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를 증오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지금의 넌 가장 행복하게 웃고 있어.
아마도
내가 너에게 할 짓이 널 울게 하겠지.
나는 망치를 들고 가족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너에게 다가갔다.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긴장한 채 나를 경계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네가 뭘 말하고 싶은지는 명확했다. 나는 너에 대해서라면 전부 알 수 있으니까. 너는 너의 행복을 깨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네가 나를 다시 봐줄지 나로서는 도저히 모르겠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서로를 보지 못했다. 네가 상처받지 않게 너에게 나를 들이미는 방법을 떠올리려 해봐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조언을 받을 사람도 없고. 아마 이게 내 중졸의 머리가 할 수 있는 한계겠지.
혹시 이게 해결책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 이외의 해결책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너는 네 가족을 너무 사랑하니까.........
미안해, 하지만 멈출 생각은 없어.
나는 망치를 들어올렸다.
너를 위해서.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
너는 몸부림치며 나를 말리려 들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망치가 조금 더 빨랐다.
쿠직.
쨍그랑.
목표에 다다른 망치는 확실히 부수는 소리를 내며 너의 가족을 가격했다. 너의 가족들은 그렇게 죽었다. 그렇게 내 손에 부서져 내렸다.
너는 모니터와 네 가상가족의 데이터가 담긴 칩을 무표정으로 만지작거렸다. 유리파편에 손이 베여 피가 뚝뚝 떨어지자 흥미로운 듯이 바라보다가도 갑자기 어미 잃은 짐승처럼 가냘프게 흐느끼며 울부짖었다.
미안해.
미안해.
나는 지켜볼 수가 없었어. 가상 세계에 빠져 진짜 너는 밥도 챙겨먹지 못해,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 죽어가, 아파하면서도 가짜세계를 놓지 않아, 그렇게 현실의 네가 점점 사라지는 걸 나는 볼 수 없었어.
아마 네가 가상의 가족들, 화면 너머의 사람들을 사랑한 것은 내가 못 주는 걸 줘서겠지. 따뜻한 밥, 풍족한 용돈, 상냥한 아버지, 항상 네 편인 가족들......... 가상세계에선 전부 가질 수 있었겠지.
그러니 네가 이렇게 된 것은 내 탓이야.
"으아아아...!"
너는 내 위로 올라탔다. 얇은 팔뚝이지만 내 목을 조르기는 충분했다.
목을 손이 압박해왔다. 너도 예전에 반 친구들에게 졸렸다는 말을 들었었다. 고통스러웠을까. 눈이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터질 것 같았다. 부들거리며 네 손을 떼려고 해봤자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혀가 흉측하게 튀어나온다.
너도 이렇게 아팠겠지.
고통스러웠겠지.
울고 싶었겠지.
울분에 차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훌쩍거리던 너의 밤들을 기억한다. 나는 내 삶의 무게에 버거워 애써 모른 척 했지. 한 때일 것이라며 자위하며.
이건 벌일 것이다.
미안해, 미안해.
나는 입 밖으로 뱉을 수 없는 사과를 마음 속으로 연신 고했다.
네가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던 걸 바쁘다는 이유로 무시해서 미안해.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만들어서 미안해. 너를 매일 혼자 내버려둬서, 혼자 고통스럽게 해서 미안해. 가상의 행복에 의지하게 방관해서 미안해. 미안할 수 밖에 없어서 미안해.
내 잘못이다.
그래도 너만은 행복했으면 한다.
너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내가 갖지 못한 삶을 너만은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눈 앞이 하얘져간다.
아마도.
난 죽겠지.
그래도
나는 널 사랑해.
내 아들.