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리가 없다. 

진경은 낮 2시에 잠을 깨고, 자신의 주변을 둘러 보았다. 내가 전혀 와본 적 없는 공간이다. 거기에 놓여있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깨어난 시간을 본 진경은 경악했다. 오후 두 시는 출근 시간을 훌쩍 넘은 것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출근을 해야하는 시간이 지났는데…’

그녀는 누운체 고개를 돌려 자신이 있던 공간을 둘러 보았다. 자신의 옆에는 발가벗은 여자가 벽을 보며 누워 있었다. 

‘누구지? 내 친구인가?’

졸린 눈을 비비며, 게슴츠레 떠보았다. 좁다란 원룸에 자신이 읽은 적 없는 책이 가득 있었고, 내 노트북 컴퓨터는 침대 옆에 놓여진 작은 테이블 위에서 웅웅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침대 옆 바닥에는 오토바이 헬멧으로 보이는 것과 널부러진 옷들이 보였다. 가죽자켓, 청바지, 티셔츠와 남성용 속옷.

‘남자 속옷?!’

그녀는 깜짝 놀라 자신의 몸을 훑어 본다. 팔에는 털이 나 있고, 근육이 적당히 잡혀 있는 전형적인 남자의 팔로 보였다. 그녀는 시선을 서서히 자신의 신체 이곳 저곳을 훑어 보다가, 가슴과 아랫도리를 보고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헉~’

가슴에는 아무 것도 없었으며, 사타구니에 남자의 ‘그것’이 매달려 있었다.

'뭐지? 꿈인가?’

 그녀는 곧장 이 감각이 꿈인지 진짜인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영화나 티비 드라마 주인공이 하는 행동인 ‘꼬집기’가 진부하게 느껴져서 그걸 하진 않았다. 그 대신 하품이 나왔다.

“하~암”

거칠고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다. 이건 실제 상황이다. 그녀(?)는 붙박이 옷장에 거울이 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마치 사냥하는 고양이 처럼 거울 앞에 아주 천천히 다가 갔다. 한 발 씩 뗄 때마다, 온갖 불안감이 넘처흘렀다. 

짜잔~ 그녀는 남자(?)였다!

그(?)는 여성처럼 입을 두 손으로 막으며, ‘헉~’ 하는 소리가 낮게 나왔다.

우선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 해야 했다. 옷을 뒤적여 지갑을 찾아 냈고,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았다.

「김호준」 

그의 이름이다. 

‘내가 아니야. 이럴리가 없어. 아니면 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그녀는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자의 잘룩한 허리와 엉덩이를 보았다. 잘룩한 허리로 인해 엉덩이가 아주 도드라지는 체형이다. 그런데 그녀의 몸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커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우.. 징그러워.. 그런데 남자들이 여자를 보고 반응한다는게 이럴 느낌인가…’

‘수컷의 신체적 본능’이 그녀의 생각을 압도하고 있었다. 자신이 여자임에도 여자의 몸을 보고 반응하는 것이 끔찍하지만, 이상하며 야릇한 느낌도 주었다. 

야릇한 느낌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는 다는 점이 남자의 몸에 적응을 한 것만 같아 좌절스럽기도 했지만, 생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

일단 그 여자의 신원을 확인해 봐야 한다.

발가벗은 그여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어깨를 잡고 자신쪽으로 잡아당겼다. 여자의 몸과 얼굴이 「호준」을 향해 서서히 돌아갔다.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 자신의 얼굴이 분명했다. 하지만,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이 찍혀있는 동영상을 보면, 화면의 내가 자신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자고 있는 여자가 나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자고 있는 나 자신을 깨우고 싶었다. 이거야 말로 최고로 두려워지는 순간이다. 자고 있는 사람이 「김호준」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떤 모르는 남자가 내 몸을 가지고 계속 더듬거릴거라고 생각하면… 물론 내 손으로 더듬거리겠지만, 정신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구’이니까. 그 더럽고 음흉한 생각으로 내 몸을 더듬거릴거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런데 갑자기 자고 있는 자신(?)에게 키스를 했다. 물론 깨우기 위함이었다. 

‘왜 키스를 한거지? 나 미친거 아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고, 행동의 근원을 찾을 여유도 없이,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며 내게 말했다. 

“호준씨~ 일어났어?”

“어…”

“반응이 왜 이렇게 시큰둥해? 내가 싫어?”

“아냐… 너는 누구야?”

“에이 누구긴 누구야~ 박.진.경. 하루 만에 까먹었어? 조금 서운한데?”

“아냐.. 난 널 누구보다 더 잘 알지. 근데 나는 누구지?”

“호호호~ 바보같은 소릴하네~ 누구긴 누구겠어? 김호준이지~”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아냐!! 내가 박진경이야!!”

앞에 있는 남자가 자신이 박진경이라고 주장하는 말을 들은 그녀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그녀 자신의 표정을 확신에 찬 눈빛과 웃음짓는 얼굴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노트북 모니터와 헬멧을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 그렇다면 또 다른... 박.진.경.일.까.나.?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