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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꽃 지는 소리마저 없다
게시물ID : lovestory_905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8/26 12:34:3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조지훈파초우(芭蕉雨)

 

 

 

외로이 흘러간

한 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잎에 후드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 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2.jpg

 

김용택눈 오는 마을

 

 

 

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논과 밭과 이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면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다

돌아설 수 없는 삶이

길 없이 내 앞에 가만히 놓인다

저녁 하늘에 가득 오는 눈이여

가만히 눈발을 헤치고 들여다보면

이 세상엔 보이지 않은 것 하나 없다

다만

하늘에서 살다간

이 세상에 온 눈들이 두 눈을 감으며

조심조심 하얀 발을

이 세상 어두운 지붕 위에

내릴 뿐이다

 

 

 

 

 

 

3.jpg

 

이시영

 

 

 

화살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전신을 떨 듯이

나는 나의 언어가

바람 속을 뚫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

불씨처럼

아니 온몸의 사랑이 첫 발성처럼

 

 

 

 

 

 

4.jpg

 

이성부너를 보내고

 

 

 

너를 보내고

또 나를 보낸다

찬바람이 불어

네 거리 모서리로

네 옷자락 사라진 뒤

돌아서서 잠시 쳐다보는 하늘

내가 나를 비쳐보는 겨울 하늘

나도 사라져간다

 

이제부터는 나의 내가 아니다

너를 보내고

어거지로 숨쉬는 세상

나는 내가 아닌 것에

나를 맡기고

어디 먼 나라 울음 속으로

나를 보낸다

너는 이제 보이지 않고

나도 보이지 않고

 

 

 

 

 

 

5.jpg

 

김강태없다

 

 

 

꽃 지는 소리마저 없다

언젠가 꽃이 열렸는지 알 수가 없다

꽃이 없다

그림자를 벗어 던지고 던진 꽃잎이 없다

새끼를 밴 아픔이 없다

마지막 흘린 땀자욱도 없다

비어 있지는 않지만

내가 없으니 모두가 없어라

구름꽃 무늬진 바다인가 저 머얼리

문득 바람이 푸르르니 보인다

스스로 없다 답하는 이 없다

보일 듯 말 듯

꽃 지는 소리마저 없다

꽃의 자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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