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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을 꾸며봤습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9056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108
조회수 : 6942회
댓글수 : 3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6/28 08:42:17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6/27 22:17:24
경기도 모처에서 도배, 장판, 기타 등등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목공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요.

게임 개발 하다가 때려치고 인생 리셋시킨 후에 가구 장인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만들어본 거라곤 직접 쓸 작업대가 전부인데, 연장 있겠다, 못질 할 줄 알겠다, 어머니께서 특명을 내리셨습니다.

'가게 앞에 데크를 짜고, 거기에 덩쿨식물들이 타고 올라갈 기둥이랑 처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예전에 집수리 혼자 한다고 낑낑대다가 몸살로 3일을 드러누운 적이 있어서 듣기만 해도 일이 많을 것 같은 그 작업이 별로 땡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희 아버지는 항상 어머니 편이시기에, 스코어는 2:1.
결국 자재를 사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게 앞을 예쁘게 꾸미는 건 몇 해 전부터 이어져 온 어머니의 소원이기도 하고요.

기왕 하게 된 거, 혼을 불사를 기세로 작업에 착수해 봅니다.
이로서 작업대를 짠 것 이후로 공식적인 1호 결과물이 나오게 될 예정입니다.

P1030021.jpg
자재입니다.
2T 짜리 120mm 방부목 판재가 7개, 40mm * 40mm 방부목 각재 7개가 투입되었습니다.
목재상을 찾지 못해 건재상에서 가져오다 보니 가격이 좀 쎄더군요.

P1030022.jpg
저희 작업의 모토는 '최대한 있는 것 가지고.'입니다.
목공 작업대 짤 때 남았던 투바이원 1개와 원바이원 6개로 데크 받침을 만듭니다.
투바이원 자투리로 다리를 세우고, 모자른 부분(사람은 안 다니지만 화분이 올라갈 부분)에는 벽돌을 끼워 넣습니다.
왼쪽이 주로 사용하는 출입구인데, 사진을 찍은 뒤 원바이 원으로 각 칸마다 가로 지지대를 증설했습니다.

P1030024.jpg
120mm 판재 8칸으로 데크 상판을 짜 올린 직후의 모습입니다.
7개는 원판이 그대로 들어갔고, 제일 안쪽 칸에는 자투리 판재가 들어가 있습니다.

P1030025.jpg
90Kg 가까이 되는 거구(본인)이 올라가도 꿀렁거리지 않습니다.
미세하게 휘어 보인다면 눈의 착각입니다.

P1030026.jpg
중간 과정은 생략했지만 40mm * 40mm 방부목 각재로 기둥과 난간을 만든 뒤입니다.
정석대로 가자면 데크 판재 각 귀퉁이를 째고 저 기둥을 바닥까지 밀어 넣었어야 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난간과 지붕에 방부목 격자를 씌우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이 날은 두 군데나 돌아다녔음에도 격자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작업은 2일차로 넘어갑니다.

P1030035.jpg
2일차(오늘)은 좀 일찍 일어났습니다.
늦게 출근 = 늦게 퇴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저절로 눈이 떠지더군요.

나사 박느라 온몸에 힘을 줘서 그런지 삭신이 쑤십니다.
각도 절단기나 스킬(원형톱)을 쓰느라 신경이 곤두선 탓도 있겠죠.

아침에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며 보니 갈비뼈 있는 쪽 몸통 라인이 쏙 들어와 있습니다.

소싯적 72Kg밖에 안 나갔던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려는 것일까요.

그래도 1일차 처럼 고생을 계속하는 건 사양입니다.

하여튼 중간 과정이 많이 생략됐지만(사실 사진찍을 기운이 없어서...) 2일차, 오일 스테인으로 초벌칠을 마친 모습입니다.
데크 좌우로 풍선덩굴같은 덩쿨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격자를 덧대어 주었습니다.

사실 엊그제 간판 끄트머리에 덩쿨 타고 올라갈 철사를 감았던 참이었습니다.
이제 제대로 된 지붕이 생겼으니 그 철사는 철거해 줍니다.

방부목 격자는 개당 25,000원에 3장 구입하였습니다.

P1030036.jpg

P1030037.jpg

P1030038.jpg

P1030039.jpg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본 사진입니다.

어머니는 소원성취했다고 즐거워 하십니다.(못미더우신지 오일 스테인은 직접 칠하셨습니다.)
솔직히 어제까지는 매우 비관적이었는데, 만들어놓고 사진을 찍어보니 그럴싸 합니다.

온 동네방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와서 언제 이런 걸 만들었냐고 물어봅니다.

그럴 때마다 짐짓 자랑하듯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니 내 몸이 좀 힘들어도 보람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공식적인 첫 결과물이라는 점도 고무적인 듯 합니다.
아직 서툴고 겁도 많지만 이렇게 슬슬 해 나가다 보면 시간은 오래 걸릴지라도 언젠가는 어딘가에 도착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잡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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