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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산
고요가 쌓이고 쌓이면
산이 되느니
초승달 같은
흰 뼈 하나 속에 품고
풀잎이 무거워서
지그시 내려 감은 눈이여
김수우, 걷는 법
태어나자마자 낙타 새끼는
비척비척 긴 다리로 사막을 일으켜 세운다
기우뚱거리는 지평선
걷자꾸나 걷자꾸나
걷는 법이 사는 법
제 종족의 견뎌온 길의 무의미를
물음표 같은 발자국으로 풀어내려는 걸까
새끼의 무릎 사이에서
비틀대며 일어나는 사하라
어미 낙타의 젖, 아프게 출렁인다
김수복, 별들이 사는 집
별들이 사는 집은
내 마음의 빈 터에 있다
뒷산 상수리나무 잎이 서걱거리는
저녁에 왔다가
이른 아침 호수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의 빈 터에 있다
김상옥, 촉촉한 눈길
어느
먼 창가에서
누가 손을 흔들기에
초여름
나무 잎새들
저렇게도 간들거리나
이런 때
촉촉한 눈길
내게 아직 남았던가
이성복, 강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 가는 조그만 마분지 조각이
미지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