아니고 알고 싶지도 않고.
데모에 참가하고 경찰에 쫒기던 중에 천운으로 파란철문(내 기억엔 파란 철문으로 기억한다.)뒤에 숨었다고 했다.그 당시에는 대문들이 꽤나 컸다.직접 보여줄수는 없고 그렇다라고만 알아두시라.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있더란다,자기 포함해서 대여섯명정도라고 하더라.경찰을 피해 철문뒤에 사람대여섯명이 몰래 숨어 있는거였다. 그런데 바로 문앞에서 한여학생이 경찰에게 잡혔다.경찰은 욕설과 폭력을 여학생에게 쏟아내고 있었고 여학생은‘악!악!아저씨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라고 비명을 질렀고 그 잔인한 장면은 철문 넘어 숨죽이며 숨어있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 됐다.왜냐면 철문 앞에서 그랬으니까.
여학생은 머리채를 잡히며 끌려가면서도 살려달라고 외쳤다고한다. 이때 숨어있던 사람들은 뭘했을까?여전히 숨죽이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그는 말했었다.여학생이 맞고 있을 때 어째서 나서지 못했는지.경찰은 한명이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은 그저 숨 죽여야 했던 이유는 “무서워서.” 무서워서 나서질 못했고 그 이후로 그는 스스로를 고뇌하는 비겁자라고 칭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건 스스로 멋지게 보이기 위해 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 멍에를 짊어진거라고 느꼈다.왜냐면 말하는 동안 굉장히 괴로워하는걸 느끼기 때문이다,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겠지.
고백 아닌 고백을 들은 뒤로 며칠을 멍했었다.이 사람도 이런 상처가 있었구나 싶었다.
...후일담으로 다음날 “신해철, 자신도‘민주화투사’였었다”...라는 멋진 기레기 새끼의 작품이 신문에 출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