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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원히.....
게시물ID : panic_90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과그림자
추천 : 11
조회수 : 126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9/09 19: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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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원토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신데렐라는 낄낄거리며 책을 거칠게 닫았다. 그 위로 마트에서 산 1100원짜리 잎새주가 엎어졌다. 신데렐라는 덧 없이 웃다가 책 위로 엎어졌다. 책 위로, 알콜의 위로 눈물도 엎어졌다. 

"영원토록......" 

언젠가부터 남편과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다. 좋은 환경에서 엘리트 코스를 차근히 밟아온 남자와 달동네 한 구석 계약직 여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높이가 달랐다. 

"행복하게." 

달뜬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신데렐라는 귀를 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노력하면 된다고, 신분의 차이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데렐라는 왕자를 이해할 수 없었고 왕자는 신데렐라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신데렐라의 예쁜 얼굴과 풍만한 몸매를, 대기업의 계약직 노예로서의 고분고분함, 절박함에서 오는 간절함을 사랑했을 뿐이었다. 


신데렐라는 일어나 남은 일을 마치기로 하였다. 술은 엎어졌으니 더 들이킬 것도 없었다. 

아니, 그 전에 가고 싶지도 않던 회식에서 이미 차고도 넘치게 목구멍에 쑤셔넣고 토해냈었다. 술은 필요하지 않았다. 술기운이 아닌 맨정신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남은 것은 결단이었다. 가장 오래 걸리고 괴로운 일이었다. 그 때 옆방에서 더 어린 신데렐라와 왕자의 신음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사랑해요.] 

사랑한다는 연인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신데렐라는 결심했다. 눈물의 저 편으로 보이는 올가미가 안락해보였다. 

"......살지 못했습니다." 


신데렐라는 더 어린 신데렐라가 맞이하게 될 운명-다음 신데렐라에게 쫓겨날-을 비웃고 동정하며 목을 매달았다. 

그리고 왕자는 영원토록 행복하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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