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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할머니
게시물ID : humorbest_9056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왕양명
추천 : 46
조회수 : 5751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6/28 05:37:46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6/27 22:26:42
치매할머니

예전에 내가 살던 동네에는 치마할머니 또는 치매할머니라고 불리는 괴팍한 노파가 있었다.

이 노파는 거무잡잡한 피부에 깡마른 체형으로 큰 특징으로 코 위에 큰 사마귀가 있어서 흡사 동화에나 나올법한 마귀할멈을 연상시키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생김새 때문에 동네의 어린아이들은 모두 그 노파를 굉장히 무서워했다.

실제로도 성격이 매우 괴팍하여 어린 아이들이 그 주위에 얼쩡거리거나 하면 버럭 소리를 질러서 아이들은 혼이 빠지게 도망을 치곤했다.

이 할머니는 폐지를 줍고 다니는 식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듯 했는데 페지만 줍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나 온갖 잡동사니들을 다 주워갔다.

때문에 이 노파가 거주하는 빌라의 뒷편 공간은 온통 잡동사니로 가득하게 되었고 이 공간은 당시 어린 나와 동네의 친구들에게는 보물섬과도 같은 곳이었다.

우리들은 이 빌라의 뒷편에 우리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치매할머니가 모아놓은 여러 신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놀았었다.

그러나 한번은 새로운 잡동사니를 들고오던 치매할머니에게 딱 걸려서 호통소리에 혼비백산해서 도망친 적도 있었다.

치매할머니의 창고는 빌라 뒷편의 공간 뿐 아니라 그 자신의 집도 쓰레기의 저장소로 쓰였다.

노파의 집은 빌라의 지하로 창문이 빌라의 맨 밑 공간의 바닥과 닿아있었는데 열린 창문 틈새로 비춰진 그 집안의 풍경은 쓰레기 매립지를 연상시켰다.

동네의 아이들은 항상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마귀할멈같은 노파에게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으나 노파가 보이지 않을 때에는 으레 센척을 하며 그 반지하로 오줌을 누거나 하면서 자신의 용기를 증명했다.

이 치매할머니는 동네 아이들에게는 마치 게임의 보스처럼 공략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 치매할머니의 집에서 올라오는 쓰레기 냄새와 빌라의 뒷편 공간을 개인 창고처럼 쓰는 노파의 행태에 불만이 가득했던 동네의 어른들과 빌라의 주민들은 민원을 넣었고 치매할머니의 집과 빌라의 뒷편은 수거 업체에 의해서 싹 정리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치매할머니의 행동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동사무소의 직원과 수거 업체의 사람들이 몰려와 빌라의 뒷편을 정리하기 시작하자 치매 할머니는 어떻게 알았는지 재빨리 튀어나와서 동사무소 직원과 수거업체의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야이 새끼들아! 그거 다 내꺼야!!"

치매 노파는 정말 미친사람처럼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의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리고 그들의 등에 매달려 목을 깨무는등 엽기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인원에서 밀리고 힘에서 밀리는 노파는 결국 땅에 내동댕이 쳐 진채로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으어어어어...안돼!! 으으허허허아아아"

치매노파는 정말로 실성한듯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면서 '안돼'라는 소리만 연신 내뱉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고 다른 동네사람들은 마치 재밌는 구경이라도 된다는 듯 웃으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빌라의 뒷편이 다 정리될 때까지 주저앉아 울부짖던 노파는 이제 수거 업체의 직원들이 빌라의 입구를 향하자 번쩍 일어나 빌라의 입구를 막고 소리를 질러댔다.

"이놈들아 우리집은 안돼! 우리집은 안돼!!!"

어디서 힘이 솟아난 것인지 노파는 다시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수거 업체의 사람들과 맞서 할퀴고 물어 뜯으며 싸웠다.

그러나 이번에도 힘으로 당해내지 못하고 결국 길을 내어주었는데 쓰레기를 들고 나오는 수거업체의 직원들을 재차 공격하는 그 모습은 굉장히 독해보였다.

그날 오전부터 저녁까지 계속된 실랑이 끝에 결국 치매할머니의 모든 쓰레기들은 수거되었고 치매할머니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길 한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아 있었다.

