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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
게시물ID : panic_90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나틱프릭
추천 : 15
조회수 : 148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9/03 22:08:07
추적 장치에 찍힌 곳은 그의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었다.

 "바로 뒷편의 빌라입니다!"

그는 바로 그 빌라쪽으로 난 창문을 보았다. 바로 맞은편에 불이 켜진 방,
그 창문으로 비죽 튀어나온 것은 쌍안경이었다. 
처음부터 놈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단 말인가?

그는 그 빌라에 사는 놈을 아주 잘 알고있었다. 
그와 경찰은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혹시 도망치진 않았을까?
굳게 닫힌 그 빌라 그 층 그 방의 손잡이를 돌려보니 별 저항없이 돌아갔다.

스르르 문이 열렸다. 안에는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사람이 있었다.

 "너 이 새끼!"

그는 그에게로 무작정 달려가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 바람에 후드가 벗겨지고, 그와 똑같이 생긴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형님, 형님은 바보이십니다."

멱살을 잡힌 남자는 그를 보고 형이라고 불렀다.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하시지 그러셨어요?"
 "뭐라고?"
 "그때 그 타이밍에 맞춰서, 생판 모르는 번호이지만 나는 알고 있는 그 번호로요."

멱살을 잡힌 사내가 말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이 가능했겠습니까요, 등잔 밑이 어두웠죠."
 "왜 그랬어! 왜!"
 "음성 변조도 쉬웠습니다 형님."
 "왜 그랬냐고 묻잖아!"

그는 형의 말을 듣지도 않고 계속 말했다.

 "아시죠, 한날 한 시에 태어나서 누구는 이쁨받고 누구는 구박받고.
 그런 삶이 언제까지고 계속 됐어요. 어머님도, 어머님도 마찬가지예요.
 왜 같은 배에서 난 자식을 차별할 수가 있어요 형님?"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결정적으로 더 좆같았던 건 뭔지 알아요?
 내가 당신보다 더 우월한데도 말입니다, 어머님은 당신만 귀여워했어요.
 저는 더 깊고 깊고 깊은 심연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요."

형은 어릴 적부터 공포나 추리 소설을 읽던 동생의 모습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제가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게 뭐였는지 아세요? 네 맞아요. 로어였어요 로어.
 사람들은 내가 쓴 로어에 심취하고 나를 따라서 로어를 쓰고
 때로는... 저에 대해 신봉하기도 했어요. 참 얄궂죠 사람이란게.
 그리고 형님도 내 글을 신봉하고 결국은 내 지시대로 따랐잖아?"

동생은 소름끼치게 웃었다.

 "로어가 사실을 지배해야만 해! 그러기 위해선 뭘 해야할 지 잘 알고있지."

동생은 주머니에서 총을 꺼냈다. 그리고 형을 끌어안아 머리가 나란히 놓이게 했다. 

 "안돼!"

경찰이 비명섞인 소리를 질렀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그는 총구를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알의 위력은... 일개 경찰이 막기에는 너무나도 강했다

 "사...살인사건 발생... 살인사건 발생... 가해자와 피해자 둘 다 사망으로 추정..."

무전기 너머에선 노이즈 섞은 분주한 소리만이 흘렀다.




믿든지 말든지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믿든지 말든지

 또한 완전한 진실도 존재하지 않는다.

믿든지 말든지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 속에 로어를 간직하고 있다.
 만약 그 로어가 당신을 지배하게 된다면 순응하라. 그리고 신봉하라.
 세상의 진리요 어두운 곳의 길이 될 테니까.

믿든지 말든지

 이제 시간이 되었다.

.

.


.


.


.

.





 "여! 이봐요 정신이 좀 듭니까?"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는 병실에 입원한 어떤 남자에게 살갑게 말했다.

 "네, 오랜만입니다."
 "이야, 기적이네요 이건. 총알이 조금이라도 더 관통력이 좋았다면..."
 "그런 소리 하려고 여기까지 왔습니까?"

환자는 진저리를 쳤다.

 "그럴 리가요."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환자가 말했다.

 "꿈을 꿨습니다. 누군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했어요."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리고 진실된 것도 아니랬구요."

환자는 경찰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의미일까요. 진짜 로어가 사실을..."
 "걱정하지 마세요."

경찰은 환자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이 세상은 참으로 진실되고 또 영원한 곳이죠."
 "영원하다구요?"
 "그럼요!"

경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지구가 만들어지고부터 몇십억 년간 이 곳에 있었지 않습니까."
 "단순하군요."
 "하하, 그렇습니까?"

환자는 경찰이 퍽 재밌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경찰은 환자를 안았다.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시간이 됐군요."
 "......? 무슨 시간을 말씀하시는건지......"

환자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환자는 경찰을 밀치려 했지만 경찰은 밀려나지 않았다.
지겹게 들어왔던 끽끽대는 소리가 경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어두운 곳이고 지하이며, 배후입니다."

경찰은 입을 쫙 찢으며 미소지었다.

 "내가 사실에게 이기는 그 날까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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