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저 자신 돌볼 여유도 잘 없을때 여자친구 만나서 사귀기 시작했어요. 1년 조금 안됐네요. 한낱 핑계지만, 저 돌볼 여유도 없어서 여자친구한테 잘 못해줬어요.
그래도 계속 저 좋아해주고 보고싶다고 칭얼대던 귀엽고 애교많고 예쁘고 인기도 많은 착한 여자친구인데... 요새 좀 멀어지는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사실 예상은 했어요.
둘 다 집은 부산인데 전 이제 취직해서 서울로 가고, 여자친구는 학교가 경주고..
부산이랑 경주는 안 멀어서 종종 봤어요. 그런데 서울이랑 경주나 부산은 가깝진 않네요. 여자친구는 올해 말에 유학가기도 하고.....
게다가 제가 못해준 것도 겹쳐서 결국 헤어질 결심을 했나봐요. 결심을 하고 오늘 마지막 데이트 하려 나왔었나 봐요.
오랜만에 만난거였는데 무지 예쁘게 하고 나왔더라구요. 옷도 화장도...
같이 만나서 이야기 하면서 떠들다가 영화 한 편 보고, 저녁 족발로 먹자고 해서 족발집 가서 결국은 이별 이야기가 나왔어요.
마지막인데 전화나 카톡으로 하는건 예의가 아닌거 같다면서 직접 말하려고 나왔대요. 그 말 나오는거랑 동시에 서로 울기 시작했어요.
전 못해준거 그저 미안해서 울고, 또 마지막이라도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마지막 데이트 좋게 하려고 예쁘게 꾸며서 커플링까지 꼭 끼고 나와준게 너무 고마워서 울고 여자친구도 그간 섭섭한거때문에 울고, 이별통보 미안해서 울고 서로가 제일 오래 연애했던 사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또 울고 제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서 울고
족발집에서 족발 앞에 냅두고 서로 울지마 울지마 이러면서 좋게 이별하려고 억지로 웃고 평소 잘하던 개드립들 치면서 울고, 그러면서 휴지 한 통 다쓰고...
꼭 시트콤 한 장면 같았어요.
연인관계는 끝나도 서로 연락 끊기는 없다고, '그래도 나 오빠한테 모르는거 있음 물어보고 막 그럴거다?' '휴대폰이랑 번호랑 좀 있다 다 바꿀건데 오빠한테 안가르쳐 주고 그런거 없이 다 가르쳐줄거야' 이러면서 우는데 저도 그냥 그저 미안해서 눈물밖에 안나더라구요
서로 안울기로 약속하고 나와서 마지막 배웅한다고 손 꼭잡고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주고 연애떄처럼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서로 카톡하고...
이전처럼 안좋게 헤어져서 서로 원수 같은거면 욕하고 흉보면서 좀 푸는데, 좋은 사이로 남기 싫어서 안그러려고 하고...
족발집에서 시트콤 찍은것도 그렇고 웃으면서 우는 것도 그렇고
슬픈데, 이 장면 3인칭으로 생각해보니 웃기네요 ㅋㅋㅋㅋ 우는건지 웃는건지 모르는 남녀 둘이서 족발 앞에 냅두고 휴지한통 다 써가면서 웃으면서 펑펑 울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