이날 이후 치매할머니는 한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고 우리들은 치매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승리감과 함께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치매할머니가 보이지 않은지 거의 한달이 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치매할머니가 다시 활동을 개시한 것인지 치매할머니의 반지하 집에서는 또 역겨운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고 어른들은 혀를 쯧쯧 차며 치매 할머니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고 얘기 했다.

그러나 치매할머니의 모습을 동네의 주민들이 못 본것을 보면 아마도 밤에 몰래 쓰레기를 주워가는 것 같았다.

우리가 그런 치매할머니를 다시 만난 것은 어린 우리에게는 꽤 늦은 시간이었다.

늦 여름 아직까지는 해가 길게 떠있을 시기에 우리는 저녁밥도 먹지않고 신나게 놀다가 9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슬금슬금 각자의 집으로 귀가했는데 골목을 지나다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치매할머니를 보게되었다.

오래간만에 마주친 우리의 숙적에 나와 친구들은 조금의 두려움과 함께 반가운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일까 예전같았으면 조심스럽게 도망쳤을 우리였지만 우리는 치매할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치매할매 오랜만이네"

우리중 가장 용감한 녀석임을 자처했던 정재가 나서서 노파에게 말을 걸었다.

치매할머니는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놀란 것인지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다.

우리를 바라본 치매할머니의 정면은 상당히 끔찍했다.

원래도 검은 편이었던 피부는 마치 썩은 간처럼 변했고 머리는 군데군데 빠졌고 얼굴은 뼈만 앙상하게 남아 이전보다 훨씬 말라있었다.

특히 눈 주위가 퀭하고 음푹 꺼진것이 마치 해골을 연상시켰다.

우리는 꿈에 나올까 무서운 얼굴에 너무 놀라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났다.

놀라서 도망치는 와중에 뒤를 돌아보니 정재는 움직이지 않은채 치매할머니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재가 왜 도망가지 않았는지에 대한 굼금함보다 무서움이 더욱 커서 나는 그대로 달려서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 학교에 정재가 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나와 친구들은 정재네 집에 찾아갔는데 정재는 어디가 아픈것인지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정재네 부모님께서는 어제 정재가 집에 올때무터 조금 이상했다고 말씀하시면서 그 이후로 저렇게 앓아 누워 잠이 들었는데 아직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우리는 분명히 치매할머니가 정재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라 여기고 정재네 어머니에게 어제 치매할머니를 마주친 사실을 말했다.

"아줌마, 어제 치매할머니 봤는데...우리는 무서워서 도망쳤거든요? 근데 정재는 도망안치고 할머니랑 무슨 얘기 하는것 같았어요"

"맞아요 치매할매가 정재한테 나쁜 짓을 했나봐요"

"아줌마 우리 같이 가서 치매할머니한테 왜 정재 아프게 했냐고 따져요"

어린아이들이지만 여럿이서 그렇게 이야기하자 정재네 어머니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았다 게다가 워낙에 마을 사람들에게 인식이 좋지 않은 노파였기 때문에 정재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치매할머니의 집으로 갔다.

치매할머니의 집 앞에 가자 밖에서도 토가 쏠릴 정도로 심한 냄새는 더욱 심해졌다.

실제로도 너무나 심한 냄새에 친구들 몇명은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 구역질을 했고 정재네 어머니도 냄새 때문에 안색이 노랗게 변한 채 올라오는 토를 참는 것 같았다.

"아니 대체 이게 사람이 사는 집에서 어떻게 이런 냄새가 나... 이봐요!!"

정재네 어머니는 짜증스럽게 말을 하며 신경질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쾅 쾅 쾅

그런데 문이 잠겨있지 않았던지 노크를 위해 두들긴 주먹질에 그냥 열렸다.

문이 열리자 지금까지보다 훨씬 심한 썩은내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차마 그 썩은내가 진동하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빌라의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얼마후 혼자 들어갔던 정재네 아주머니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왔고 우리는 궁금한 마음에 무슨일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아주머니는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얼마 후 경찰차가 동네에 들어왔다.

경찰들은 마치 수거업자들이 쓰레기를 수거하던 것처럼 무언가를 들고 옮겼다.

하얀 천으로 둘둘 말려진 막대기 같은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치매할머니는 자신의 집에서 경찰들이 냄새가 진동하는 무언가를 꺼내는 데도 어디있는지 나타나지 않았고 경찰들과 싸우지도 않았다.

아무튼 그 날 이후 정재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학교에 나왔고 동네에서 이상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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